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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혜택 받은 여당 인사 조사해야”

김문수 前 경기지사 직격탄

  • 정현상 기자 | oppelg@donga.com

“최순실 혜택 받은 여당 인사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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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걸어서 왔다. 서울역에서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까지 걸어오는 사이 노숙자를 여럿 만났다고 한다. 몇몇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용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노숙자들에게 5000원씩 주고 “힘내라” 했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해결한 수원역 노숙자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의 정치적 지향점이 읽혔다.

그는 노숙자 문제 해결의 핵심이 ‘물질과 정신을 총동원한 무한 돌봄 체계’라고 했다. 민심을 돌아볼 때도 같은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 ‘깨끗하고 유능하고 따뜻한 정부와 공정한 시장.’ 민심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면 여기에서 벗어나선 안 되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정부가 그 핵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불거졌다고 했다.



“많이 봤다, 많이 아팠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 따뜻한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청년 김문수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40년 뒤에도 그 첫 마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처지는 많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수장(首長)을 8년 하면서 대통령후보 물망에 꾸준히 올랐지만, 지금은 평인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정치 생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전엔 못 보던 것을 낙선한 후 많이 봤고, 많이 아팠다”고 말하는 그는 더 큰 도전(대통령선거)을 위해 신발 끈을 맸다.



11월 10일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는 “정국이 어려울수록 법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하야보다는 여야 합의로 총리를 임명하고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 또한 “지난 총선에서 최순실 씨가 새누리당 공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새누리당 내에 최순실 국정농단특위를 구성해 혜택 입은 이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 이 험난한 정국을 타개할 방안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지금 아쉬운 건 법치입니다. 법치의 첫째는 헌법을 지키는 것이죠. 그런데 대통령 하야니 뭐니 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과 총리, 정당, 국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말들이 나옵니다. 마치 혁명 상황인 듯 위헌적인 주장이 많이 나오는데, 법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촛불로 바꿀 수 없는 것

▼ 대통령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으니 퇴진하고 하야하라는 것 아닐까요.

“대통령이 법을 어긴 건 당연히 처벌해야죠. 최순실특별법을 만들어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대가를 받게 해야지요. 최순실이 공직 인사나 국회의원 비례대표 배정 같은 데 관여한 게 있는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 내놓으라고 기업들 겁박했는지, 딸의 대학 입시에 부정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합니다. 소급 적용도 하고, 공소시효도 늘려야 합니다. 2년 전 유병언특별법을 만든 것처럼요.

그런데 다수당인 야당은 그런 법을 만들기보다 촛불시위 현장에 몰려가 촛불만 많이 들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촛불시위에 나가겠다면 상관없어요. 근데 의원직은 그대로 갖고, 자기들이 추천하는 총리를 받되, 대통령은 2선으로 후퇴하라는 건 위헌 아닌가요? 헌법에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가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의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건지….”

▼ 일단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퇴진이 먼저다, 그래서 그걸 압박하겠다는 거죠.

“법에 의하지 않으면 그건 일종의 린치입니다. 사적 폭행. 안 되지. 더구나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초법적인 발상을 계속하고 있어요. 1987년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16년간이나 싸워서 쟁취한 겁니다. 그것을 왜 안 지킵니까.”

▼ 최근 “이번 사태의 본질은 최순실 집안과 오래된 인연을 맺어온 박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사태를 키우게 된 데 있다”고 했습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촛불시위 때문에 헌정(憲政)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봐요. 촛불시위로 다 바꿀 수 있다면 투표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도 촛불시위는 잘할 자신 있어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 권력을 탈취하려 들면 안 됩니다. 다만 대통령은 최순실 비리의 실체에 대해 국민 앞에 사실대로 진정성 있게 해명해야 합니다.”


최순실 블랙박스

▼ 대통령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

“하야할 경우 6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해야 하죠. 엄청난 국정 혼란이 예상됩니다. 여야 합의로 총리를 임명하고,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대통령이 하야해서 수사받고 감옥 가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지만, 재임 중엔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잖아요.

대통령이나 그 주변에서 저질러 놓은 문제를 수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지금은 검찰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요. 제가 줄곧 주장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과는 별도로 기소권을 갖는 소추 기관이 생기면 대통령이든 검찰총장이든 국회의장이든 이곳에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이 법안을 내놓았으니 새누리당은 반대하지 말고 받아야 해요. 이 법안을 입법해서 바로 시행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 지금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국회의원의 2분의 1만 동의하면 법을 통과시킬 수 있고, 시행 날짜를 통과된 날로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걸 검찰이 반대해요. 자기들이 기소 독점권을 갖고 있는데 공수처가 생기면 그게 깨지니까요. 지금 얼른 해치워야 해요.”

▼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먼저라는 말씀이군요.

“하야하라는 건 정서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보다는 법으로 냉정하게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뭔가 냄새를 맡고 수사했을 텐데, 대통령이 눈치가 있었다면 그걸 알아챘어야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치고 민정수석실을 제대로 가동해 자신의 주변 일을 경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특별감찰관과 직원들을 잘랐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이걸 해명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몰랐다고 할 수가 없잖아요.”

▼ 얼마 전 사단법인 ‘미래 본’ 창립식에서 “새누리당 내에 최순실 세력이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습니까.

“최순실을 통해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아요. 제가 증거를 갖고 있진 않지만 개연성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왜 국회에 들어왔나, 누가 공천을 했나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어요. 저도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블랙박스’가 있거든요.

저는 최순실 씨가 분명히 개입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에 최순실 국정농단특위를 설치해 최씨로부터 혜택 입은 사람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중에 제가 좋아하는 분이 있어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통령 앞에서 바른 소리 했다가 후임자도 없이 물러난 분입니다. 이 모든 상황의 피해자죠. 그때 벌써 최순실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걸 우리가 제대로 다루지 못해 이 지경까지 온 겁니다.”



대통령 여의도 출장소

▼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새누리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여의도 출장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 대표는 당원과 국민의 총의를 받들어서 국회에서 입법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여당이 대통령을 보호해야죠. 하지만 지금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뭡니까. 법에 따라 시비를 정확히 가리는 것 아닙니까. 감성적으로 보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많은 국민이 울고 있을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도 지하에서 울고 있을 거예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합니다. 당 자체의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 아닙니까. 새누리당은 해체 수준의 재창당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래서 안보, 경제, 민생을 지켜갈 진정한 대한민국 중도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썩어빠진 보수를 완전히 바닥부터 뒤집어야 합니다. 보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해체 수준의 재창당’은 어떤 것인가요.

“새누리당이 정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대통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비리에 연루된 대표적인 사람들은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인사 개입, 기업체와의 유착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국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 다 엄벌해야죠.”

▼ 미국에선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등을 거친 인물이 대선 후보로 많이 나섭니다. 김 지사께선 3선 국회의원, 재선 경기지사를 역임했는데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예상자들과 비교할 때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은 뭐라고 보는지요.

“약점은 뭐 아시다시피 인기가 없다는 거죠(웃음). 지지율이 별로 안 나온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저는 사탕발림 얘기는 절대 안 합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떨어져버렸으니, 더 어려워졌죠. 강점이라면 사심 없이 깨끗하게 열심히 공직생활을 해왔다는 것이죠. 도지사를 두 번 지냈고.”

▼ 대선주자라면 약점을 넘어서는 폭발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폭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민심이 폭발해야겠지요. 트럼프는 구의원도 한 번  안 해본 사람인데 바로 대통령이 됐어요. 참 대단한 사람 같습니다. 가난한 백인 노동계층을 공략해서 성공했다지만, 다른 후보들도 그 계층을 공략했을 텐데 왜 트럼프만 힘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 사람만큼 돈도 없고, 엔터테이너 기질도 부족하고, 뭐 좀 딱딱하기도 하고…. 하지만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자들도 지지율이 거의 다 5% 이내입니다. 지금의 숫자는 별로 의미가 없어요. 앞으로 국민과 가까이 접촉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려 합니다.”


말장난 같은 ‘대선 이슈’

▼ 다른 대선 예비 후보들이 대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데요.

“요즘 대선 이슈라는 게, 참 웃기더라고요. 이게 나라를 위해서 대통령 하겠다는 건지, 나라를 들어먹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지…. 정말 걱정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촛불을 들고 시위대에 합류합니다. 시위대에게 행정 편의를 봐주고, 경찰에겐 (살수차와 물대포에 사용할) 소화전 물을 대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비)만 해도 그래요. 남는 돈 청년들에게 나눠주면 나쁠 건 없지요. 그런데 더 급한 곳이 어디냐를 따져야 할 것 아닙니까. 노숙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그리고 모병제? 그게 나라를 들어먹자는 거지 지키자는 건가요.”

▼ 직업군인제로 정예화하면 더 강한 군대가 되고, 일자리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모병제로 바꾸면 우리가 필요한 숫자만큼 모병이 제대로 될까요? 일단은 양이 먼저고, 그다음에 군인의 질을 따져야….”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민성장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말장난이죠. 그게 무슨 성장론이에요. 성장 앞에 ‘공정’이니, ‘포용’ 같은 단어들을 붙였습니다. 그건 분배론입니다. 그렇게 말장난하는 걸 언론이 딱딱 집어줘야 합니다.”

▼ 법인세 인상도 논란 거리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죠. 우리도 법인세를 깎아야 한다고 봅니다. 법인세 인상은 ‘법인은 다 부자’라는 가정하에 나오는 얘기인데요. 어떻게 법인이 다 부자입니까. 50만 중소기업이 다 법인입니다.

법인세는 깎아주고, 그 대신 종합소득세를 올린다든지 다른 데서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인세를 내려서 청년들도 쉽게 창업할 수 있게 하고, 외국 법인도 한국에 투자 많이 하게 하고, 외국으로 나간 한국 기업도 돌아오게 해야지요. 그래야 일자리도 더 생길 것 아닙니까. 주요 기업들은 다 외국으로 나가고, 거기에 청와대까지 붙어서 돈 내놔라 하고, 정유라 말 사주는 데 35억 원 내라고 하고…. 이게 말이 됩니까.”

▼ 북한 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핵에는 핵입니다. 뭐, 간단합니다.”

▼ 핵무장론입니까.

“우리의 핵 기술력이 세계 5위입니다. 그런데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습니다. 그게 우리 현실입니다. 우리가 핵을 원하면 미국의 전술핵을 가져오든지, 아니면 자체 핵무장을 하든지, 아무튼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가질수록 평화적 수단을 찾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핵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없다면 안보가 안 되죠. 전술핵 배치를 한미 군사동맹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경량화해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국회의원 특권 줄이는 개헌

▼ 개헌 논의에 대한 생각은?

“1987년 개헌 때는 저도 감옥을 2년 5개월이나 갔다 왔어요. 16년간 우리나라는 간선제를 했고, 1987년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직선제 개헌을 이뤘습니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개헌을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집중 문제를 거론하긴 했지만, 최순실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개헌론을 제기했다는 의심을 받았는데요.

“권력이 집중돼서 대한민국에 위기가 온 게 아니라, 권력이 감시받지 않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지만, 여소야대 때문에 국회가 거대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중권력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다음에 헌법을 고친다면 국회도 주민소환, 국민소환을 받게 해야 합니다. 지금 대통령이나 단체장에 대해선 주민소환, 탄핵 같은 제어장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형법 외엔 아무런 제어를 받지 않아 무책임한 국회가 되고 있어요.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방식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합니다. 의원내각제 하자는 국회의원들이 있는데요, 그건 저들의 욕심입니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우리나라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고, 그저 태평양에서 표류할 거라고 봅니다. 개헌을 한다면 저는 4년 중임 대통령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신동아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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