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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과일·채소 백과사전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닮은 듯 다른’ 과일·채소 백과사전

  • 머리 위를 쳐다보면 뽕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뽕나무의 열매는 오디고, 지금이 푹 익어 제일 맛있을 때다. 시장에 오디(mulberry)가 나오면 산딸기와 복분자도 먹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나무에서 열리는 달콤한 열매로 닮은 점도 많지만 풍미가 다르다. 과일이나 채소 중에는 이처럼 ‘닮은 듯 다른’ 것들이 있다. 크기나 색상에 따라 맛이 다른 당근류, 비슷하게 생겼지만 쓰임이 다른 참외·울외·노각, 식감과 당도가 다른 단옥수수와 찰옥수수가 대표적이다.
닮은 듯 다른 과일, 채소가 많다. [Gettyimage]

닮은 듯 다른 과일, 채소가 많다. [Gettyimage]

내가 산에서 본 뽕나무 열매는 아주 작지만 상품으로 유통되는 오디는 꽤나 큼직하다. 마치 알이 빈틈없이 차오른 검붉은 포도송이처럼 생겼고, 어른 손가락 한두 마디만 하며, 타원형으로 매우 오동통하다. 오디는 초록색으로 열매가 맺혀 농익을수록 검붉어지며 단맛도 아주 진하고 깊어진다. 통째로 먹으면 되는데 아주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다. 오디는 클수록 쉽게 무르기 때문에 구입 후 바로 먹는 게 좋고, 남으면 설탕을 솔솔 뿌려 살짝 버무려뒀다가 먹어도 된다. 냉동했다가 주스나 스무디로 만들어 먹어도 되고, 잼으로 만들면 풍미와 식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워낙 단맛이 좋기에 잼을 만들 때 설탕을 많이 넣을 필요는 없다. 잼의 농도가 되도록 뭉근히 끓여 수분을 날리되, 과육을 지나치게 으깨지 않아야 먹을 때 더 즐겁다.

새콤달콤 항산화 폭탄! ‘닮은 듯 다른’ 산딸기·오디·복분자

뽕나무 열매 오디(위). 산딸기는 오디나 복분자보다 과육이 탱탱하다. [Gettyimage]

뽕나무 열매 오디(위). 산딸기는 오디나 복분자보다 과육이 탱탱하다. [Gettyimage]

그렇다면 오디와 비슷하게 생긴 산딸기(raspberry)와 복분자는 어떨까. 산딸기는 오디보다 시장에서 만나기가 조금 더 수월한 과일다. 물론 맛볼 수 있는 기간이 짧으니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주로 경동시장에 가서 급랭한 산딸기를 구해 먹는 편인데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농장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 산뜻한 붉은색의 탱탱한 산딸기는 하루 정도 후숙해 색이 살짝 진해졌을 때 먹는 풍미가 훨씬 좋은 것 같다. 귀하고 신선한 산딸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입에 한 움큼 채워 넣고 우물우물 씹는 게 최고다. 탱탱한 과육과 아작거리는 씨를 동시에 씹으면 새콤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오며 산뜻한 과일향이 콧구멍에 차오른다. 상쾌함에 눈이 반짝 떠지고 기분에도 초록불이 켜진다. 싱싱할 때 실컷 즐기는 게 좋지만 행여 두고 먹고 싶다면 냉동하기를 추천한다. 산딸기는 조리해 먹으면 그 풍미가 점점 퇴색된다. 분명 개성 있는 맛과 향을 갖고 있지만 생생할 때 가장 폭발적이다. 조리나 저장 과정을 거쳐도 잘 보존되는 오디나 복분자의 풍미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러니 조리하기보다는 얼려두었다가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등과 살짝 갈아 즐기거나, 음료나 칵테일에 대강 으깨 넣고 함께 먹는 정도로 싱그러움을 살려 맛보기를 추천한다.

복분자는 산딸기와 사촌쯤 되는 우리나라 토종 과일이다. 산딸기의 탱탱함 대신 오디의 부드러움을 지녔고, 새콤한 맛이 먼저 난 다음 진한 단맛, 그리고 끄트머리에 쌉싸래함이 찾아오는 독특한 풍미를 지녔다. 산딸기는 한쪽 끄트머리가 뾰족한데 복분자는 구의 형태에 가깝게 골고루 둥글다. 산딸기 꽃은 희고, 열매는 아무리 익어도 빨간 반면 복분자 꽃은 분홍이고, 익을수록 열매는 검붉어진다. 언뜻 두 가지가 헷갈릴 것 같지만 한자리에 놓고 보면 아주 다르다. 오디, 산딸기, 복분자 중 도심의 시장에서 구해 먹기 제일 어려운 게 복분자다. 술, 잼, 청, 식초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가공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날것 그대로 먹었을 때 오디나 산딸기보다 생경한 맛이 나서 찾는 이가 드물 수도 있다. 복분자는 통째로 먹었을 때 씨의 존재감도 꽤 있기에 믹서에 아주 곱게 갈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복합적 풍미가 아주 강건하게 오래가며, 색도 무척 곱기에 잼·청·술 등의 재료로는 가장 좋다. 생생하게 잘 익은 복분자를 구했다면 몇 알은 그대로 즐기고, 또 몇 알은 시럽이나 설탕 뿌려 맛보고 나머지는 잘 얼렸다 갈아 먹자. 그러고도 남은 것은 잘 끓여 과육을 무르게 해두었다가 잼도 만들고, 과일 드레싱도 만들고, 요거트 등에도 섞어 먹으면 된다.

나무에서 열리는 작고도 탐스러운 이 과일들은 저마다의 진한 색이 알려주듯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을 몸에 잔뜩 지니고 있다. 비타민과 식이섬유는 물론이며 우리 몸을 흔들어 깨우고, 혈액순환을 돕는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여름이 오기 전 단단히 준비하라는 의미에서 자연이 내어주는 앙증맞은 영양 폭탄이니 싱그러울 때 듬뿍 챙겨 먹으면 좋겠다.

큰 당근, 작은 당근보다 비타민K 많은 ‘흰 당근’ 파스닙

당근은 녹황색 채소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Gettyimage]

당근은 녹황색 채소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Gettyimage]

어릴 때부터 뭐든 잘 먹는 아이던 나의 탐식 영역에 도무지 들일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익은 당근이다. 아무리 탐하려 해도 익은 당근에서 나는 그 향이 너무 불편하다. 당근은 1년 내내 슈퍼마켓 진열대에 쌓여 있을 만큼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최근에는 당근 라페(carottes râpées·유럽식 당근채 샐러드)의 인기로 당근을 찾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당근은 저장이 수월해 우리가 쉽게, 싸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채소다. 누구나 알 듯 녹황색 채소의 대표 주자로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 성분과 섬유소를 듬뿍 지녔으며, 손질과 조리가 쉽고, 열량은 낮다.



당근의 맛은 확실히 달다. 매운맛은 아예 없고, 쓴맛도 도드라지지 않을 만큼 딱 좋다. 조금 이르게, 작은 크기일 때 수확한 당근은 여물기도 덜해 아삭한 맛이 아주 좋고 물기도 촉촉하다. 완숙한 당근에서는, 내가 불편해하는 특유의 흙내음도 덜 풍긴다. 시장에 나오는 햇당근 중 하늘거리는 줄기와 잎사귀가 붙은 것이 간혹 있다. 가늘고 연해 보이는 연두색의 당근 줄기와 잎은 싱그러운 샐러드 재료로 알맞게 생겼다. 그런데 부드러워 보이지만 질기고, 순해 보이지만 쓰다. 길게 자란 줄기 끄트머리의 아주 여린 잎 정도면 모를까 날것으로 먹기엔 다소 버거운 편이다. 혹 다른 허브나 향이 강한 채소와 섞어 페스토로 만들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되도록 줄기와 잎은 떼어 버리는 게 속 편하다. 참고로,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요리사 알랭 뒤카스는 완숙한 당근의 줄기를 깔고 다른 채소를 얹어 찐다. 풍미 재료로 당근 줄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당근 줄기가 있기는 하다. 우리가 먹는 일반 당근과 다른 이른바 ‘손가락 당근’이라고 알려진 하이브리드 품종. 이름처럼 손가락 만하게 자라는 당근이다. 굵고 크게 자라는 일반 당근보다 모든 것이 순하고 부드럽다. 주황 뿌리의 달고 아삭한 맛이 좋다. 이 품종에 달려 나온 줄기와 잎은 쌉싸래하지만 먹을 만큼 매력적이다. 날것으로도 먹고, 데쳐서 입맛대로 무쳐 나물로 먹어도 된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흔히 부르는 ‘베이비 캐럿(미니 당근)’도 짚고 넘어 가자. 마치 손가락 당근의 다른 이름 같지만 베이비 당근의 대부분은 일반 당근의 ‘일부분’이다. 일반 당근을 일정하게 깎아, 가공해 포장 판매하는 것이다.

당근은 대체로 주황색이지만 최근에는 보라색 당근, 노란색 당근도 보인다. 보라색 당근의 표면은 검붉은색에 가깝다. 속까지 완전히 자줏빛을 띠는 것, 가운데가 희끗한 것, 속은 주황색인 것이 있다. 맛은 일반 당근과 비슷하나 보라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 요리했을 때의 아름다움 덕에 한 번쯤 경험해 보는 이들이 꽤 많다.

파스닙은 식초물이나 레몬물에 담가놔야 뽀얀 색이 유지된다. [Gettyimage]

파스닙은 식초물이나 레몬물에 담가놔야 뽀얀 색이 유지된다. [Gettyimage]

당근과 꼭 닮았지만 완전히 다른 맛을 지닌 채소가 있다. ‘설탕 당근’ ‘흰 당근’이라고 불리는 파스닙(parsnip)이다. 모양은 당근과 인삼을 반씩 섞어 놓은 것 같다. 파스닙의 맛은 당근도, 인삼도, 무도 닮지 않았다. 단맛이 있으나 고소하고, 물기가 적으나 부드럽다. 섬유질은 당근 못지않게 풍부하며,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도 지녔다. 특히 비타민K가 많아 몸속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열량이 높은 편(100g당 75kcal)이나 혈당수치를 끌어올리는 식품은 아니다.

파스닙은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푹 끓여서 수프나 소스 재료로 사용하기 좋다. 맛이 둥글둥글하고 순하며, 섬유질이 많지만 부드럽게 으깨진다. 버섯이나 브로콜리 등과 섞어 수프를 끓여도 되며, 푹 삶아 으깬 다음 버터를 넣고 휘휘 저어 으깬 감자 대신 먹어도 좋다. 날것으로 맛보고 싶다면 필러로 얇게 긁어낸 다음 와인 식초에 최소 30분 이상 담갔다가 샐러드 재료로 사용해 본다. 파스닙은 사과나 모과처럼 쉽게 갈변한다. 손질해 바로 조리하거나, 식초물이나 레몬물 등에 담가놓아야 뽀얀 색을 유지할 수 있다.

‘아작아작 삼총사’ 참외 울외 노각 ‘맛’ 살리는 요리법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인 참외는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려 쓰임이 많다. [Gettyimage]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인 참외는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려 쓰임이 많다. [Gettyimage]

우리에게 흔하디흔한 참외는 사실 귀하디귀한 작물이다. 짧고 오동통한 타원형의 노란 몸통 위에 흰 줄무늬의 홈이 가볍게 팬 모양의 과일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참외는 여느 아삭한 과일이 그렇듯 훌륭한 샐러드 재료가 된다. 오일과 식초로 만든 드레싱,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등이 들어간 묵직한 드레싱, 콤콤한 피시 소스에 고수나 라임을 넣어 맛을 낸 드레싱과 모두 잘 어울린다. 당연히 고춧가루를 넣어 만드는 한식 양념과도 잘 맞는다. 게다가 간을 먹어도 물이 흥건하게 나오지 않아 간단히 무쳐 먹기에 제격이다. 소금에 살짝 절여 짭짤하게 밑간도 맞추고, 과육의 수분을 빼두면 쓸모도 늘어난다. 이 꼬들꼬들 맛좋은 것을 온갖 여름 국수에 얹어 먹고 싶다면 절일 때 설탕을 조금 넣어 단맛을 더한다. 매운 비빔국수, 간장 비빔국수, 열무국수, 김치국수, 물냉면, 시원한 묵사발 등 찬 국수와는 어지간해서는 맛이 어울리며 산뜻하게 씹는 맛을 보태줘 좋다.

참외는 불에 익혀도 맛있다. 얇게 썰어 절여서 볶아 반찬을 해도 되고, 굵게 썰어 볶아도 맛있다. 간을 맞춘다면 소금, 간장, 굴소스 등과 두루 잘 어울리며 고추기름을 살짝 떨궈도 좋다. 참외만 볶아 먹기 심심하면 기름기 적은 살코기, 새우, 달걀, 연어 등을 익혀 곁들여 먹는 방법도 있다. 참외장아찌는 껍질째 통째로 많이 만든다. 반을 갈라 씨를 파낸 자리에 설탕을 넣어 푹 절였다가 물에 헹궈 완전히 말린다. 여기에 간장과 식초로 만든 장물을 부어 절인다. 장물이 묽어지면 끓여 다시 붓기를 두어 번 정도 하면 맛도 깊어지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장아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울외다. 울외는 언뜻 초록색 참외인 개구리참외인가 싶지만 실제로 보면 참외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초록의 울외는 익을수록 색이 허옇게 된다. 단맛이 없고, 향은 오이와 비슷하며, 속살이 무른 편이고, 날것으로는 먹지 않는다. 울외의 상당량이 장아찌로 만들어진다. 속을 파내 소금에 절여 헹구고, 햇살에 널어 꾸득꾸득 말린 다음 설탕 넣은 술지게미에 박아 짧게는 1주일 길면 3개월 정도 숙성시킨 다음 꺼내 먹는다. 숙성되면서 점점 갈색으로 변하며 강렬했던 술내는 부드러워지며 달고 은은하게 변한다. 잘 숙성된 울외를 물에 가볍게 헹궈 물기를 최대한 없앤 다음 얄팍하게 썬다. 아작아작 씹을 때마다 짜고 단맛이 배어나오며 특유의 익은 내까지 힘을 더해 쭉쭉 입맛을 돋운다. 그대로 썰어 먹어도 맛있고 들기름이나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어 주무르거나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도 된다. 울외장아찌는 김밥 속, 주먹밥 재료, 국수 고명, 냉국과 무침 재료 등으로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노각은 늙은 오이다. 정확히 말하면 늙은 토종 오이다. 노각은 짧고 통통한 토종 오이가 늙은 걸 가리킨다. 토종 오이를 수확하지 않고 30일 이상 덩굴에 달아두어 그대로 늙힌다. 그러면 누렇고 거친 껍질에 갈라지듯 그물 모양이 나타나며 퉁퉁하고 길어져 오이보다 족히 2~3배는 큰 노각이 된다. 신선함과는 영 거리가 먼 생김새와 달리 속은 촉촉하게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으며, 아삭하되 연하고, 개운하고 신선한 내를 물씬 풍긴다. 늙다 보니 씨가 억세고 굵어져 속과 씨는 먹지 않고 파낸다. 씨를 파낸 자리에 소금을 넣고 절여 수분은 좀 빼고 과육의 맛과 향은 응축시킨다. 잘 절인 노각은 매끈하게 헹궈 물기를 없앤 다음 요리에 쓴다. 좋아하는 양념에 무치고, 볶아 그대로 먹기도 하고 고명이나 요리 재료로 두루 쓴다.

옥수수, 배고프면 차지게 목마르면 달게 먹자

초당옥수수는 수박이나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Gettyimage]

초당옥수수는 수박이나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Gettyimage]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간식 중 하나가 옥수수다. 옥수수는 특별한 조리 없이도 먹을 수 있고, 알알이 말리거나 가루 내어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옥수수도 먹지만 암술인 수염은 차로 마시고, 플라스틱을 대신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 PLA(Poly Lactic Acid)가 돼 포장재와 식기류, 완충제로 만들어지며, 저절로 녹는 의료용 실도 되고, 양말이나 수세미를 짜는 실도 된다.

수년 전부터 옥수수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초당옥수수는 과일보다 달며 즙이 많다. 초당(超糖·super sweet corn)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포도나 수박의 당도가 12~14브릭스라고 한다면 초당옥수수는 평균 17브릭스의 당도를 보인다. 열량은 찰옥수수의 절반(평균 95kcal) 수준.

옥수수는 줄기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맛도 같이 떨어진다. 초당옥수수도 마찬가지다. 껍질째 냉장고에 넣어두고 3일 이내 먹는 게 좋다. 과일처럼 먹는 것도 좋지만 칼로 알을 잘라내어 샐러드로 해 먹고, 여기저기 토핑으로 올려 먹으면 된다. 옥수수와 마요네즈의 궁합이 찰떡인 건 알지만 초당옥수수는 제맛이 풍부해 가벼운 드레싱으로도 충분하다. 과일처럼 주스로 갈아도 맛있다. 날것으로 먹는 게 조금 지겨워지면 굽자. 버터에 굴려가며 노릇노릇, 직화로 지글지글, 오일과 소금·후추 발라서 오븐에 은근히 구워도 된다. 수프로 끓여 먹어도 꿀맛. 보관하려면 익혀서 냉동한다. 물에 삶으면 신통한 맛이 다 빠지니 꼭 쪄야 한다. 초당옥수수의 영향인지 단옥수수(sweet corn) 종류가 많아졌다. 구슬옥, 고당옥 등이 있는데 그중 단맛은 초당옥수수만큼 좋고, 찰기를 지닌 대학단옥수수가 눈에 띈다.

찰옥수수(waxy corn) 역시 이름처럼 올록볼록 영근 알마다 차지고 쫀득하며 구수한 맛이 차지게 난다. 찰옥수수는 익혀 먹어야 하는데 찌고 삶는 사람의 솜씨를 좀 타는 편이다. 김을 올려 그저 찌기만 해도 좋지만 설탕이나 소금으로 스리슬쩍 간을 맞추면 맛도 배가된다. 옥수수를 찔 때 얇은 껍질 2~3장 정도는 남겨놓고 쪄야 더 부드럽게 익는다. 익은 옥수수는 바로 먹거나 식자마자 냉동하면 그 맛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찰옥수수는 단옥수수에 비해 품종과 색상이 다채롭다. 이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들었다는 얘기다. 찰옥수수는 떡이나 빵에 넣어 먹고, 쌀과 섞어 밥도 지어 먹고, 알갱이를 살려 죽도 끓여 먹는다. 찰옥수수도 좋은 샐러드 재료가 되며, 토핑도 된다. 쫀득한 맛은 오래오래 씹을수록 구수해지고,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을 선사한다. 강냉이를 만드는 옥수수도 찰옥수수 일종이다. 거의 부풀지 않도록 고온에서 볶기만 하면 차로 마시는 둥근 적갈색의 옥수수 알갱이가 된다. 팝콘을 만드는 옥수수는 또 다른 종류다. 전분 함유량이 달라 조리 온도와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시장에서 옥수수를 구입한다면 껍질에 싸인 것을 가만히 쥐어보자. 껍질이 촉촉하며, 여려 겹으로 감싸고 있는지, 껍질이 종잇장처럼 얇고 힘이 없지는 않은지, 그 속에 든 알맹이가 단단하고 묵직한지 가늠해 본다. 옥수수 알갱이가 보이는데 투명해지기 시작했다면 정점에 올랐던 맛이 내려가는 중이라는 표시다. 옥수수수염이 마르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산지가 아닌 곳에서 만나는 옥수수는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그래도 그중 가장 생생한 걸 찾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제철 옥수수 종류가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물이 끓을 때까지 옥수수를 절대 따지 않는다”는 농부들의 말처럼 수확한 옥수수를 바로 먹는 것이다. 일단 샀으면 빠르게 행동하자.



신동아 2022년 8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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