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민주당 총선 참패 예고 지표, 투표율

[데이터로 본 민심]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ankangyy@hanmail.net

    입력2022-08-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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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율 낮으면 국민의힘, 높으면 민주당 유리

    • 6·1 지방선거 투표율 50.9%… 역대 두 번째로 낮아

    • 60대 이상 국민의힘, 40대에선 민주당 상대적 강세

    • 청년 정치인 입지 약화도 민주당에 불리한 요소

    과거 데이터엔 미래가 담겨 있다. 지난 선거 결과엔 내일 선거 승패가 예고돼 있다. 2024년 4월 총선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여야 승패를 예측해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총선에선 투표율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투표율이 높으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계열 정당이, 낮으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선전했다.

    투표율이 66.2%로 가장 높았던 2020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투표율 60.6%로 두 번째 높았던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했다. 투표율 46.1%로 최저를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153석을 획득했다.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등까지 더하면 보수 진영의 일방적 승리였다. 투표율 54.2%로 두 번째 낮았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달성했다.

    총선 승패를 가르는 두 번째 요소는 정국 주도권 행사 여부다. 대통령 임기와 관계없이 정국을 긍정적으로 주도하는 정당이 승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은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이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당시 박근혜 당대표가 새누리당을 이끌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고 대대적 공천개혁에 나선 민주당이 승리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주도한 끝에 불리한 여론에도 당시 여권인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선전을 펼쳤다.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압승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표율은 50.9%로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최저 투표율은 2002년 3회 지방선거로 48.9%였다. 당시에도 새천년민주당은 광역단체장선거에서 호남 3곳과 제주도에서만 이겼다. 자유민주연합은 충남에서 승리했고, 나머지는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은 3월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 정국 주도권을 행사했다. 정권 인수와 청문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정권 인수인계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압승 이유

    6·1 지방선거 특징은 20대, 30대, 40대 투표율 급락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2030 투표율은 30%대에 그쳤다. 40대 투표율도 40%대에 머물렀다. 반면 60대 이상 투표율은 60%대, 50대 투표율은 50%대를 나타냈다. 20대(18·19세 포함) 17%, 30대 15.1%, 40대 18.4%, 50대 19.6%, 60대 이상 29.9%…. 6·1 지방선거 유권자 비중이다. 60대 이상에선 국민의힘, 40대에선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연령에선 양당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결국 6·1 지방선거는 40대 지지를 받는 민주당과 6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민의힘 대결이었던 셈이다. 60대 이상은 유권자 비중과 투표율이 높아 민주당으로선 애초 역부족이었다. 20대 30대 40대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나 대선후보를 심판할 때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02년 지방선거, 2007년 17대 대선, 2008년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 또는 대선후보를 심판할 때는 투표율이 높아진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이 그렇다.

    투표율은 연령별로 서로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투표율은 일종의 습관이다. 일단 투표에 참여하면 다음 번에도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60대 이상 투표율은 대체로 높다. 그리고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따라 진폭이 크지 않다. 그리고 이들은 연령효과(age effect) 때문에 보수성향이 나이가 들수록 강화된다. 50대 투표율은 모든 연령의 중간쯤이거나 조금 높게 형성된다. 이들 중 일부는 투표권을 행사하면서부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투표했다. 이들은 세대효과(cohort effect) 때문에 여전히 진보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50대 일부는 보수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은 특성도 함께 지닌다.

    20대, 30대, 40는 투표율에서 큰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선 평균 투표율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평균과 거의 같았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도 20대, 30대, 40대 투표율은 평균 투표율과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였다. 40대 투표율은 평균에 근접했다. 이 시기 20대, 30대, 40대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높은 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세 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3월 대선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과 0.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대, 30대, 40대에선 투표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2017년 대선과 비교해서 20대에선 두 자릿수 이상 떨어졌다. 30대, 40대는 5%포인트 내외로 투표율이 낮아졌다. 6·1 지방선거에선 2040 투표율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고, 평균 투표율에 비해 하락 현상이 뚜렷했다. 이러한 2040 투표율 하락은 결국 민주당 패배로 귀결됐다.

    민주당의 딜레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아래)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동아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아래)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동아DB]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낮은 투표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40 투표율은 하향 추세가 완연하다. 앞서 언급했듯 투표는 습관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이번에 투표하지 않은 20대, 30대, 40대는 다음 선거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연령이 낮을수록 탈이념 탈진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념·진영 대결로 치닫는 선거에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였으나 6·1 지방선거에선 50.9%까지 급락했다. 2020년 총선 투표율은 66.2%였다. 2024년 총선에선 50% 중반 전후를 기록할 수 있다.

    총선 승패를 가를 두 번째 요소인 정국 주도권에서도 국민의힘이 다소 유리하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엔 대략 두 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선명(또는 투쟁) 야당이다. 네거티브 기조가 일반적이다. 여당과 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앞날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중도 확장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당 존속이란 면에서 알기 쉬운 방안이다. 둘째, 대안 야당의 길이다. 대안을 제시해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안이다. 포지티브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여권의 공세를 막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선명 야당에 가깝다. 정권 인수인계 단계에서부터 사사건건 정부 여당과 맞서고 있다. 민주당 노선은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지도부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여권의 공세는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과 관련한 ‘월북 논란’, 귀순 어부 강제 북송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력 당권·대권주자인 이재명 의원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대안 야당의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2040 정치참여를 주도한 이준석 대표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비례대표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정당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입지 약화는 20대, 30대, 40대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의 선명 야당 노선은 국민의힘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총선 참패를 예고하는 지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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