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대생 기숙사’의 한 장면.
쿠파드레를 먹으면 곧바로 몸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먼저 입과 혀, 팔다리가 굳는다. 이어 체온이 떨어지고 심장이 거의 뛰지 않게 된다. 눈이 흐려지고 온몸이 창백해지면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희생자가 가사 상태가 되면 사제들은 죽은 양 매장한다. 희생자는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으므로 매장당하면서 정말로 공포에 질리게 된다. 더구나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니 커다란 심리적 쇼크를 받게 된다. 이렇게 산 채로 묻히면서 당사자는 거의 넋이 나간 상태가 된다.
이후 사제는 무덤을 파내어 희생자를 소생시킨다. 희생자는 자신을 죽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는 심장이 적출되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좀비를 등장시킨다.
자연에서도 동물을 공포에 무감각한 좀비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달팽이를 감염시키는 기생충이 대표적이다. 달팽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낮은 단계에 있으므로 본래 숨어 사는 생물이다. 그러나 이 기생충에 감염된 달팽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용감하게 풀잎이나 풀줄기를 타고 나무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달팽이를 본 새는 당연히 재빨리 집어삼킨다. 그러면 기생충도 달팽이와 함께 새의 몸에 들어간다. 기생충은 새의 몸 안에서 더 안락한 삶을 누린다. 즉 기생충은 새의 몸에 들어가기 위해서 달팽이의 뇌를 조종하는 것이다.
최근엔 좀비 개미도 발견됐다. 개미를 좀비로 만드는 것은 곰팡이다. 이 별난 곰팡이는 포자 상태로 개미의 몸속에 들어가서 자란다. 그러다 개미의 뇌에 침입해 개미를 조종한다. 이윽고 개미는 식물의 잎을 타고 올라간 뒤 잎을 꽉 문 상태로 죽고 만다. 나중에 개미의 머리에서 곰팡이 포자가 나와 밖으로 퍼진다.
톡소포자충이라는 아주 흔한 단세포 생물도 다른 생물을 좀비로 만들 수 있다. 이 생물은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간 뒤 숙주의 신경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한다. 한 톡소포자충은 고양이류의 창자에서만 번식한다. 그러나 번식만 안 할 뿐 다른 온혈동물의 몸속에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이 기생충은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면 수백만 개의 접합자를 고양이 배설물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나온 접합자는 사람, 개, 쥐 할 것 없이 어떤 동물의 몸속으로든 들어갈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는 것은 생쥐와 같은 설치류다. 생쥐는 본래 고양이류를 두려워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대대로 생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생쥐는 정반대로 고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고양이 냄새를 향해 다가가기도 한다. 이런 생쥐가 고양이에게 먹히면 그 생쥐의 몸속에 들어 있던 톡소포자충이 고양이의 몸에서 다시 번식하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설치류를 조사한 연구자들은 편도에 든 접합자의 농도가 일반 설치류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톡소포자충이 편도를 억제해서 생쥐의 두려움을 없앤 것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공포영화 못 보는 사람의 경우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근원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기인하고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의 발현이라는 점이 나타난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는 두뇌 특정부위의 손상이나 감염 등에 의한 비정상적인 상태로 이해된다. 좀비는 이러한 비정상이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인간이 감염에 의해 좀비가 될 가능성과 관련해, 톡소포자충이 생쥐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감염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것이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사미타 안드레안스키 박사는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실제로 출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