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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붐, 실패 없는 ‘맞춤유학’이 뜬다

조기유학 붐, 실패 없는 ‘맞춤유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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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3학년 때 유학을 떠난 재영이는 툭 하면 싸우고 인사도 잘 안하는 퉁명스러운 아이였다. 지능은 평균수준, 학업성적은 바닥권이었다. 직업적성검사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차근차근 분석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직업은 고도의 학업적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적합하지 않으며, 기계를 만지거나 신체를 움직이는 분야가 적성에 맞다는 판정을 받았다.

재영이의 유학지는 영국으로 결정됐다. 영국은 단 한 명도 소외시키지 않는 인간중심의 교육을 하며 생활예절을 중시하기 때문에 재영이처럼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 적합하다.

어느날 재영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유학원으로 연락이 왔다. “이 학생이 좀처럼 인사도 하지 않고 퉁명스럽게 구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유학원측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 귀띔했다. 그날부터 담당교사는 매일 재영이가 일어나기 전에 기숙사로 찾아가 먼저 ‘굿 모닝’ 하고 인사를 했고 그 일이 매일 반복됐다. 운동장에서 마주쳐도 교사가 먼저 학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까 재영이도 자연스럽게 교사를 만나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할 줄 아는 아이가 됐다.

▲ 고등학교 1학년 은철이의 검사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말이 없고 우울한 성격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했던 은철이는 지능검사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규 학교교육에서 습득해야 할 것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인 규범이나 관습적인 행동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미성숙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진아였다. 은철이는 교사와 학생이 1 대 1로 공부하는 영국 학교를 택했다. 차분한 데다 상상력이 풍부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업훈련 중심의 학교다.

▲ 중학교 3학년 때 검사를 받은 종현이는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은 높으나 오히려 이런 특성 때문에 자기 능력을 평가받는 상황에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됐다. 논리적 추리력도 평균 이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종현이의 특기는 스포츠. 골프는 청소년대회 우승 수준이었다.



종현이에게 적합한 유학지는 운동능력도 학업과 똑같이 높이 평가해 주는 미국으로 결정됐다. 그것도 종현이의 성적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한 명문고를 택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종현이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었다. 물론 학교측은 성적 등의 문제점을 들어 종현이의 입학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당신 학교의 방침은 옳지만, 한국 학교의 성적표가 이 아이의 전부는 아니다. 일단 학생의 활동을 지켜본 후 정식 학생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조건부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종현이는 이후 학교 농구 대표선수로 활약하면서 정식학생이 됐다.

물론 유학이 성공하려면 학비와 생활비 등 연간 4000만원까지 들어가는 유학경비를 지불할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이 필수다. 지난해 7월 뉴질랜드에 조기유학을 간 14세 소녀가 1년 동안 한국인 위탁보호자에게 감금당한 채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소녀의 어머니는 1년 전 보호자에게 아이를 맡기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송금을 하지 않아 보호자는 소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게 한 뒤 성적 학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으로 무리한 유학이 부른 끔찍한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엘리트 유학원 최정태 원장은 “소문만으로 학교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커리큘럼 등을 보내달라고 해서 그 학교가 내 아이에게 잘 맞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밖에 보호자 선정, 이민자나 유학생을 위한 영어연수코스(ELS)가 개설돼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사립학교 중에는 랭귀지 코스가 있는 학교보다 없는 학교가 더 많다. 또 기숙사가 있는 학교 중에서도 주말에는 기숙사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맛보기 유학 교환학생

자식을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가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을 때의 좌절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맛보기 유학 기회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각종 연수, 서머스쿨, 홈스테이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특히 1년 정도로 장기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미리 현지 적응력을 테스트하고, 정식 유학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 공보처와 일본 문부성이 후원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학생을 성적만으로 선발하지 않고 해당 언어의 준비도와 생활태도 등을 중시하고 다양한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미국 공보처에 등록된 비영리단체 AYUSA(Academic Year in the USA)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6개월~1년 동안 미국 가정에 숙식하며 인근 공립중·고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청소년에게 미국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체류 기간에 별도의 학비와 숙박비는 없고 참가비와 보험료 수속 및 관리비를 합쳐 (약 600만원 6개월 약 500만원)이 소요된다..

자격은 만 15~18세 미만의 중고생으로 학업 성적은 상위 20% 이내. 사교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미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민간외교사절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 영어평가는 G-TELP(듣기, 어휘, 독해)로 하는데 내신성적이 상위 20% 이내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응시했을 때 75% 정도가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세대 재료공학부 1학년에 재학중인 임원배군은 97년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서스퀴아나시 공립학교의 교환학생이 됐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던 차에 미국에서 보낸 8개월이 삶에 활력을 주었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학교여서 영어실력이 비약한 것을 물론, 백인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공부하는 방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귀국 후 한국과 미국의 학기가 맞지 않아 고교 1학년을 다시 다니는 등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외국 고등학교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대학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99년 처음 실시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초청가정에서 가족처럼 생활하고 근처 공립 혹은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며 일본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학교 공부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여건에 따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일본어 수준은 2년 정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한문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으면 된다. 학생이 일본어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미술, 음악, 체육, 수학, 영어 중심으로 특별시간표를 만들어준다. 자격은 만15~18세 고등학교 재학생. 성적은 평균 C학점 이상이면 된다. 학비와 숙박비는 무료고 참가비·학생수속 및 관리비로 약 600만원(6개월 약 500만원)이 든다.

고등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과감하게 일본교환학생 선발에 응시한 임인아양은 연수 도중 아예 한국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중이며 앞으로 일본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할 계획. 인아양이 다닌 학교는 도쿄에서 1시간 반 떨어진 아시카가시 여고(공립)로 시설만 보면 한국의 웬만한 사립고등학교보다 못한 수준이었다고. 그러나 그가 이 연수로 얻은 것은 자신감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반 석차가 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공부에는 자신이 없었다. 대신 글쓰기, 노래, 그림 그리기가 그의 특기였지만 석차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본 학교에서는 작은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외국인 대상 일본어 스피치 콘테스트에 출전해 우승한 것도 좋은 추억이 됐다.

조기유학은 필요 없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98년부터 외국대학 진학 희망자를 선발해 해외유학 프로그램(Study Abroad Progrm)을 진행하고 있다. 주 4일 방과후 3시간씩 토플과 미국 대학진학을 위한 수능시험(SAT)을 집중적으로 준비해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과 같은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최근 조기유학 추세와는 정반대로 고교3년 과정을 국내에서 마친 뒤 유학을 떠난다는 조건 아래 이 프로그램에 들어올 수 있다.

유학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고 품성이 바르며 부모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는 학생 그리고 무엇보다 토플 600점 이상, SAT 1600이상, 내신등급 우 이상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3학년 9명, 2학년 13명, 1학년 26명이 선발됐다.

이들에게는 단순히 영어를 배우기 위한 조기유학은 필요 없다. 이미 영어가 그 수준은 넘어섰기 때문. 3학년생 중 첫 번째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입학이 결정된 오영근군은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전혀 없고 순전히 한국에서 쌓은 영어실력이지만 별도의 랭귀지 코스 없이 곧바로 학부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오군과 함께 유학을 준비해 온 다른 학생들도 4월이면 입학대학이 결정될 예정이다. 학교는 학업성적과 영어 외에 아이비 리그 대학 진학에 필수적인 봉사와 대외활동까지 주선해준다.

이 학교의 국제교류부장인 김수균 교사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세계적인 인물로 키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기유학에 반대한다”면서 “고교과정은 최소한 국내에서 마쳐야 한국에 대한 역사의식을 갖고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이 조기유학을 부추긴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유학 허용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 해도 이미 대세는 ‘자유화’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들은 강제적인 규제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와 선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조기유학 수요자를 국내로 끌어들일 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까지 규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육부 변대룡과장(재외동포교육담당관)은, 개정법이 공포되는 대로 유학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시도교육청내에 유학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가급적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유학정책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쉬쉬’하고 보내는 도피성 유학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당당하게 떠나는 조기유학시대가 시작됐다.

황용길 박사가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아동이 부모의 품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직접 겪고 살아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조기유학은 가치가 있습니다. 예쁜 자식은 험한 여행을 시켜야 한다는 교훈이 있지 않습니까? 또한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외국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적인 가치도 있지요.

외국유학을 통해 얻어지고 축적된 지식과 기술이 사회와 경제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해외유학을 거친 우수한 인력이 학계와 산업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조기유학 전면 허용은 이같은 바람직한 결과 대신 귀중한 국력의 낭비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기유학의 행선지가 문제입니다. 유학희망자 절대 다수가 미국과 영국 또는 호주를 비롯한 미주 문화권 국가를 택합니다. 이들 나라의 물리적인 교육환경은 분명 한국보다 우수합니다. 그러나 교육효율의 평가척도인 국가별 학업성취 기준에서 볼 때 한국교육은 이들 구미의 국가를 압도합니다. 한국의 초·중·고 교육의 양과 질은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우수하지요. 따라서 현재의 조기유학 개방정책은 공부 잘하는 나라의 아이들을 공부 못하는 나라로 보내는 형국입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이들을 도피시키는 셈입니다.

유학간 지 얼마만에 영어를 조잘대니 신통해 보이기도 하고 똑똑해 보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속 빈 강정이라는 속담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기 좋고, 살기 좋다고 학교까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초중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습득해야 할 기초학습능력의 절대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조기유학은 어쩌면 아이들을 외국의 저질학교로 내몰아 종국에는 아예 바보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체류국 학교의 저질교육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모국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습하는 내용을 배우지 못한다는 점도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적게 배우는 동안 본국의 아이들은 많이 배우고, 그러는 동안 학업성취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집니다. 한국아이들은 외국 가도 잘 하지만, 외국 살던 아이들은 한국 오면 견디지 못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둘째, 유학의 목적이 문제입니다. 대학과정 이상의 유학은 선진 과학기술과 지식의 습득이 그 목적입니다. 그러나 조기유학의 경우는 대부분 외국어능력, 특히 영어사용능력의 신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동들의 외국어 습득속도는 놀랍도록 빠르니까요. 그러나 습득속도가 빠른 만큼 상실속도 역시 빠릅니다. 귀국한 후 잠깐만에 까맣게 잊고 마는 것이 외국어입니다.

또한 외국어를 배우는 만큼 모국어 습득기회가 줄어듭니다. 영어 배우려다 우리말 못 배우는 희한한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이 모국에 돌아와서는 어찌 될까요? 영어도 완벽하게 못 하고 모국어도 제대로 못 하는 국적불명의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모국의 풍속과 관습을 배우지 못한 관계로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지요. 아이가 다시 돌아와 살아야 하는 곳은 한국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에서 살 아이들은 한국의 말과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하지요.

셋째, 영어가 곧 국력이라는 혼돈된 논리를 경계해야 합니다. 영어를 잘 하면 나라가 잘 되리라는 믿음은 몽상에 불과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과 인도의 예를 보십시오. 이들 국가는 가난을 면치 못합니다. 일본사람들이 우리보다 영어를 잘해서 세계의 자동차와 전자기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을까요? 국민 모두가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보다 먼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좋은 물건은 잘 팔리게 되있으니까요. 능통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영업과 판매를 담당할 사람들은 소수로 족합니다.

유학생 개개인의 상황이 다른지라 한 마디로 찬반을 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유학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돼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학과정 이상에서 유학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제 믿음이며 이 과정 역시 일정한 선발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돈 있다고 무조건 내보내서도 안 되고 능력은 있으나 형편이 안 되는 학생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유학문을 열든, 학교를 열든 사회가 열리지 않고는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사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취업 기회가 열려야 합니다. 한국교육의 문제는 풍족한 취업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는 정치의 무능에서 시작됩니다. 일자리가 워낙 없으니 일류대학을 가야만 하고,. 경쟁에 처지는 이들은 외국에 나가 국내 재진입을 꾀하지요. 요즘의 조기유학은 오히려 모국의 일류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니 차라리 처량할 지경입니다.

정치가 정신을 못 차리는 한, 어떤 방도라도 효과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기유학 허용이라는 미봉책도, 학력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현행 대학입시정책도 소용이 없을 겝니다. 어차피 전국민의 바보화 정책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필연적으로 정원이 있습니다. 정해진 수의 기회를 놓고 다툴 수밖에 없음이 사람 사는 일입니다. 그런데 직장 정원은 늘리려 않고 학생수만 불리니 계속 아우성이지요.

어쭙잖은 세계화 바람에 국내의 기초학문이 죽고 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기초학문은 산업과 경제 그리고 문화발전에 원동력입니다. 외국유학에 소모되는 엄청난 재정은 오히려 국내기초학문의 보강과 부흥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장도 늘어나고 국민의 생활수준도 향상되지요. 그래야 사회가 열리고 학교가 열리게 됩니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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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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