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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용지역 설치가 지름길이다

영어공용지역 설치가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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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인 지식노동자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영어문화권으로 대변되는 세계 공통문화에 더 많은 한국인이 직접 뛰어든다면 우리가 당면한 대화 문화의 부재현상, 감성과 이성의 대화가 미분화되는 현상이 균형적 이중언어 구사자를 대량 배출하는 것을 발판으로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의 70∼80%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이 범국가적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어 대중교육 환경과 학교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첫째, 대중영어교육을 위해 여러 지역을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영어와 한국어 공용지역으로 설치해야 한다. 세계화란 해외여행을 즐기고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경제성장의 열매를 자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지식기반 경제 아래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 세계화다. 산업화 시대와 달리 소수 영어사용자를 통해 선진지식과 정보를 문어 중심으로 수입해서는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대 다수가 효과적으로 대량의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직수입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1세기에 우리 민족이 생존하려면 경제활동인구의 70∼80%가 복합 전문인력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식노동자가 돼야 한다. 이들 모두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지식과 정보를 신속히 학습하고 재창조하기 위한 지식과 정보의 교환, 공동학습, 공동창조과정의 원형은 구어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교 영어교육이나 대중영어교육 과정에 아동의 언어 습득과정과 같이 영어로 직접 말하고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교육이 이뤄질 것임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가 증명한다.

두 언어 모두를 일정한 교양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제2외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런 환경은 영어 사용지역에 유학을 보냄으로써 야기되는 한국어 문화에 대한 결핍과 불균형을 막고 막대한 외화가 낭비되는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조기 유학을 말한다. 즉 12세 이전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언어불구자 만드는 조기유학

조기유학은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이다. 12세 이전에 영어를 가르치면 영어식 사고가 발달해 영어식 발상법과 영어의 구문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가장 적절한 어휘와 표현법을 사용하며 감정과 내용이 일치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 쉽게 말해 영어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 구문을 구축하며 가장 적절한 한국어 어휘를 선택하고 표현하는 방식과 이에 수반되는 평가와 강도를 포함한 한국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12세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 어린이는 한국이나 미국사회 어디에서도 독자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성적 불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지역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합리성·투명성을 갖춘 세계적 기준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와 비슷한 중국식 권위주의 전통을 지닌 이들 국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경험에 비춰 영어·한국어 공동사용 지역을 설치하면 큰 비용과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세계화, 지식정보시대의 필요조건인 영어와 서구 문화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전통언어와 문화에 서구의 것을 접목해 우리 언어와 문화의 세계화, 지식정보화를 촉진 할 수도 있다.

공용지역 설치로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대량 양성해 최고 수준의 세계 지식노동자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정보화 지식을 흡수하고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균형적 이중 언어 사용지역의 선별적 설정을 통해 이중 언어 구사자로서 세계화된 지식노동자가 대량 배출되면 개인과 기업,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조성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 기대된다. 또 균형적 이중 언어 획득을 통해 지식노동자의 중요 덕목인 창의성도 제고될 수 있다. 두 문화권의 동태적 상호작용이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학인 드러커, 아인슈타인, 키신저, 마르크스 등은 모두 두 개 언어 이상에 능통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다듬어진 영어의 합리적·이성적·객관적 대화문화를 통해 1000여 년간 우리를 지배한 권위주의적·교조주의적이며 감성에 치우친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문화의 창의성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실현 방법으로 연장하고 확대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관광지구, 하이테크와 벤처산업이 발달한 지역, 교육기관이 집중된 지역을 한·영공용화 지역으로 선정하면 영어를 상용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경제적 부담 없이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대량 배출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경인공업지역과, 부산항을 기반으로 한 부산지역, 제주도와 강원도의 관광지역, 테헤란밸리, 대덕연구단지 그리고 용인 수원 포항 등 대학 밀집지역을 이중 언어 대상지역으로 우선 고려해볼 만하다. 그 밖에도 필요와 여건이 갖추어진 지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은 수입을 유발하지 않고 무한재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미래형 산업이다. 관광의 첫걸음은 그곳 주민의 외국어 구사능력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 없이 관광산업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다. 고급 인력만 영어를 하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택시기사, 각종 음식점과 호텔 웨이터까지도 완숙하게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19세기형 선진국인 일본이 세계 표준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아세안에 경제적으로 역전당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영어가 싱가포르 경쟁력의 원천이며 지식정보시대의 도래로 영어사용권 국가들이 서비스 산업 등에서 일본을 추월할 호기가 왔다”고 주장한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세계 일류 정보통신 회사들이 생산기지를 착착 이전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영어 구사능력과 영어문화권에 익숙한 환경이 세계적 기업을 끌어들인 것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들의 하이테크산업 역량이 크게 신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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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부 < 명지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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