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농담이라면 구체적으로….
“A라인에서 셋(장씨와 김씨, 박씨)이 있을 때 그런 행동과 야한 농담을 많이 했어요. 어떤 때는 주위에 있는 여직원 몇 명이 동석할 때도 있었고요. ‘어젯밤에 야한 비디오를 봤는데 그거 진짜 끝내주더라’ 뭐 그런 얘기였어요. 비디오에서 본 (섹스)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서 옆에 있는 나를 슬쩍 쳐다봐요. 내 반응을 떠보기 위해 듣기조차 민망한 음담패설을 일부러 더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적이 여러 차례 있었죠. 야한 얘기 끝에 김씨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야, 몸 야한데. 너 몸매 진짜 괜찮다. 끝내주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어요. 그 말 속에는 ‘너와 같이 자보고 싶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 같았어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가던 그는 버릇처럼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간간이 얼굴을 들었다가도 다시 숙이기를 여러 차례. “비디오에서 본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섹스에 관한 이야기였냐”고 직접적으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인 필자 앞에서 ‘섹스’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스럽다는 듯. 그러고는 “결혼하고 나면 여자들은 부끄러움이 사라진다던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내뱉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랬나요.
“어떻게 남자인 제 앞에서 자기 남편과의 일(섹스)을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털어놓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어요. ‘우리 신랑은 뭐, 밤에 잘해, 못해’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하고…. 남편과의 일(섹스)을 마치 전날밤 본 드라마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대요.”
-그들의 야한 농담에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나요.
“대부분 아무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었어요. 이렇게 얘기한 적은 있어요. ‘어떻게 그런(부부관계) 얘기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할 수가 있느냐, 창피하지도 않느냐’고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야한 농담이 오가는 자리가 싫었다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야한 얘기로 시작하는 건 아니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서히 이상한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죠. 야한 얘기를 한다고 얼굴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가 없었어요. 한참 어린 후배가 정색하고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따지기도 뭣하고요.”
이 사건의 원고측 변호사인 조숙현씨는 “이 회사의 경우 대다수가 여직원인데다 박씨 등이 연상이어서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성희롱은 단순한 남녀간의 성적문제가 아니라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이 다른 쪽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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