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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6·29 서해교전과 기막힌 군사정보 유출 배후

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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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31일 국방부는 여수 반잠수정 격침 사건을 기리기 위해 여러 부대와 장병을 포상했는데 이때 공작모선에서 나오는 전파를 정확히 추적했던 777부대의 미국인도 표창을 받았다.

실력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자존심이 강한 게 특징이다. 때로는 이 자존심이 ‘화(禍)’를 자초하기도 한다.

한국군이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777부대는 정보사에 통합돼, 정보사가 영상정보·인간정보·신호정보를 모두 수집·분석·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두 부대가 각기 다른 영역을 갖고 병존(竝存)하다 보니 경쟁심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갈등은 부사관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집단에서 특히 강하다.

두 부대를 통합하면 지휘부를 구성하는 고급장교가 진출할 자리도 훨씬 줄어든다. 때문에 장교들도 내심 통합을 반대해, 두 부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생기게 되었다.

6·29교전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4월에서 5월 사이 약 40일 동안 정보사가 777부대에 대한 영상정보 제공을 중단한 것도 바로 자존심 싸움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정보사가 일선 부대에 보낸 정보 중에서 일부 정보의 출처를 777부대로 밝혔기 때문에 일어났다. 정보의 세계는 매우 특이해서 정보를 찾아낸 사람은 밝히기보다는 감추는 것이 오히려 ‘영광’이다. 즉각 777부대는 정보사에 “왜 우리 부대를 출처로 밝혔느냐”고 심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기분이 상한 정보사의 실무책임자(대령)가 777부대에 온라인으로 항공사진 정보를 제공하는 KCITS(Korea Compressed Imagery Transmission System·한국영상전송체계)를 차단해버렸다.

신호정보 수집 전문부대라도 영상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암호 해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부대가 어느 지점에서 나오는 특이한 신호를 잡았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무슨 전파일까 고민하고 있는데 정보사에서 그곳에 북한군 함정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영상정보를 제공하면, 신호정보 분석관은 해군 작전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해 암호를 빨리 해독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미군 첩보위성이 찍은 사진은 미 공군과 한국 공군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KCOIC(Korea Combat Operation Intelligence Center·한국전투작전 정보본부)를 통해 정보사에 제공되고, 정보사는 이 사진을 분석한 후 다시 각 부대에 전파한다. 정보사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미군에게서 제공받는 위성사진 분석자료도 제공해 주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교류 중단을 한철용 777부대장은 물론이고 정보사령관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두 부대장은 6월13일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다음에야 이를 알고, 6월14일 부대 마찰을 봉합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여기서 두 부대장이 합의를 했는데도 정보사는 48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777부대에 대한 온라인 정보 제공을 재개했다. 두 부대에 ‘쟁이’가 많다 보니 이처럼 사소한 마찰도 극단적인 대립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부대장도 모른 싸움

이러한 문제는 두 부대의 상급자인 국방정보본부장(중장)이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방정보본부장인 권영재 중장(權寧載·육사 25기)은 그럴 만한 조정능력이 부족했다. 여기에는 한국군의 고질인 인사 문제가 깔려 있다. 한소장이 폭탄 발언을 한 데는 그의 육사 1년 선배인 권영재 본부장 그리고 김동신 장관과의 깊은 갈등이 숨어 있다.

권영재 본부장은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할 때 ‘직위진급’을 했다. 직위진급 한 장교는, 지난 호 ‘신동아’가 ‘출신별 TO 할당과 직위진급 남발이 문제’ 기사에서 적시했듯이, 2년 후 전역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진급이다. 더구나 권소장이 직위진급한 후 맡은 보직은 777부대장이었다. ‘군인사법 시행령’은 777부대장을 직위진급자만 가는 보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2년이 오기 전 권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이동했다. 보직이 바뀌면 전역이 2년 연기되는 것이 군의 관례다. 그리고 다시 2년이 되기 전에 정보사령관에 임명돼 전역을 피하게 되었다.

반면 한철용씨는 일반진급을 했다. 일반진급한 장교는 이후 상위 계급으로 진급할 자원이므로, 대개는 진급 직후 지휘관 보직을 받는다. 소장으로 일반진급한 장교는 사단장으로 나가고 중장으로 진급한 장교는 군단장 보직부터 맡는 것이다. 한철용씨는 일반진급을 했기에 8사단장을 역임하고 이어 국가정보원의 국방보좌관을 지내고 777부대장으로 옮겨와 있었다.

지난 해 11월8일 발표된 군 정기인사에서는 육사 27기가 중장으로 진급해 군단장으로 나갔다. 그러니 이 인사를 앞두고 25기인 권영재씨나 26기인 한철용씨는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두 사람은 계급정년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정보병과에 할당된 유일한 중장 보직인 국방정보본부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력했다.

승자는 권영재 소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소장이 직위진급했기 때문에 중장도 직위진급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두 번이나 직위진급을 하는 것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지난 해의 육군 인사는 ‘매우 이상’해서, 준장에서 소장으로 직위진급한 장교 중에 권영재·차형구·황진하씨가 다시 중장으로 직위진급하는 ‘혜택’을 누렸다.

일반적으로 준장에서 소장으로의 직위진급은 각군 총장이 결정하나, 소장에서 중장으로의 직위진급은 국방장관이 결정한다. 당시 육군 총장은 김판규(金判圭) 대장이고 국방장관은 김동신씨였다. 일반진급을 하고도 마지막 기회를 놓친 한소장이 섭섭한 감정을 느꼈을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 한소장은 권소장의 진급에 대해 전역서를 제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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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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