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1일 민예총, 문화연대 등 진보적 문화예술 단체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문화정책 10대 과제’라는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문예진흥원의 위원회로의 개혁, 문화인프라 구축, 남북간 문화예술 교류 추진, 지역문화 활성화 등 현재 우리 문화계가 안고 있는 과제들과 세부적인 추진방법 등을 적시하고 있다. 현 정부로서는 이렇듯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발한 정책제시를 해온 인사들을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문광부 이영진 정책보좌관도 “예총의 경우 정책연구를 하는 기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준비된 사람을 뽑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코드 인사가 아니라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뽑았다”고 강조했다. 민예총 출신인 사단법인 한국문화정책연구소의 정희섭 소장은 “단순히 수치나 사실관계만으로 편파인사라고 단정지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지난 정권까지 문광부 산하 및 소속단체 공직에 민예총 회원이거나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사가 들어간 경우는 고 문호근 선생님이나 김명곤 국립극장장밖에 없다. 그러다가 현 정부 들어 5개 단체장을 민예총 계열에서 차지하게 되니, 민예총이 정권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민예총이나 개혁적 인사의 참여 기회가 조금 넓어진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문광부 산하 및 소속단체 총 42곳 중에서 현 정부 이후 새로 임명된 단체장은 10명이고 이중 민예총 계열 인사는 4명에 불과하다. 김명곤 국립극장장의 경우 지난 정권에 임명됐다. 문광부 이영진 정책보좌관은 “어디 출신인가를 문제삼지 말고 능력으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민예총 산하인 작가회의 회원이면서 동시에 예총 산하인 문인협회 회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됐을 때 언론에서 민예총 출신이라는 사실만 부각시켰다”며 “문화계 보혁갈등은 우리사회의 편 가르기식 사고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화계 보혁갈등에서 ‘코드 인사’ 다음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예산문제다. 한나라당 신영균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예진흥기금의 예총에 대한 지원은 감소하고 민예총에 대한 지원은 늘었다”고 주장했다. 예총과 산하단체에 2001년도에는 16억7750만원이 지원되다가 2003년 11억9700만원이 지원되어 29%가 줄어든 반면, 민예총과 산하단체 지원액은 계속 늘어나 지난 2년간 42%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예진흥원 강형철 사무총장은 “신영균 의원은 예총에 대한 지원이 2년 전보다 5억원 정도 줄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총 산하의 연극협회와 무용협회가 주축이 되어 개최하는 서울공연예술제에 5억원이 투입되면서 그만큼 예총 본부에 대한 지원이 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민예총의 경우 42% 늘어났다고 하지만 실제 액수는 4억에서 6억5000만원으로 늘어나 절대액수에서 아직도 예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예산문제는 지난해 결정된 일로 이번 인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김성호 의원(통합신당)은 “예총은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비까지 문예진흥원에서 지원받는 유일한 단체”라고 지적하며 “이는 일종의 특혜 아니냐”고 꼬집었다. 즉 문예진흥기금 지원에서 예총이 민예총을 비롯한 다른 단체들보다 혜택을 받으면 받았지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총 입장은 다르다. 지금까지 예총의 104개 지방연합회와 지부는 정부로부터 정액보조금(각 연합회 연간 3500만원, 각 지부 2200만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민예총을 비롯한 다른 단체와 경쟁을 통해 예산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예총 입장에서는 정액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아예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편파인사나 지원금 삭감 외에도 예총은 1999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예술인회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2년 대통령선거 공약사업인 예술인회관 건립은 1996년 4월 서울 목동에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로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계획은 국고보조금 150억원, 건물임대료 244억원, 예총 자체 모금 30여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IMF 이후 예총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해 1999년 6월 이후 공사가 중단되자 지난해 정부는 국고보조금 50억원을 추가로 교부하면서 공사재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