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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수능날개 달고 EBS 독주 ‘맏형’ 교육개발원은 뒷짐

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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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교육기관의 치열한 위상경쟁

EBS 수능전문강의를 앞두고 교재를 고르고 있는 학생들.

당시 위성과외는 내수시장 침체에 허덕이던 가전업체에 1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7년 뒤, 우리는 놀랍게도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 TV과외라는 표현 대신 e-러닝(인터넷 학습)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로 무게중심이 옮아간 것을 빼면 교육부의 주장, 언론의 해설, 시민들의 반응까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없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안병영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문제에 있어 경천동지할 대책은 혼란만 부른다”며 “수능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참여한 e-러닝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지금까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대단히 좋은 편이다. 교육개발원 온라인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12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단기적으로 사교육 흡수, 중·장기적으로 공교육 내실화”라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대상의 70%가 EBS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내용에서 수능문제가 출제된다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TV과외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한 교육계 원로는 “e-러닝도 국소마취제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총선을 앞두고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모든 것을 건 것 같다”며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우려했다.

어쨌든 EBS는 2·17대책의 최대수혜자가 된 것은 분명하다. 수능방송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을 단순 재방송하던 기존 인터넷 VOD 서비스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능력에 맞춰 강의를 받을 수 있는 맞춤형 교육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수능강의를 인터넷으로만 제공하고 지상파 방송에서 아예 빼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부분은 교육학술정보원의 에듀넷 영역과 상당 부분 겹쳐, 일각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능방송 시작과 함께 EBS만큼이나 분주한 곳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다. 안 부총리는 3월4일 다시 고석만 EBS 사장,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만나 방송강의와 수능출제의 연계를 당부했다. 처음부터 수능방송의 성패는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강의와 수능출제를 연계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느냐는 결정되지 않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3월12일 평가원에서 열린 ‘대학수학능력출제·관리개선방안’ 공청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상계고 김재준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EBS 강의에서 몇 문항이나 나올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했고, 평가원 수능팀에서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연구관리처의 남명호 처장은 “EBS에 방영된 내용을 그대로 출제할 수는 없고, 교육부도 그런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학교교육을 열심히 받고 학원 가는 대신 EBS 강의를 보면 충분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성공의 열쇠 쥔 평가원

그러나 박도순 고려대 교수(교육학·전 평가원장)는 처음부터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이 문제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송강의에서 출제한다는 의미가 그 내용과 수준에 맞춘다는 것인지, 아니면 방송에서 풀어준 문제유형 그대로 나온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전자라면 지금까지의 출제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후자라면 평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교재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내지 않는 것이 평가의 원칙이다. 문제유형을 그대로 내면 암기위주의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들은 똑같이 나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수능시험을 총괄하는 평가원만 어렵게 됐다.”

몇 년째 평가원은 대입수능 때문에 바람잘 날이 없다. 연거푸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사회적 질타를 받은 데다 지난해에는 오답 시비와 복수정답 인정, 학원 강의 경력이 있는 출제위원을 포함해 특정대학 출신 출제위원이 58%나 되는 등 출제관리상의 허점을 드러내 결국에는 이종승 원장이 사퇴했다. 이 와중에 수능출제를 담보로 사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평가원 수능팀은 초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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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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