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히 세 자매의 부모는 각각 종신보험을 들어놓았고,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도 한 채 있었다. 아이들의 몫으로 남은 유산은 총 4억원. 현재 친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종신보험과 아파트는 모두 현금화해 관리하고 있다.
민법의 미성년자 보호 규정에 따르면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유산을 상속 및 관리하는 법률행위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성년자의 법정 대리인은 1차적으로 부모 등 친권자이며 2차적으로는 후견인이다. 정씨 자매처럼 친권자인 부모가 사망한 경우 후견인이 친권을 대신한다. 미성년자의 후견인은 1인이어야 하며, 그 순위는 제 1순위가 지정 후견인, 2순위가 법정 후견인, 3순위가 법원에서 지정한 선임 후견인이다.
지정 후견인은 친권자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해둔 경우이고 법정 후견인은 직계혈족 3촌 이내로 근친수가 가까운 조부모, 삼촌의 순서로 지정된다. 3촌 이내에서 후견인을 찾지 못할 경우 친족으로 확대되는데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파산자는 후견인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1, 2순위에서 후견인을 찾지 못했을 때는 법원에서 후견인을 지정한다.
후견인이 미성년 고아의 상속 재산을 관리할 때 종종 재산을 횡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부모를 잃어 큰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친족회 구성해 후견인 견제
김병준 변호사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친족회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친권자인 부모가 미리 유언장에 믿을 만한 사람을 선정, 미성년 자녀를 위한 후견인으로 지정해놓고, 친족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후견인을 견제할 수 있거든요.”
유언을 해두지 않은 경우에는 사후에 친족들이 친족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민법에 친족회는 3인 이상 10인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후견인이 아이가 상속받을 재산 목록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전 과정을 친족회가 감시하면 부동산 처분, 적금·보험 등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횡령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후견인이 아이를 양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친족회가 법원에 후견인 재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친족회를 구성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후견인이 친권자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서면 후견인 자격이 있는 사람이 후견인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 민원실에 문의하면 사안에 따라 가사·민사·형사 등으로 분류해 처리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이들에게 큰 짐을 남긴다. 물론 현수·현정 남매, 진희네 세 자매처럼 친인척이 후견인으로 나서면 부모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더욱이 유산도 거의 남기지 못했을 때는 아무도 후견인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공증으로 법적 보호장치
참교육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주부 김민수(37)씨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5년 전부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김씨는 5년 전 둘째아이가 태어난 뒤 그와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자녀들에게 2억원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자녀 명의로 매월 50만원씩 적금을 붓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