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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만 외우게 하는 수능이 ‘ 진짜 영어’ 죽이는 주범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쳐보니…

단어만 외우게 하는 수능이 ‘ 진짜 영어’ 죽이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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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만 외우게 하는 수능이 ‘ 진짜 영어’ 죽이는 주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작문을 목적으로 영문법을 가르친다면 회화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대부분의 학교 선생님들이 문법은 독해를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문법이 무엇인가. 문법이란 글을 쓰는 데 오류를 막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우리말을 배울 때도 구개음화니 자음접변이니 하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배우지 않는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작문을 목적으로 영문법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에게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그것이 곧 영어회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시험 문제도 다음과 같이 내면 좀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 다음을 영어로 옳게 적은 것을 고르시오.

“당신이 그곳에 가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다.”(It will take you two hours to get there. 혹은 It will take two hours for you to go there.)

이런 문제를 주관식으로 내면 한층 더 효율적일 것이다. 모르면 아예 추측도 할 수 없는 문제를 내야 한다. 학교시험에서 점차 주관식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고 앞으로 그 비율을 50%까지 높인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주관식 문제라고 해야 기껏 빈칸 채워 넣기나 전치사 써 넣기에 지나지 않는다.



단어 외우기의 맹점

영어 단어는 숨은 뜻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어 자체의 뜻만 외워서는 그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는 ‘참다’라는 단어 하나가 여러 의미에 다 통용되지만, 영어에서는 화나는 것을 참는 경우는 ‘put up with’, 배고픔이나 고통을 참는 경우는 ‘be patient’라고 쓰는 등 의미에 따라 여덟 가지 정도의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학교 영어에서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외우고 그것으로 끝이다. 한국인들이 영어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어나 문법은 오랫동안 배워서 대충 아는데 도대체 어느 단어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는 영어는 구어체보다 문어체에 가깝다. 따라서 그런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 말한다고 해도 대화를 나누는 미국인은 알아듣지 못한다. 예컨대 vomit(토하다)라는 단어는 말할 때보다는 글을 쓸 때 주로 사용한다. 말을 할 때는 ‘throw up’이나 ‘puke’(속어) 등이 사용되며, 그냥 더러운 것을 보았을 때 느낌상으로만 토할 것 같다(혹은 역겹다)고 할 때는 ‘I feel disgusted’라고 한다.

1987년 필자가 미국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대부분 ‘I’m glad to meet you’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이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Nice to meet you’나 ‘Pleased to meet you’라고 말한다. ‘천만에요’라는 뜻으로는 대개 ‘No problem’이라고 한다. 말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도 쓰임새도 변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 주로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하고만 접촉했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사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중학교에서 ‘실례합니다’라는 뜻으로 흔히 가르치는 표현 ‘Pardon me’는 필자가 미국에서 10년 넘게 지내는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현지 영어를 배운 교수들이 좀더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연구해 학생들을 가르치면 그 학생들이 졸업 후 실제 현장에 나가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감 있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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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천구 TOP 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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