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가톨릭대 4대 총장으로 취임한 임병헌(林秉憲·51) 총장은 3대째 가톨릭 신자인 집안에서 태어나 이 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신부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에서 신학 석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신학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동두천 천주교회 주임신부를 거쳐 가톨릭대 교수와 동성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사제관이 학교 안에 있기 때문에 학교가 바로 그의 집이며, 또한 학생들이 그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같은 자상한 총장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학 4년 내내 총장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게 보통인데 가톨릭대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임 총장은 학교의 큰 행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작은 모임까지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하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 퇴근하는 길에 기숙사에 들러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앞 분식점에 가서 라면이며 삼겹살을 함께 먹기도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학생들 상담도 해준다. 늘 학생들 가까이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임 총장을 만났다.
▼ 가톨릭대가 벌써 개교 150주년을 넘겼습니다.
“개교 150주년이 되던 해인 2005년에 제가 총장으로 취임했기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런데 과거가 단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과거 15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150년 역사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는 또 다른 150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 4년 임기 중 절반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뒀습니까.
“가톨릭대가 성심여대와 통합하면서 그 전보다 규모가 2배로 커졌습니다. 그동안 성장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취임 후 성장보다는 ‘안정’에 치중했습니다.”
▼ 성심여대와 통합한 1995년부터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가톨릭대 하면 신학대와 의대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성심과 통합한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고, 이제는 졸업생들이 사회 각계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종합대로서 가톨릭대의 이미지는 지금부터 그들이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 ‘2015 플랜’에서 특성화 전략을 보면, 인문계열과 예능계열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 같은데요.
“1995년 통합 당시, 성심여대의 인문계열은 어느 정도 기반이 탄탄히 다져진 상태였습니다. 아무래도 여대이다보니 여성이 선호하는 인문계열 및 기초학문 분야는 발전해 있었던 것이죠. 그것이 또 우리의 자존심이기도 했고요. 반면, 남학생이 선호하는 응용학문 분야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응용학문 분야를 확장해야 했죠. 응용학문 분야를 확장한 결과, 지금은 남학생 비율이 높아져 35%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인문계열을 소외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조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한편, 우리 학교 예능계열에는 음악과(50명 정원)만 있습니다. 예능계열의 활성화는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 가톨릭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어려운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사회 일반의 실용적 요구와 대학의 인성교육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따라서 인성교육을 강조한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 존중이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직무능력인증제 혹은 클럽제로 불리는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라는 독특한 취업준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요.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사회의 실용적 요구와 진리, 인간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정체성을 잘 조화시켜 한국 대학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 대학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인간을 키우느냐, 사회의 부속품을 만들어내느냐는 오늘날 대학이 안고 있는 딜레마입니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것은, 대학은 기능공 양성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학이 직업인과 기능인을 배출하는 데 급급하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진(眞)·선(善)·미(美)·일(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학문연구와 교육을 통해 이런 가치에 기여할 때 비로소 대학은 대학다울 수 있는 것이죠.”
▼ 2006년 5월, 서강대학교(가톨릭 예수회에서 설립)와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두 대학이 통합 가능성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한 바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이나 결정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두 대학이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