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유학생들은 조선족과 한국어를 배운 한족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며 “확실한 장점이 없으면 중국 유학이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경쟁자들의 화려한 ‘스펙(경력)’에 주눅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경쟁자들은 해외 연수 1,2년을 기본으로 하고, 각종 자격증과 온갖 분야에 인턴과 봉사활동으로 이력서의 칸이 모자랄 지경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맞출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27일 베이징의 한국문화원에서는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와 중국 한국상회가 주최하고 주중 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 북경한국유학생협의회가 후원한 ‘유학생 인턴취업박람회’가 열렸다.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자고 마련된 이 취업박람회는 폭발적인 인기를 보였다. LG, SK, 현대자동차, CJ, 중국 우리은행 등 한국의 15개 대기업과 온가찬음 등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 회원사 20개가 참여한 이 박람회에는 한국인 유학생 600여 명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에게 2,3개월 인턴자리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스펙을 쌓기 위한 기회였다.
당시 이곳에서 만난 북경사범대학 4학년 이모씨는 “학점을 받기에 온 힘을 쏟다보니 스펙을 만들 기회가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기를 확인한 주중 대사관은 올해도 이 박람회를 이어가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종미 주중 대사관 영사부 영사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참가해 한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한국어 전공의 중국인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넓혀 박람회를 여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절도죄로 징역형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탈선하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많이 줄었다지만 베이징의 대학가인 우다오커우(五道口) 전철역 부근과 징위(京浴)빈관 부근, 류다오커우(六道口) 등은 새벽까지 한국인 유학생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우다오커우에서 가게를 하는 한국인 이모씨는 “환율 상승으로 불량 학생이 많이 줄었지만 늦은 시간까지 술과 향락에 취해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자주 본다”며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러는 게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범죄도 발생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베이징 지역에서 △절도 등으로 인한 형사구류 10건 14명 △단순폭행 등으로 인한 행정구류 3건 6명 등 모두 30건에서 한국인 유학생 38명이 범죄자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에 연루되는 순간 이들의 인생은 망가진다. 중국에선 한국 기준으로는 젊은이의 치기(稚氣)로 봐줄 수 있는 사안으로 구속되고 강제출국과 함께 중국으로 한동안 입국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절도죄 등 물품과 관련한 범죄를 무겁게 다스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가벼운 처벌대상이 중국에서는 중대 범죄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한 한국인 유학생이 현금과 가전제품 등 약 1만여 위안어치를 훔쳤다. 값어치는 한국 돈으로 200여만원 남짓이었다. 그는 현재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피해액이 크지 않고 어린데다 초범이고 학생이면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배상도 했다. 물론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형의 참고사항일 뿐 처벌을 완화해주지는 않는다. 베이징의 경우 피해액 1만위안 이상, 상하이는 피해액 2만위안 이상이면 최고 징역 3년까지 받는다.
맹훈재 주중 대사관 영사부 경찰 영사는 “한국에서라면 정상참작 사항이 수두룩하지만 중국은 법과 제도, 관행, 풍토 등에서 한국과 다르다”며 “중국에서는 중국 법을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베이징의 한 대학 3학년 유학생이 기말고사(중국은 1월에 본다)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학교 측은 이 유학생에게 졸업장을 주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그는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졸업장을 받지 못할 정도로 시험 관리가 엄격하다. 한국에서는 한번 크게 혼나고 말 일로 중국에서는 이처럼 인생의 항로가 바뀔 수 있다.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유학을 와서도 철저하게 학교생활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상하는 중국의 힘과 함께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유학. 그렇지만 본인이 하기에 따라 치명적인 독(毒)이 될 수도 있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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