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 적극적인 지지자
초혼 부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재혼 커플은 신혼여행도 호화롭게 즐기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 매어 있지 않은 경우 유럽 고성 투어나 크루즈 여행 등을 통해 장기 허니문을 떠난다. 이에 따라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재혼전문’의 문구를 앞세운 결혼 관련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재혼전문 웨딩홀, 재혼전문 여행사가 눈에 띄는가 하면 재혼 관련 카페도 인기다.
황혼 재혼에 자식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도 최근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재혼할 상대에게 자녀가 있으면 결혼을 꺼리는 이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 추세다. “자기 자식을 키운 경험이 있어야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좀 더 강하고 서로의 자녀를 동등하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산이 많은 남성이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를 기다려 미리 재산분배를 끝낸 뒤 홀가분하게 재혼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자식들이 재혼에 적극적인 경우도 늘고 있다. ‘행복출발 더원’ 이소민 부장은 “20대 후반 아들이 취직을 해서 첫 월급을 탔다며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회사를 찾아온 적이 있다. 어머니 생신 선물로 회원 가입을 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버지가 50대 중반의 대기업 임원인 30대 초반 주부는 아버지의 재혼 상대를 찾기 위해 결혼정보업체 문을 두드렸다. 회원가입 상담 중 그가 제시한 ‘새엄마’의 조건은 “됨됨이와 성품이 훌륭한 사람을 원한다. 학벌은 좀 떨어져도 되지만 자식은 없어야 하고, 나중에 아버지가 병이 나면 수발을 잘해줄 수 있어야 한다”였다고 한다. ‘좋은만남 선우’의 한현숙 과장은 “부모의 재혼을 위해 자녀가 문의해오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자식들이 부모 재혼에 대해 마음을 여니까 부모들도 솔직하게 ‘연애를 해도 되느냐?’ ‘재혼을 해도 되느냐?’고 의사를 물어보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했다.
황혼 재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홀로 사는 노인의 배필을 찾아주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부터 ‘합독(合獨)’ 사업을 준비해 지난 3월30일 ‘노인 만남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첫 행사를 치렀다. 사업 이름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애민(愛民)’편에 나오는 “목민관은 합독이라 하여 홀아비와 과부를 재혼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이 사업을 위탁받은 인천 노인종합문화회관 김세진 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관내 10개 군·구에서 전문 상담사가 홀로 사는 노인들의 생활환경을 면밀히 파악한 뒤 신청서를 받았다. 남녀 50명이 참석해 행사 당일 20쌍이 성사됐는데 그중 7쌍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회관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한 달간 법률상담과 성상담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오는 10월 2차 행사를 열 예정인데 현재까지 남녀 합쳐 70명이 신청했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이라 신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50세 이상 회원 16만명이 가입해 있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50~60대 싱글들이 황혼의 로맨스를 즐기는 일은 이제 일반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멋진 데이트를 즐기다가 진정한 배필을 만나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괜찮은 상대가 있어도 서로 구속하지 않은 채 쇼핑과 여행 등 데이트의 즐거움만 만끽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런 걸 통해 삶의 활력과 인생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흐름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