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 대디 요리교실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오종인 한울타리한부모회 회장(오른쪽).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려는 싱글 대디를 돕는 기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기관은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다. 아들이 돌이 채 안 됐을 때 싱글 맘이 된 황은숙(50) 회장이 2002년 설립했다. 황 회장은 “싱글 맘으로 사회와 부딪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부모에 대한 편견과 비난이 자녀에 대한 편견과 놀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한부모 가정이 건강하게 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단체”라고 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6회에 걸쳐 ‘싱글 대디 학교’를 열었다. 매회 2시간 동안 자녀와 함께 하는 요리, 한부모에 대한 편견 극복법, 자녀를 이해하는 방법,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법, 싱글 대디에게 필요한 사회지원망에 대한 정보 활용법 등을 강의하고, 집단 상담 시간도 마련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싱글 대디가 “그동안 왜 이런 기회가 없었을까. 말 그대로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실용적인 커리큘럼이다. 아빠가 교육에 참가하는 동안 혼자 있을 자녀를 위해서는 ‘초등학생을 위한 성교육’‘청소년을 위한 학습클리닉’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황 회장은 “중산층 싱글 대디들은 아내 없이도 아이를 잘 키우고 부족함 없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 그런데 막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으니 힘들어한다.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학교를 열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더 좋다. 싱글 대디 학교 강의를 들은 사람들끼리 정기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한부모가정사랑회 행사에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열혈 대디, 도시락남
이 학교를 거쳐 간 사람 중에는 ‘열혈 대디’도 적지 않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집 근처 중소기업으로 옮긴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사표를 던지고 육아에 전념하는 이도 있다. 그는 “있는 돈 까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미래 아니냐”고 말한다. 역시 육아를 위해 사업을 정리한 한울타리한부모회 오 회장도 싱글 대디 학교 요리교실에 10회 참가했다. 그는 “내 손으로 밥을 짓고 요리를 만들어 아들에게 따듯한 밥상을 차려줄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는 해마다 어린이날 축제, 가을운동회, 성탄의 밤, 추석캠프 등을 열어 특별한 날 오히려 소외되기 쉬운 한부모 가정의 부모와 자녀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한부모와 자녀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한부모 가정 차별 철폐’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황 회장은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존중받는 게 현대의 복지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저소득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중·고등학생의 학용품비를 지원하고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에 입소한 한부모 가구에는 생활보조금도 지급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부자(父子)보호시설, 부자(父子)공동생활가정 등의 공동체를 마련해 싱글 대디들이 일을 나간 뒤 홀로 집에 있는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고 방과 후 교실도 운영해 싱글 대디들이 아이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지자체들은 관내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한부모 가족 통합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싱글 맘 싱글 대디 자조모임 행사, 부모·자녀 학습코칭, 부모·자녀 팝업북 만들기, 뮤지컬 공연관람, 단체 자원봉사 등이 펼쳐진다.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싱글 대디는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우리 센터에서 2006년부터 멘토링 사업을 시작해 자원봉사 멘토와 아이를 1대 1로 매칭해주고 학습 등을 돌봐주게 한다”고 소개했다.
2010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결혼해주세요’에는 초등학생 아들을 혼자 키우며 강한 자존심과 투철한 인생관으로 살아가는 싱글 대디 한경훈(한상진 분)이 등장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그는 ‘자녀의 도시락으로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 싱글 대디’라는 뜻에서 ‘도시락남’이라고 불렸다. 현대 사회에서 싱글 대디는 의식 변화와 다양한 지원에 힘입어 한경훈 못지않은 ‘도시락남’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