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곳에는 군자들이 살고 있다. 그러니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子曰君子居之 何陋之有).”
이 말은 구이에는 군자들이 살지만, 중국에는 군자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공자의 꿈은 군자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었고, 그 모델은 단군시대의 홍익인간이었다. 그 홍익인간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자는 ‘대동(大同)’이라 했다. 대동에 대한 공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큰 진리가 행해지면 천하가 모두의 것이 된다. 어질고 유능한 자를 뽑아서 그들로 하여금 사람들을 미덥게 만들고 화목하도록 유도하게 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기의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자기의 자녀만을 자녀로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노인은 삶을 잘 마감할 수 있었고, 젊은 사람들은 다 일자리가 있어 일을 할 수 있었으며, 어린이들은 모두 잘 자랄 수 있었다. 홀아비와 과부와 고아와 자녀 없는 노인들, 그리고 폐질(廢疾) 걸린 자들까지 모두 잘 봉양받을 수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어울리는 직분을 가지고 있었고, 시집가지 않은 여자들이 없었다. 돈이나 재물이 땅에 떨어져 버려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것을 주운 자가 갖는 일은 없었다. 힘든 일은 자기가 먼저 나서서 하지만,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불만을 토로하는 모의가이 일어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들과 사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없었다. 그래서 문을 밖으로 열어두고 닫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를 대동(大同)이라 한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選賢與能 講信修睦 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 皆有所養 男有分 女有歸 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 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 是故 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謂大同).”
위의 내용은 지상에서 이루어진 천국의 모습을 설명한 것이다. 천국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에 천하는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천하가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천하의 주인이다.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다.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다 주인공이다. 사람의 욕심으로 보면 장미꽃은 가치가 있지만, 오랑캐꽃은 가치가 없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장미꽃 100송이를 합해도 오랑캐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흉내 낼 수 없다. 오랑캐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태양이 계속 비추었고, 지구가 쉬지 않고 돌았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다. 천둥도 쳤고 소쩍새도 울었다. 말하자면 전 우주가 동원되어 오랑캐꽃 한 송이를 피운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오랑캐꽃 한 송이는 우주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천국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다 주인공이라 해서 모습이 다 같고 능력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모습과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고 물체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그중에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가 나서서 사람들을 한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도록 가르친다.
공자의 천국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 챙기지 않고 자기 자녀만 챙기지 않는다. 모두의 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받들고 모두의 자녀를 자기 자녀처럼 보살핀다. 그래서 노인들과 젊은이들, 외로운 이와 병든 이들까지 모두가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천국에서는 노인들이 할 일을 다 마치고 죽는 것을 즐거운 일로 여긴다. 모두가 하나로 여기고 사는 사람은 모두가 다 살기를 바란다. 모두가 다 사는 방식은 늙은 사람이 죽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늙어서 할 일을 마친 사람은 자기의 몸이 죽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마치 할 일을 다 마친 잎들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곱게 늙어 행복하게 죽는다. 그렇게 죽는 것을 공자는 ‘잘 마친다’는 의미에서 ‘종(終)’이라고도 하고, ‘졸(卒)’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이와 다르다. 힘 있는 자가 힘든 일을 찾아서 하고, 힘없는 자가 편한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최고의 능률을 발휘한다.
홍익인간이나 대동사회는 원래 없던 것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하느님이 점지한 천국이었다. 그런 나라가 지금은 천국과 다른 나라가 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마음은 안타깝다. 이 안타까움이 한국인의 한(恨)이다. 이 한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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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 그를 위해 정치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한국인이 이토록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곧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온다. 이제 각 후보의 정치 목표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의 염원인 홍익인간의 건설이 최고의 목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