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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尊賢, 敬大臣, 子庶民…‘중용구경’ 속 대통령의 덕목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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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통령의 마음가짐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한마음이 되면 국민 개개인은 대통령과 한마음이 된다. 갑(甲)이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고, 을(乙)이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며, 병(丙)이 또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면, 갑·을·병은 대통령을 매개로 해 모두 하나가 된다. 국민대통합이 따로 없다. 이렇게 해서 모든 국민이 다 같이 한마음이 되면 한국은 한가족처럼 된다. 세종대왕 때가 그러한 때였다. 당시 우리 백성들은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모두 하나가 되었다. 한국인은 모두 하나가 되면 기적을 일으킨다. 배 12척을 가지고도 몇 백 척을 무찌르기도 한다. 가장 좋은 글자를 단숨에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리더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를 ‘중용’에서는 ‘자서민(子庶民)’이라 표현했다. 서민을 자기의 자녀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일곱째는 창의력을 가진 기술자를 우대하고 우수한 경제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來百工). 경제는 삶의 기본이다. 국민이 곤궁해 먹을 양식이 없으면 다른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경제적 넉넉함이 좋은 나라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곤궁한 상태에서 좋은 나라를 만들 수는 결코 없다.

경제를 넉넉하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수한 경제인을 존중하고, 창의력을 가진 기술자를 우대하는 것이다. 경제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기술자가 무시당하면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가 될 수 없다. 경제인이 의욕을 가지고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술자가 행복하게 자기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용’에서는 이를 ‘내백공(來百工)’이라고 했다. 모든 기술자로 하여금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정치는 이미 책에 있다”

여덟째는 멀리 있는 우리 동포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다(柔遠人). 우리 국민은 우리 국토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동포는 중국에도 있고, 러시아와 일본에서도 살고 있다. 멀리 미국 땅을 중심으로 세계 방방곡곡에 두루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고생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주로 독립운동을 하던 선열들의 후손들이고, 일본 땅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생하던 우리 민족의 후손들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 때 그들은 모진 고생 끝에 살아남았다.



우리는 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다고 해서 무시하기도 했다. 중국 교포 중에는 이런 설움에 북받친 나머지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많다. 그들 중에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전쟁이 나면 바로 중국군에 입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의 한국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기 사건에는 우리 동포가 많이 연루되어 있다. 그들은 한국인에게 사기 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당한 억울함에 대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외국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 지금은 온 지구가 매우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을 부드럽게 대하는 것, ‘중용’에서는 이를 ‘유원인(柔遠人)’이라 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끝으로 아홉째는 의리와 우정을 바탕으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다(懷諸侯). ‘중용’에서 좋은 정치 방식으로 제시한 아홉째는 ‘회제후(懷諸侯)’다. 회(懷)는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뜻이고, 제후는 이웃나라의 국왕을 말하므로, 회제후는 글자 그대로 ‘이웃 나라의 임금을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말이다. 이웃 나라 임금과의 교류는 지금 상황으로 말하면 외교에 해당한다. 국가를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국방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를 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교를 잘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외교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인간관계에는 법칙이 있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그도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존경하면 그도 나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그를 무시하면 그도 나를 무시하고, 내가 그에게 이득만 보려고 하면 그도 나에게 이득만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인간관계의 법칙은 국가 간에도 성립한다.

그러므로 국가 간의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상대의 나라를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이득을 보려고만 하면 결코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나라와 교류할 때 먼저 그 나라의 정서와 사상을 알고 그에 맞추는 것이다. 각 국가는 고유한 정서와 사상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우리 정서와 우리 방식대로 대한다면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이기동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학·석사

일본 쓰쿠바대 철학박사

前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現 동인문화원장

2007년 한국인 최초 사서삼경 강설 완역

저서: ‘한마음의 나라, 한국’ 외 다수


이상에서 제시한 아홉 가지가 중용구경(中庸九經)이다. 중용구경은 시대가 변하고 지역이 달라도 통용되는 만고의 철칙이다. 이러한 철칙이 이미 ‘중용’이란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정치의 장에서 실현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는 말했다.

“좋은 정치의 방법과 내용은 이미 책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런 정치는 실현되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런 정치는 실현되지 않는다(子曰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則其政擧 其人亡則其政息).”

새 대통령 시대에 중용구경의 좋은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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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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