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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상천국의 왕이 될 것이다”

백백교에서 구원파, 신천지까지 소종파 연구

“나는 지상천국의 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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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스도교의 또 다른 특징은 이기주의다. 신앙을 복을 받는 수단으로 여기는 기복신앙이 많다. 내가 잘되게 해달라는 이기적 목적으로 종교를 신봉하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종의 이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주의, 이기주의 탓에 이웃 종교 심지어 기독교 내의 다른 교파도 배척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또한 문자 그대로 성경을 읽어 문자를 다르게 해석하면 누구나 자기가 ‘보는 대로’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성경은 ‘보는 대로’가 아니라 ‘읽고 이해하는 대로’가 돼야 한다. 수많은 재림주, 하나님이 등장하고, 교주가 성경을 멋대로 해석한 후 그것이 문자 그대로라면서 믿으라고 가르치는 소종파가 난립한 근본 원인에 한국 그리스도교의 이 같은 근본주의, 이기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문제가 되는 소종파들은 더욱 극단으로 나가 자신들의 독특한 성경 해석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한국에는 엉터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리스도교 교단이 많다. 말썽을 일으키는 대형 교회 또한 적지 않다. 과한 얘기일 수 있으나 말썽을 일으킨 교회들과 요즘 문제가 되는 구원파가 질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구원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넘어가자.

“1977년 마지막으로 권신찬 씨를 만났을 때 권씨는 사위 유병언 씨를 예수님에 비유했다.”

구원파에 몸담았다 1977년 탈퇴한 J 목사가 ‘현대종교’209호(1991년 9월)에 발표한 구원파 관련 15쪽 분량의 문건에 이 같은 대목이 나온다.



J 목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신문 잡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월급 4만 원 주면서 예배 대신 일만 시켰다” “구원파 교리는 노동착취다” “국정원 검찰 경찰에도 구원파가 포진해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간 언론의 구원파 관련 보도 핵심 취재원이 J 목사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2010년 J 목사 또한 사이비(似而非)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성교를 통해 거룩해질 수 있으며 성교가 창조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하나되는 기쁨’이라는 책을 추천 및 전파했다고 J 목사를 비판했다.

J 목사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날조됐다고 반박했다.

J 목사와 일부 탈퇴자가 구원파 신도들이 유병언을 ‘살아 있는 성령’ ‘살아 있는 예수’로 추앙했다고 증언하지만, 구원파는 ‘한국에 나타난 재림주, 하나님’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신비주의 계열 소종파와 교리가 다르다.

4월 28, 30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구원파 신도들의 집회가 열렸다. 신도들은 무채색 옷을 입고 ‘종교탄압 out’ ‘인권탄압 out’이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언론 보도를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일부 신도는 박해받은 유대인과 자신들을 비교했다. “갈 곳은 아우슈비츠밖에 없단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구원파 측은 “유병언 회장은 형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 신도는 “유병언 회장을 통해 어떻게 구원을 받느냐? 그가 교주냐?”고 말했다. “성경에 대해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신도들은 언론이 구원파에서 유병언이 신격화한 존재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1~2세기 영지주의에서 유래

구원파는 △신비주의 △종말론 △외국계 신흥종파의 큰 갈래 중 어느 하나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등에 따르면 구원파는 1960년대 권신찬, 유병언이 함께 만들었으며, ‘죄를 깨달아 한번 구원받으면 그다음부터는 육신의 죄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권신찬, 유병언, 박옥수 등은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은 독립선교사 케이스 클라스, 딕 욕에게 배웠다. 딕 욕은 “제자가 한국에 10명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박옥수, 다른 하나가 권신찬의 사위 유병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도 딕 욕의 영향을 받았으나 유병언과 함께 활동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요한은 1983년 헌금을 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고 유병언과 헤게모니 다툼을 벌인 후 생명의말씀선교회(대한예수교침례회)로 독립했다.

유병언의 장인 권신찬은 1970년대 극동방송에서 구원파 교리를 전파하다 퇴출됐다. 구원파 쪽은 극동방송에 운영비를 대면서 이 방송을 지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기독교계는 당시 권신찬의 설교 외에 최태민의 구국선교단도 문제 삼았다.

구원파의 핵심 교리는 기독교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전 존재한 영지주의(靈知主義·Gnosticism)에서 비롯했다. 영지주의는 기원 후 200년가량 세를 넓히다 현재의 기독교에 밀렸다. 기독교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초기에 이단으로 정죄(定罪) 받았다. 유럽 영지주의자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생각이 정통이며 현재의 기독교가 오히려 이단이라고 여긴다. 현재의 기독교가 세를 얻기 전까지는 영지주의가 정통이었다는 것이다.

정통파 기독교는 믿음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견해를 갖고 있으나 영지주의는 구원이 ‘영지(靈知, gnosis, 그노시스)’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깨달음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가르침과 유사한 면이 있다.

구원파는 성경을 신문(新聞), 일간지와 잡지를 구문(舊聞)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독립 이후 중동 사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종말관은 보통의 교회와 거의 같다. 다만 ‘기성 교회에는 구원이 없다’ ‘십일조 강요는 율법적이다’ ‘교회에 안 나가도 어디에서나 하나님 모신 곳이 교회다’ ‘구원받은 사람은 기도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일부 비교종교학자는 “영지주의의 영육이원론은 받아들일 수 없으나 믿음보다 영지, 그러니까 깨달음을 중시한 전통은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지주의가 불교 등 타종교와의 소통에 장점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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