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면서 우호적 분위기하에서 협의이혼! 최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첫 반응에서 어느 정도 감지해낼 수 있다. 이혼 선언에 대해 수용적 자세라면 일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발이 심하면 그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냉큼 별거로 들어가야 한다.
첫 반응이 ‘반발’이었다고 하더라도 단박에 포기하지 말고, 달랠 필요가 있다. 달래서 최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이혼 선언을 ‘당하고’ 나면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일종의 패닉 상태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수용과 반발 사이를 수시로 오가기도 한다.
이혼을 선언한 당사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연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심리적으로 냉·온탕을 오가다보면 강대강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협의이혼으로 가던 분위기가 이혼소송 쪽으로 급격히 쏠리기도 한다.
갈 데까지 갈 각오는 하되…
아주 힘든 일이지만 가능한 한 심리적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더 차분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재산 정보 수집 같은 이혼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이 평상심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역시 준비하는 자를 이기기 어렵다.
협의이혼에 실패해 재판이혼으로 갈 때, 특히 이혼소송으로 갈 때는 정말 갈 데까지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인간성의 밑바닥까지 경험할 생각을 해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인정사정없이 대해야 하겠지만 극단적 언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상대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이때도 변호사가 나서도록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또 다른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다.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쟁점이 번지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익이 적어진다.
극단적 언사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혼 이후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자녀 문제로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너무 막 나가버리면 관계를 복구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친구 같은 이혼 부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혼 후에 친구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육권을 갖지 못한 사람이 재혼한 전 배우자 집에 가서 자녀를 만나거나 데리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매우 흔한 광경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얼마나 걸릴까. 대략 10년 정도? 이런 추정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서구 문화를 따라잡는 속도가 대략 그 정도까지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정 대립 아닌 거래로
이혼하면서 재결합까지 염두에 둘 수도 있다. 이 말은 다소 초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재결합을 염두에 두면 감정 대립 수위가 한결 낮아진다. 그렇게 수위를 낮춘 상태에서 이혼을 철저하게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서로에게 이점이 많다. 정치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거래의 기술이다. 거래를 잘하면 전쟁으로 갈 일도 말로 끝낼 수 있다. 이혼할 때도 가능하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재결합하면 다시 결혼하는 것을 떠올린다. 이것도 고정관념이다. 황혼이혼 이후의 황혼동거를 생각해보자. 전 배우자와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라면 동거생활이 가능해진다. 과거의 배우자와 동거생활? 황혼재혼보다 덜 위험할 수도 있다.
이혼 실행 과정에서 물론 ‘원위치’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혼을 줄이기 위해 이혼숙려제도와 의무상담제를 두는 이유도 우발적 이혼을 방지하려는 데 있다. 확신범인 경우에는 이런 제도가 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러나 확신범조차 다시 생각하기 마련이다. 철저한 계산을 마쳤음에도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상대방의 반응이 예상과 달라 흔들릴 수도 있다.
이혼 대신 동거?
이혼 실행 중에 ‘꼭 이래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든다면, 주저 없이 이혼을 재고해야 한다. 이혼을 하지 않는 대신 사실상 결혼생활을 마감하고 동거로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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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도 이혼하는 대신 결혼을 동거로 바꿀 수 있다. 자녀 탄생 이후 아내가 양육에 매달리면서 각방을 쓰는 ‘사실상 동거’ 부부가 적지 않다. 결혼을 했는데 실제로는 결혼생활이 아니라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사는 것보다는 동거생활로 새로이 정의 내리는 편이 마음이 편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