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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 60번 탈락 심리상담도 받아”

‘88만원 세대’ 구직 체험기

“서류전형 60번 탈락 심리상담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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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투 식스!’ 직장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오후 5시가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인사과 직원들이 6시에 퇴근해버리면 나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1분, 1분 시간이 지나가는 게 피를 마르게 했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휴대전화만 멀뚱멀뚱 바라봤다.

답답함에 밖에 나가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6시는 다가왔다. 어머니에게 전화해 “모든 게 하늘의 뜻인가 보다”고, “다 더 잘되려고 이번에 안됐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밀려오는 먹먹함을 달래고자 카페에 갔다. 점원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요”라고 말하는 순간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 화면에 뜬 번호는 B사의 번호였다. 인사과 직원은 내게 최종합격을 알렸다.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는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하염없이 울었다는데 나는 눈물도 안 나왔다. 그저 B사가 너무 고마웠다. 모든 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날은 그간 느꼈던 설움을 뒤로한 채 같이 취업 준비한 친구와 한잔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느껴본 적 없는 희열을 그날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위로는 ‘최종합격’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4000만 원대 초봉, 명함, 양복, 서류가방이 자랑스럽다. ‘신입사원일 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을 배운다.



가끔 취업 준비하던 시절을 돌아본다. 그러면 다시 마음이 요동친다. 그만큼 그 시절이 힘들고 잔인했다. 나는 취업준비생들의 처절함과 참담함을 안다. 특히 문과계열 졸업생들이 얼마나 막막해하는지 안다.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란 ‘최종합격’이다. 그다음으론 ‘같이 고생하는 친구들’일 것이다. 나는 감히 그들에게 힘내라는 어설픈 위로를 전할 수 없다. 그 처참한 심정이 이해가 돼 가슴이 아프다.

얼마 전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다, 옆 테이블의 중년 신사가 “요새 청년들 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대기업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분에게 ‘요새 중소기업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는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다. 그만큼 문과계열 졸업생의 취업이 어렵다.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 많은 취업준비생이 최종합격으로 위로받기를 바란다.

신동아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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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태(가명)│2012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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