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남자를 만나러 헌팅술집에 오는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친구들과 분위기를 즐길 겸 가기도 해요. 괜찮은 남자가 있으면 당연히 합석하죠. 그런 곳인 줄 알고 가는 거니까…. 가끔은 여자끼리 노는 것보다 낯선 남자들이랑 어울려 노는 게 긴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 어떨 때 주로 오나요.
“자신감이 떨어질 때 가면 좋아요. 내가 여전히 예쁘고 남자들에게 어필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 지인들하고는 체면 차리느라 못하는 일이죠.”
▼ 여자끼리 외모 경쟁을 하나요.
“다른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예쁘면 돼요. 같이 온 친구들 간에 신경전도 확실히 있어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어느 여자가 더 인기 있는지 뻔히 보이니까. 이것도 나름 재미죠. 그 신경전이야말로 이곳의 묘미라고 봐요.”
▼ 헌팅술집에서 남자의 무엇을 보나요.
“얼굴, 몸매 봐요. 전반적인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성격은 뭐,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도 내가 이런 곳에 올 만큼 놀아본 여자라는 사실을 깔고 들어가는 거니까 오래 만나고 싶진 않아요. 작정하고 ‘원 나이트’ 하러 온 남자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너무 그런 의도를 드러내면 싫어요. 그러나 저도 내킬 때면 해요, 원 나이트.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헌팅술집에 오는 건 아니고, 딱 봤을 때 스타일도 괜찮고 하면…음, 무엇보다 제 기분이 내키면 해요.”
건국대 부근 헌팅술집의 경우 20대 남녀 대학생이 주류라면, 강남역 부근 헌팅술집은 20~30대 초반 남녀 직장인이 즐겨 찾는다. 강남역 부근 한 헌팅술집 관계자는 여성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홍보한다. 그는 “우리 쪽이 가격대는 건국대 부근보다 조금 높지만 강남이다보니 여성 손님의 외모가 잘 ‘튜닝’돼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부근 헌팅술집은 20대 초반 대학생, 인디밴드 출신, 연예인 지망생, 외국인이 자주 찾는다. 이 지역의 한 헌팅술집 관계자는 “손님이 어리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다. 룸을 잡는 데만 100만 원 넘게 드는 강남 나이트클럽과 가격 면에서 뚜렷이 비교된다. 나이트클럽 부킹 문화의 대중화라고 해야 할지…”라고 말했다. 홍익대 근처 헌팅술집에서 만난 박모(22) 씨는 “이곳은 모든 남녀 손님을 ‘짝짓기 철의 야수’로 만든다. 점잖은 체하는 전통 유교문화를 조롱하고 파괴한다”고 말했다.
B주점 직원 김모(24) 씨는 “헌팅술집은 ‘아무 생각 없이 놀기’엔 그만”이라고 했다.

외국인도 헌팅술집을 자주 찾는다.
▼ 너무 문란한 쪽으로 흐른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문란이냐, 스트레스 해소냐는 보기 나름이겠죠. 남자 손님이 마음에 드는 여자 손님이랑 같이 놀고 싶으면 여자 손님 테이블에서 끼 좀 부리면 돼요. 실패하면 새로 들어오는 여자한테 또 하면 되고…뭐, 한 번은 성공하겠죠. 언제 그렇게 많은 여자한테 말 걸어보겠어요? 낯선 이성과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거죠. 분위기가 화끈해져서 실제로 잠자리까지 하는 손님도 많을 거예요. 주말엔 근처 모텔에 방이 다 나가고 없을 정도니까요.”
▼ 단골도 있나요?
“주말마다 오는 손님들이 있어요. 이들은 성공률이 좋아 또 오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절대 알은체 안 해요. 익명성을 보장해줘야 하니까. 우리는 여자 손님을 먼저 입장시키고 남자 손님을 모아요.”
그러나 헌팅술집에서의 만남이 누군가에겐 재앙이 되기도 한다. 군 복무 중인 박모(24) 씨는 헌팅술집에서 여자를 만났다가 헌병대로 끌려간 사연을 들려줬다.
“후임 병사와 함께 휴가 나온 김에 재미 좀 보려고 헌팅술집에 갔어요. 여자 둘에게 말을 걸었더니 선뜻 앉으라고 해요. ‘군인 아니냐’고 묻기에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둘러댔어요. 2차 자리로 옮겨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런데 밖이 소란스러워 나가봤더니 바람 쐬겠다며 먼저 나간 제 후임이 자기 파트너한테 뺨을 맞는 거예요. 그 여자는 제 후임이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후임은 억울하다고 했어요. 결국 저와 후임은 헌병대로 이송조치 됐죠. 알고 보니 그 여자들은 꽃뱀이었어요. 처음부터 저희가 군인이란 걸 알고 합의금을 노린 겁니다.”
헌팅술집의 유래와 관련해, 한 업소 사장은 “처음엔 헌팅 개념이 없었다. ‘안주 3개 만 원’이라는 저렴한 술집 개념으로 시작했다. 안주가 싸니 남녀 할 것 없이 찾아왔다. 그러다 한 TV 프로그램에 자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그런 식의 헌팅술집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헌팅술집은 젊은 층의 문란한 성 문화를 확산하는 상술인가.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이 업태는 당분간 늘어날 듯하다. 최근엔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고 한다. 헌팅술집 관계자들은 “술과 이성(異性)으로 외로움을 달래려는 남녀의 원초적 욕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충족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