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커피전문점 팀 홀튼(Tim Hortons)에 가면 노인 종업원들이 주문을 받으며 ‘트리플 트리플’을 큰 소리로 복창한다. 크림 3스푼에 설탕 3스푼을 넣어달라는 뜻이다. 이 커피는 다방 커피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바리스타와 노인 종업원이 함께 어울리면서 카페 분위기가 좋아지고 효율도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다 같이 힘을 합해 잘해보자는 팀스피릿(team spirit)과 서로 존경하고 도와주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회사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여성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여성이 구매결정권을 가졌고 여성 심리를 잘 알고 있으므로 마케팅팀을 여성으로만 꾸리면 과연 잘 굴러갈까. 자동차 판매회사에서 패기 넘치고 활동력이 왕성한 젊은 남자만 채용하면 좋은 성과가 나올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와 여자, 기혼과 미혼, 시니어와 주니어가 적당히 섞여 있어야 분위기도 좋고 시너지도 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일하는 문화만 형성된다면 여러 면에서 훨씬 훌륭한 성과가 나올 것이다.
고령자들의 사회활동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니어 인턴제도를 더욱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 청년 일자리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니어 인턴은 경험은 풍부한 반면 인건비는 저렴하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것은 기본이다. 승진이나 보너스 등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욕심도 없다.
최근 발표된 어느 언론사 조사를 보면 해고하고 싶은 사원 1순위가 팀워크를 저해하는 사람, 2순위가 회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 3순위가 근태가 불량한 사람이라고 한다. 인성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적어도 시니어 인턴이라면 이런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젊은이들이 기피하지만 시니어라면 잘할 수 있는 업무를 골라내 전체 직원 중 2~3%만이라도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면 어떨까. 경험, 내공, 연륜,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이 분명 시니어 인턴들에게 있을 테니 말이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시니어 인턴에 도전하는 K씨에게 나는 3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한 직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CEO 자리에까지 올랐던 사람의 말이니 부디 K씨가 고깝게 듣진 말아주길 바란다.
차별화와 정체성
첫째, 차별화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제일모직의 TV 광고가 생각났다. 광고 콘셉트는 ‘신사가 슈트를 입는 원칙’으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모델로 나온다. 고급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을 모노톤으로 처리하는 등 심플한 절제미가 돋보인 광고였는데, 중후한 신사의 패션은 정장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다면 가장 먼저 자신만의 차별적인 이미지를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정장을 입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이나 노타이에 캐주얼 차림이 대세다. 그러나 모두가 가는 길이라고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는 법. 나이 들어 인턴으로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뭔가 남다른 것임에 틀림없다면, 패션을 차별화하는 것은 시니어 인턴으로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또래 노인들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날로그 세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인자한 풍모는 보여주되,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솟아나곤 하는 전근대적인 ‘꼰대 의식’을 버려야 오히려 존재감이 더욱 돋보일 것이다.
둘째, 정체성이다.
본인의 분수와 염치를 알고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는 센스를 가져야 한다. 물론 스스로에게는 당당해야겠지만, 쓸데없이 나서지 않는 절제력 역시 필요하다.

요즘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대세다. 사진은 기업 후원으로 노인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