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하기 전에 ‘이번에는 집어넣겠다’ 또는 ‘이번에는 꼭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냥 실행할 때보다는 선언 후 실행할 때 염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언한 것이 적중하면 주위 사람들에 대해 강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사실 ‘지도자’라는 말이나 ‘예언자’ ‘선지자’ ‘선각자’라는 말에는 공통의 의미가 있다. 먼저 깨닫고 먼저 말하고 먼저 실행한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언젠가 오랜 가뭄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을 어귀에 앉아 있던 한 거지가 ‘내일부터 큰비가 온다’면서 밥통을 두들겨댔다고 한다. 마침 이튿날 큰비가 쏟아지자 동네사람들은 이 거지에게 달려가서 ‘그동안 도사님을 알아 뵙지 못하고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사죄했다고 한다. 예언-실행은 이처럼 자신의 염력을 향상시키고 타인에게는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심리적 기법이다.
나는 이 ‘아자 선수’의 염력을 테스트해본 적이 있다. 지난 봄 황사가 심하던 날 모두 마스크를 쓰고 라운드하기로 했다. ‘동일조건’을 내세워 네 명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억지 주장해 아예 입을 막아버렸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평소 80타 전후를 치던 그가 전반 45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후반 시작하기 전에 이 친구는 마스크를 벗어던지더니 ‘후반에는 38타를 치겠다’고 선언하고 예의 ‘아자, 아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버디와 파로 밀어붙이더니 후반을 37타로 마무리했다. 이래서 알토란같이 쌓아놓은 스킨스 상금을 대부분 가져가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깨달았다. ‘아자’ ‘아싸’ ‘나이스’를 외치는 사람은 성적이 좋아지고 ‘아이구’ ‘어랍쇼’ ‘미치겠네’를 외치는 사람은 자멸한다는 것을.
절대긍정의 달인 윤석금 회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긍정의 힘을 이용해서 사업에도 성공했고 골프도 수준급으로 즐기고 있다. 윤 회장은 내기 골프를 할 때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있는데, 이를 동반자들에게도 미리 공지하고 있다.
첫째, 내기는 적은 금액으로만 한다.
둘째, 컨시드(골프에서 상대편이 쉽게 홀에 넣을 것으로 여겨 공을 치기 전에 상대편의 퍼트 성공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일)를 주지 말고 끝까지 퍼팅한다.
셋째, 누구든지 딴 돈은 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적은 금액으로 내기를 하되 룰은 철저하게 지키며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큰돈을 걸고 하거나 딴 돈을 돌려주게 되면 다음 번에 또다시 만날 의미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원칙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과 라운드하면서 느낀 점은 그가 절대긍정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린 위에서는 누구든지 윤 회장에게 압도당한다. 4~5m 거리 퍼팅을 쏙쏙 집어넣으며 버디나 파를 잡아내기 때문에 동반자들은 기가 죽는다. 그것도 그냥 넣는 것이 아니라 ‘요 정도는 다 들어가게 돼 있어!’라는 말을 하면서 집어넣는다.
한동안 드라이브 비거리 190야드, 우드 3번 200야드, 그리고 정교한 퍼팅으로 동반자들을 제압했다. 드라이브 비거리를 보고 쾌재를 부르던 동반자들은 세컨드 샷에 놀라고 퍼팅에 기절한다. 언젠가 윤 회장에게 퍼팅 비결을 물어보았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아무리 먼 거리 퍼팅이라도 컵에 공을 붙인다고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넣겠다고 생각하며 공을 친다.”
“롱 퍼팅을 성공시킨 다음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게 아니라 미리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퍼팅한다.”
“나는 주특기가 퍼팅이다. ‘퍼팅은 자신있다’라고 스스로 말하며 마음을 관리한다.”
윤 회장이 롱 퍼팅성공으로 내기에서 계속 승리하니까 사람들이 윤 회장의 운 좋은 손을 만져보자며 달려들었다. 좋은 기를 받자는 것이다. 그랬더니 윤 회장은 그냥 기를 뺏길 수는 없다고 주장해서 요즘은 한 번 손을 만지는 데 만원씩 낸다. 나도 요즘 윤 회장 손 두 번 잡고 2만원을 냈다. 내기 해서 돈 따고 손 잡혀주고 돈 벌고, 이래저래 돈을 벌 수밖에 없는 분이다.
요즘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새한 인수, 웅진캐피탈을 통한 금융업 진출, 태양광 사업 진출 등 사세가 쭉쭉 뻗고 있다. 게다가 다문화 방송국 개설,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운동, 6·25전쟁 참전 미군용사를 위한 보은잔치, 유구천 살리기 운동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독하게 일해서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 즐겁게 창의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돈을 번다.”
이런 말을 하는 윤 회장의 경영 슬로건은 ‘또또사랑’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는 서원밸리에서, 올해는 렉스필드에서 홀인원을 했다(첫 번째 홀인원을 할 때는 나도 동반자여서 양복 한 벌을 선물로 받았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운수대통한다는 속설이 떠오른다. 홀인원을 해서 웅진의 운세가 좋아지는 것인지, 사운이 뻗쳐서 연속 홀인원이 나온 건지 나도 헷갈린다. 그러나 내가 옆에서 볼 때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성공요인은 ‘절대긍정’의 힘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윤석금 회장 주변에 늘 파트너나 친구들이 몰려드는 것도 이 ‘절대긍정’의 힘이 자석처럼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멀리건과 골프의 품격
골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첫 홀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
첫 홀 더블보기, 둘째 홀 더블보기, 셋째 홀 보기, 이렇게 세 홀 만에 5타를 까먹고 나면 그날은 초반부터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에 첫 홀에 가볍게 파를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기도에 있는 L골프장은 처음 세 홀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접대골프를 할 때 이 골프장에 가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할까봐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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