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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스타일은 경영 스타일을 닮는다

골프 스타일은 경영 스타일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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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 강할수록 전투의지 강해져

박 회장은 강한 의지력과 창의력을 지닌 분이다. 남이 무슨 사업인지 이해도 못하던 시절 전시전문사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 IT기술과 접목해 독특한 영상전시관사업을 개척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각종 문화, 교육, 문화유산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한 전자교육프로그램을 사업화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사업설명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했고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난관을 뚫고 오늘날의 명품기업으로 키워왔으니 그 집념과 열정은 보통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생생한 교육데이터베이스를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이라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98%가 유료로 가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개구리의 부화라는 걸 설명할 때 이 자료를 검색하면 생생한 실제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박 회장이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날은 동반자들이 내기로 자극을 하는 날이다. 골프를 할 때 도전자가 심기를 긁으면 대개는 무너지게 마련인데 박 회장은 도전자가 강할수록 더욱 전투의지가 강해지는 독특한 성품이다.

“요즘 내가 공이 잘 맞는데 한 판 붙어봅시다.”



“지난번에는 아슬아슬하게 졌는데 오늘은 나도 각오하고 나왔으니 끝장을 냅시다.”

동반자들이 이런 소리를 하면 곧바로 “좋습니다!” 하면서 전투모드로 변신한다. 상대방의 도전을 피하는 일도 없다. 간혹 동반자가 심기를 흔들기 위해 내기에서 ‘더블’을 불러도 눈도 깜짝 않는다.

도전자가 강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골프스타일은 확실히 그의 경영스타일과 닮은 꼴이다. 재미있는 일은 딴 돈을 대부분 돌려준다는 것이다. 박 회장에게 맹렬하게 도전했다가 내기에서 지고 잃은 돈까지 돌려받은 사람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나를 두 번 죽이는 거요!”

박 회장이 돈을 돌려주는 이유가 있다. 그의 좌우명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다. 도전해왔으니 받아준 것뿐이고 게임이 시작됐으니 최선을 다해 이긴 것뿐이고 이겼으니 수익의 일부를 돌려준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박 회장에게 사업성공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우리 직원들이 해외 출장 갔을 때 서점에 들러서 보고 싶은 책을 사 오면 회사에서 돈을 내줍니다. 이렇게 모은 책 중에는 우리 사업 분야와 관련된 귀한 것이 정말 많습니다.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하지 않으면 창의적인 경영은 불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니 박 회장은 골프에 대해서도 늘 배우는 자세를 지닌 분이다. ‘도전-열정-학습-창의’ 이런 선순환 고리가 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자 골프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주말 레이크사이드 동코스에서 박 회장과 함께 라운드를 했다. 경농의 이병만 회장, 가엘시큐리티의 양재열 회장과 함께였다. 아웃코스는 앞바람 때문에 모두 고전했고 스코어는 내가 41타, 나머지 동반자가 모두 40타였다.

모두 분발하기 위해 인코스에서는 한 타에 만원씩 내기를 하기로 했다. 전반 스코어가 같으니까 핸디조정은 없었다. 나는 버디 3개를 몰아치며 후반을 2언더로 끝냈다. 박 회장은 아슬아슬하게 퍼팅을 계속 놓치면서 43타를 치고 말았다. 이렇게 끝내고도 박 회장은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제 너무 잘했더니 오늘 내 핸디 균형을 잡으려는구먼.”

박 회장은 캐디피까지 얼른 계산했다.

‘사업도 골프도 화끈하게 한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것이 박 회장의 매력적인 사업관이고 골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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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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