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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都의 무덤 앞에선 사랑도 권력도 바람이다
수년 만에 경주를 찾아가면서 든 생각은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영화를 거의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도(古都)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홀대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극에는 적합한 …
20151101 2015년 10월 22일 -

‘창조의 항해’ 나선 한국에 백남준은 영감(靈感)의 등대
“백남준을 아십니까.”2015년이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아마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백남준이 누구냐고요? 에이, 잘 알죠. 비디오 아트 창시자잖아요. 옛날에 경복궁 옆에서 갓 쓰고 굿도 했지 않아요…
20151101 2015년 10월 21일 -

연극에 산다
서울 세종로 한복판 커다란 전광판에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명멸해간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동 전광판엔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필자도 출연한 ‘리어왕’의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고. 이쯤 되면, 근래…
20151101 2015년 10월 21일 -

겨울 채비
바람은 차고 아침 서리 매서워져텃밭 무 걷이를 했습니다. 어떤 것은 아내의 매끈한 종아리 같고어떤 것은 큰아이 장딴지처럼 굵고옛적 나의 젊은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 무릎팍 길이만큼 땅을 파고 묻습니다그늘에 앉아 아내와 무청도 엮습니…
20151101 2015년 10월 21일 -

신자유주의 지고 ‘울림’ 주는 책 뜨고
책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서점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책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뭔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조명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10년 전인 200…
20151101 2015년 10월 21일 -

필요와 수요가 없는 건 모두 사라졌다
1무엇을 만드는지 물었을 때, 계나는 빙긋 웃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계나는 자르지 않은 생닭의 내장과 불순물을 맨손으로 손질하고 있었다. 우리와 가족이 된 후로 그녀는 가끔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하듯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사 남편…
20151101 2015년 10월 20일 -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展
격동하는 역사와 민족의 지난한 현실이 개인의 삶에 어디까지 스며들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할 때 적어도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에선 이쾌대(1913~1965)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다. 이쾌대는 월북화가로 금기시됐다가 1988년에야 해금…
201510 2015년 09월 23일 -

가장 자연다운 자연
자연을 가장 자연답게 표현한 풍경사진 대가는 딸에게 어떤 사진을 물려줬을까. 격랑의 서부 개발시대, 요세미티와 그랜드캐니언을 지켜내려고 악보 대신 카메라를 든 피아니스트 안셀 아담스(1902~1984). 환경보호단체 시에라클럽 감시…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이베리아 문화에 젖어드는 겨울
스페인은 유럽의 여느 국가와 다른 매력을 뽐낸다. 동과 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번갈아 거쳐간 이베리아 반도에 건축뿐만 아니라 음악 영역에서도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유산이 남은 것이다. 이베리아 음악의 정수를 하나씩 되짚어가는 것…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은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은
1 ‘하얀나비’ ‘이름 모를 소녀’ ‘작은 새’ 등 가장 한국적인 포크를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수 김정호(1952~1985).2 담양 죽녹원에 있는 우송당. 3 김정호가 살던 광주 북구 북동 33번지.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유방의 참모들 外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유방의 참모들오치규 지음, 위즈덤하우스, 296쪽, 1만5000원우리는 독불장군으로 일을 이뤄낼 수 없다. 일을 이루려면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잘 조직해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 유방과 그의 참모…
201510 2015년 09월 23일 -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너는 감옥을 없애는 것이 무엇인지 알잖아? 그건 바로 깊고 진한 정이야. 친구와 형제로서 사랑하는 것, 이것이 지고의 힘, 마술적인 힘으로 감옥의 문을 열지. 이런 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정이 되살아나는 곳에서는 …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우울증을 앓는 ‘기러기 아빠’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혼자 한국에서 지내다 견딜 수 없어 아내에게 들어오라고 했지만 아내가 들어오지 않아 결국 이혼한 아빠도 있다. 그렇게 혼자가 된 뒤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유방암 이겨낸 ‘항암뿌리’ 연근 ‘뼈 튼튼 씨앗’ 아마란스
◇ 연근2007년 1월 어느 날. 권현숙(57) 씨는 그날 불어대던 겨울바람을 유난히도 차갑게 기억한다. 며칠 전 받은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찾은 병원.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그를 기다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1510 2015년 09월 23일 -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미국 중부에는 캐나다 국경 부근에서 발원해 미국을 동서로 나누며 남북으로 흐르는 커다란 강이 있다. 세계에서 4번째로 긴 미시시피 강이다. 강은 미국의 10개 주를 통과하며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내륙 중간…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 곤봉 결투
서양 화가들의 작품을 볼 때 ‘심리적 거리’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심리적 거리란 마음의 거리입니다. 작품의 탁월성은 인정하는데도 마음속에 어떤 울림도 없을 때 저는 작품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느낍니다. 서양 회화는 기본적으…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창백하고 처절하게 가을이 묻어나는 노래
아득한 청춘 시절, 한때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을 꽤 알고 지냈다. 그도 젊고 나는 그보다 훨씬 젊을 때다. 1990년대 초반 나는 유학을 앞둔 일간지 경제부 기자였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당…
201510 2015년 09월 23일 -

상처 받지 않으려 상처 주는 게 사랑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데, 아니 상대방을 유혹하는 데 라면이 유효할 것이라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라면 얘기다. 먹는 라면. 지방 방송국 라디오PD로 일하는 은수(이영애)가 그랬다. 사운드 엔지니어로 소리를 채집하며 살아가는 상우…
201510 2015년 09월 23일 -

‘똘끼’는 천성 자아도취는 기본 조증(躁症)은 필수
배우 최민수가 지난 8월 촬영 도중 PD를 폭행한 뒤 방송에서 하차했다. ‘최민수가 또?’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 그가 폭행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엔 노인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최민수로선 억울한…
201510 2015년 09월 22일 -

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진리를 구하러 떠나던 도중에 폐가에서 잠을 자다가 너무나 목이 말라서 바가지에 담긴 감로수를 먹고 갈증을 풀었다. 깜깜한 밤중, 잠결에 마신 감로수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라는 걸 아침에 알고는 토하고 말았다. …
201510 2015년 0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