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뮈를 만나는 깊은 겨울밤
2011년1월27일 정오 무렵. 2차선의 D27 국도 중의 소로(小路). 아를에서 생-레미 프로방스를 지나 뤼베롱 산간의 고원(高原) 지대를 달려온 자동차는 루르마랭이라는 푯말이 나타나면서 속도를 낮추었다. 산골의 작은 마을이니 묘…
201112 2011년 11월 23일 -

모로코 쉐프샤우엔
마을을 찾아간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그것은 숨이 차오르도록 앞으로만 나아가는 도시의 시간을 거부하는 것이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과거의 시간과 극적으로 조우하는 감동의 순간이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산골…
201112 2011년 11월 23일 -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복음서’
학교에서 상을 받은 딸이 엄마한테 문자를 보내 자랑했다. “엄마ㅋㅋ나오늘상받았어ㅋㅋㅋ” 엄마한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엄마는 문자메시지에 익숙지 않다.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웃으며 물었다. “상 받은 거 축하해. 근데 ㅋㅋ…
201112 2011년 11월 23일 -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두보의 시 ‘북정(北征)’에 “산열매들이 숱하게 열려서 선약인 듯 단사(丹砂)처럼 붉다”는 구절이 있다. 진홍색의 단사는 신선이 되는 선약(仙藥) 중의 으뜸이다. 10월경 이 단사의 색깔처럼 붉게 익는 꾸지뽕 열매를 따러 산을 올랐…
201112 2011년 11월 23일 -

제2의 이소룡을 꿈꿨던 사나이 왕호
1970년대 중반. 한국 극장가는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는 권격 영화의 세상이었다. 홍콩에서는 쿵푸 영화가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는 태권도 영화, 일본에서는 가라테 영화가 만들어졌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 새로운 유형의 권격 액션 …
201112 2011년 11월 23일 -

장한나 첼로 리사이틀 外
장한나 첼로 리사이틀‘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휘자로 새로운 변신을 모색 중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2년 만에 여는 첼로 독주회.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Op34 No14,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
201112 2011년 11월 23일 -

鎭魂의 書
이별 그리고 아픔‘김 금 수. 화장 중.’ 영락공원 화장장 벽에 걸린 전광판에 붉은 자막이 흐른다. 이승에서의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핏빛으로 흐른다. 이대로 끝을 내기엔 너무 억울한 엄마의 삶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상황이…
201112 2011년 11월 23일 -

한국과 미국의 ‘정밀 저널리즘’ 전성시대
선거철만 되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점쟁이와 여론 조사기관 관계자들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더라도 투표일이 가까워 오면서 언론사마다 후보 지지율 조사로 법석을 떨었다. 시청자와 독자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기울인다. …
201112 2011년 11월 23일 -

“나는 조선의 벨린스키가 되고 싶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리저리 요동치며 흘러온 굵직굵직한 우리 ‘역사의 무늬’를 새기고 있는 시인이 있다. 올해 94세인 시인 이기형 선생이 그다. 그가 시를 쓰게 된 이유는 러시아 리얼리즘 문예이론을 세운 문예평론가이자 제…
201112 2011년 11월 22일 -

영국 뮤지컬의 시작과 끝 헨리 8세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음악 이야기가 들리면 필자는 본능적으로 귀가 예민해진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무리의 20, 30대 여성이 “오페라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며 수다를 떨고 있기에 귀를 쫑긋했더니 서서히 유령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1112 2011년 11월 22일 -

숏컷으로 만든 멜로 “관객들을 쉼 없이 몰아쳐라”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했다. 동영상을 찍는 이 신기한 기계는 카메라의 기능 외에도 영사기의 기능을 갖춘 하나의 작은 ‘영화 공장’이었다.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는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보다 작고…
201112 2011년 11월 22일 -

정성을 다하는 요리사처럼
나에겐 자랑하고픈 능력이 있다. 그건 바로, 좋은 식당과 찻집을 알아보는 능력이다. 물론 먹어보고 나서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잘난 척하는 이유는, 그 집의 문지방을 넘기도 전에 그것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201112 2011년 11월 22일 -

자연과 문명의 접합점에서 발견하는 절대 고독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
201112 2011년 11월 22일 -

코끼리의 기원
어젯밤 회식이 길어졌고, 좀 취한 것까지는 인정하겠다그래도 그렇지, 평상시처럼 출근시간 맞춰 잘 일어나, 늘 하던 대로빵 굽고 딸기잼 꺼내고 오렌지 주스 따르고, 늘 하던 대로, 아들을 깨웠다빨랑 일어나라, 아침 먹자 잉,아빠, 누…
201112 2011년 11월 22일 -

호주의 대중문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Aborigine)은 최소 4만년 이상 호주에서 고립된 상태로 살았다. 그래서 ‘애버리진 말고는 다 이민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1788년, 정확하게 223년 전부터 호주에 정착한 영국계 백인들이 10…
201111 2011년 10월 26일 -

골프 천국 호주
서호주 주도(州都) 퍼스.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젊은 백인 기사가 필자의 골프백을 트렁크에 넣은지라 자연히 골프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 골프코스의 그린피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는 택시기사에게 필자가 물었다.“골…
201111 2011년 10월 25일 -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동경 127。에 위치한 인천공항을 출발해, 동경 151。에 위치한 시드니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거의 직선으로 남행(南行)한다. 10시간 남짓한 여정(旅程). 호주의 별칭이 ‘다운 언더(Down Under)’인데, 말 그대로 ‘아…
201111 2011년 10월 25일 -

chapter 05 관광 천국
술주정뱅이 시인 헨리 로슨의 낭만적인 시편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포도주 한 잔씩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곤드레만드레!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마셔라! 잊힐 것이다’ 같은 감상적인 내용의 시 한 수 쓰게 될지도 모른다. 술이 들어…
201111 2011년 10월 25일 -

잘츠부르크와 장크트 볼프강
서양 음악사에서 최고의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모차르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그가 탄생한 곳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광을 누린다. 그곳에는 모차르트가 17살 때까지 살았던 생가가 있어,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달뜨게…
201111 2011년 10월 20일 -

자하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런던 풍경이라는 말이 있다. 7층 발코니 너머로 내다보이는 템스 강과 세인트 폴 대성당 전경이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서울 인왕산 자락, 치마바위 아래 선 자하미술관에…
201111 2011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