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손편지 그 온기를 찾아서
편지는 언제나 불멸의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친구의 육체 없이 마음만 있는 것이니까요.-에밀리 디킨슨우체통을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예쁜 편지지나 엽서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여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쓸…
201512012015년 11월 24일내 어두운 그림자를 최고의 친구로 만들기
얼마 전 영화 ‘러더리스(Rudderless)’를 보며 자신의 가장 아픈 그림자와 마주하는 게 얼마나 쓰라린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아들이 총기난사 사건에 연루돼 사망하자, 아버지는 그야말로 영화 제목처럼 ‘방향타를 잃은’ 상태로 …
201511012015년 10월 22일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너는 감옥을 없애는 것이 무엇인지 알잖아? 그건 바로 깊고 진한 정이야. 친구와 형제로서 사랑하는 것, 이것이 지고의 힘, 마술적인 힘으로 감옥의 문을 열지. 이런 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정이 되살아나는 곳에서는 …
2015102015년 09월 23일멀리서 반짝이는 등대 불빛을 찾는 밤
무언가를 향해 완전한 사랑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신념, 일, 가족, 연인, 친구에 이르기까지, 어떤 대상을 향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열정은 야망에 도달하기 위한 엔진이 아니라 순수 혹은 순정을 향한…
2015092015년 08월 21일우리가 한눈파는 동안 스쳐가는 세상의 아름다움
첼리스트의 체성감각 피질에는 왼손가락의 감각을 처리하는 세포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다. 왜일까? 전문 첼리스트는 왼손을 능숙하게 다뤄서 반사적으로 맞는 음을 짚고, 손가락의 압력과 진동을 조절해 음악적으로 뛰어난 연주를 해야 하기…
2015082015년 07월 24일나를 매혹시킨 것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누구나 화를 낼 수는 있다. 화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딱 맞는 사람에게, 적당한 수위로, 그리고 꼭 맞는 시기에, 올바른 목적으로, 게다가 정당한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정당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것…
2015072015년 06월 25일당신은 나의 적이 아닙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순 없을까요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나서 석 달쯤 후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아픈 딸을 건사하느라 자신의 꿈도 당분간 접어둔 상태였다. 쌍둥이 중 하나가 태어날 때부터 많이 아파 지금도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녀의 딸…
2015062015년 05월 22일무엇이 소녀를 작가로 만들었을까
삶의 생기가 떨어져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동경하는 것들’이 사라져갈 때다. 동경은 그 대상이 멀리 있을수록, 다가갈 수 없을수록 깊고 짙어진다. 동경은 질투와 달리 그 대상이 ‘계속 아름다웠으면, 계속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이었…
2015052015년 04월 21일영원한 이별 앞 ‘공감일기’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영원히 떠나보낸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위로’라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이 슬픔에 빠졌을 …
2015042015년 03월 20일열등감 콤플렉스와의 끝없는 전투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업무 자체가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 직장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해본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갑을 관계의 폭력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은 그동안 참아온 ‘관계 …
2015032015년 02월 23일성찰 없는 나르시시즘의 끝
때로는 권력욕이나 재물에 대한 욕구보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리어왕이 그런 경우다. 그는 말년이 되자 더 이상 정치나 재산에 미련을 느끼지 못하고 ‘남은 생을 세 딸의 보살핌 속에서 편안하게 살겠다’고 …
2015022015년 01월 20일위대한 정신이 태어나는 순간
내가 추구하는 것은 실재하는 것도 아니고, 실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무의식을 이해하고 싶다. 인간이라는 종족이 지닌 본능의 미스터리 말이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나는 항상 융으로 돌아온다. 심리학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
2015012014년 12월 19일부자도 빈자도 가난한, ‘현대화한 빈곤’의 재앙
현대인은 어디서나 감옥에 갇힌 수인이다. 시간을 빼앗는 자동차에 갇히고,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에 잡혀 있고, 병을 만드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다. 사람은 기업과 전문가가 만든 상품에 어느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기…
2014122014년 11월 19일내 삶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일까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예측하지 못했던, 그리고 순응하고 싶지 않았던 요인들에 이끌려 현재의 처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새뮤얼 존슨 ‘라셀라스’ 중에서 그건 나의 선택이 아니야!얼마 …
2014112014년 10월 21일인생에 감사하지 않는 죄에 대하여
젊은 시절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저 사람이 저토록 멋진 사람이었나’ 싶게 변한 경우가 있다. 그때 사람들은 젊은 시절 자신의 안목 없음을 한탄한다. 하지만 변한 것이 오직 상대방…
2014102014년 09월 18일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물들
어릴 때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배웠다. 나 또한 그런 줄 알았다. 동식물이나 물건으로 태어나지 않고 걷고 뛰고 말하고 노래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
2014092014년 08월 21일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삶의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랑과 우정까지 시장이 들어서고, 노동착취가 공포가 아니라 노동을 착취당하지 못하는 게 공포다. -박노해 영혼의 성장판이 굳게 닫혀버린 어른들이 있다. 이제 웬만큼 알…
2014072014년 06월 19일호모 이라둔쿠스여 분노하라
분노하는 인간, 호모 이라둔쿠스는 21세기의 뜨거운 화두가 돼간다. 얼마 전부터 ‘우울증’ 버금가는 빈도로 언론에서 자주 노출되는 심리적 증상은 ‘분노조절장애’다. 여성에게는 우울증이, 아이들에게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2014062014년 05월 21일타국의 형식에 우리의 정신을 담는다는 것
대학생들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험이 바로 한자 시험이다. 늘 한국어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한자에 독음(讀音)을 달라’고 하니 새내기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하지만 나는 한자 시험이 여전히 필요하다…
2014052014년 04월 21일사물들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을 듣는 법
말못하는 사물의 마음을 읽고 보듬고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말하는 동안보다도 말하지 않는 동안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한다. 자신의 입 밖으로 빠져나가는 말을 줄이고, 혀와 입술이 없는 조용한 사물의 속삭임을 …
2014042014년 0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