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위에서 사는 법
이런저런 사정으로 요즘 여유 있게 쇼핑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11월에 서울 시내 각 백화점이 성탄과 연말연시를 위한 외관 장식을 선보이자 난 막장 드라마의 기억을 상실한 여주인공처럼 불현듯 내가 쇼핑했던 시간들을 기억해냈다. 원더…
2009122009년 12월 09일서울컬렉션을 보는 쇼퍼홀릭의 자세
어떤 사람들은 ‘신상‘(신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탤런트나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 예로 가수 서 인영이나 탤런트 김혜수를 든다. 이런 인식은 상당히 그럴듯하다. 유명 연예인 같은 트렌드 세터들이 방송 등을 통해 스쳐 지나가듯 ‘노출’…
2009112009년 11월 03일쇼퍼홀릭의 쇼윈도, TV
‘어쩌다’ ‘우연찮게’ ‘솔직히’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사들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읽다가 이런 단어들과 마주치면, 길에서 쥐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처럼, 움찔 멈춰 선 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한다(특히…
2009102009년 10월 01일백화점의 기원
“어머, 아직도 거기 안 가봤단 말이야? 완전 핫이슈인데?”“무슨 일 있어? 기자가 사무실에만 있어도 돼?”“아, 조, 좀 바빴지…사실 정신없었네, 하하.”(!@#$)그녀들은 미심쩍은 듯 나를 훑어봤다. ‘독수리마녀’같은 눈빛을 가…
2009092009년 09월 03일낭만적 결혼과 그 적들
대학 여자 후배 한 명이 가을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수많은 연애를 초인적인 이성으로 헤쳐 나오고, ‘보배로운’ 남친들을 떠나보냈으며, 적잖은 연적을 물리치며 살아온, 후회 없는 서른일곱 인생이었다. ‘알파걸’과 ‘골드 미스…
2009082009년 07월 28일선물 사는 남자들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려는데요, 뭘 선물할까요?”“티파니가 좋지 않을까요? 특히 결혼할 상대라면 말이에요.”쇼핑을 자신에게는 절대 닥치지 않을 재난 정도로 생각하는 남성들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그 막연하고도 …
2009062009년 05월 29일쇼핑의 재구성
발신정보:Boy from N.Y.(2009.4.15)수신인: 서울 쇼퍼홀릭 문서제목: Happy for You!메일 정말 기쁘게 읽었답니다. 그 가방은 쇼퍼홀릭씨에게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여름에 서울 갈 테니, 꼭 가방 든 예…
2009052009년 04월 30일‘쇼퍼홀릭’을 위한 영화 및 추천도서 목록
“꼭 와서 보셔야 해요. 영화 제목으로 칼럼도 쓰시잖아요.”영화 ‘쇼퍼홀릭’을 배급하는 브에나비스타 직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부담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이 불경기에 나더러 한국 흥행 스코어 책임이라도 지라는 말인가? 고마운 …
2009042009년 04월 01일쇼핑의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착한 손님에 속한다. 도넛이나 감자칩 같은 걸 먹은 손으로 매장에 걸려 있는 새 옷이나 새 책을 만지지 않는다. 쇼윈도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누가 그걸 낚아챌까봐 매처럼 날카로운 눈을 떼지 않으면…
2009032009년 03월 03일소유와 쇼핑
“봤어? 그 남자 태그호이어 카레라 차고 있더라.”“지난번에 렉서스 타고 온 사람 기억나?”브랜드란 이런 것이다. 태그호이어, 렉서스, 샤넬과 에르메스가 한 인간의 몸과 영혼을 대신한다. 그의 이름이 개똥이든, 그의 꿈이 원시림에 …
2009022009년 01월 30일경제난 쓰나미
지난해 이맘때쯤 나는 각 브랜드 ‘샵마’의 특별한 초대를 받아 매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세일 쇼핑을 하는 즐거움에 살짝 정신을 놓고 있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먼저 호피무늬 벨트의 유용성을 알아볼까봐, 내가 노려온 아이보…
2009012009년 01월 02일아름다운 나의 싱글몰트 위스키
요즘 같은 때 면세점 쇼핑 운운하면 악플이 100만개쯤 달릴 것이란 건 안다. 또 술도 안티 많기로 담배와 도박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난 단지 ‘옛날 옛적에’ 면세점에서 했던 아주 잘한 쇼핑 아이템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
2008122008년 12월 02일일본 남자들이 옷 입는 방법
일본이라면 일단 한 수 아래로 보고 무시하기를 서슴지 않는 한국 남성들이 들으면 유쾌하지 않을 소식 한 가지. 요즘 세계에서 제일 옷 잘 입는 멋쟁이로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 남성을 쳐준다는 거다. 누구? 그 왜소한 체격에 여자 앞…
2008112008년 10월 29일가을엔 쇼핑을 하겠어요
내가 남자라면 이번 가을엔 이런 것들을 살 거다. 몸에 쪽 달라붙는 꼬르넬리아니 스트라이프 슈트 한 벌, 발목까지 오는 토즈의 부츠와 사슴도 한 마리 넣을 수 있을 듯 커다란 구찌 가방, 금딱지 롤렉스 오이스터 데이토나. 그리고 소…
2008102008년 10월 01일프런트 로의 남자들
쇼펄로지(shopologie, 쇼핑학. 패션 에디터들과 쇼퍼홀릭이 밀고 있는 용어로 쇼핑의 행태와 심리를 분석할 때 세상의 냉소를 피해갈 요량으로 활용한다)에서 ‘프런트 로(front row)’란 패션쇼 맨 앞자리 중간의 VIP석을…
2008092008년 08월 31일털 뽑는 원숭이
최근 쇼퍼홀릭의 머스트해브가 된 영화 ‘섹스앤더시티’에 네 명의 여성 주인공이 멕시코 리조트의 풀사이드에서 태양을 즐기는 장면이 있다. 이들의 캐릭터는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결벽증이 있는 샬롯은 멕시칸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고 ‘…
2008082008년 07월 31일빨간 악어가죽 지갑 있나요?
김희애 송윤아 등 톱스타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패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유명한 백 마니아다. 슈트를 즐겨 입는 남성인데도 팔에 에르메스 버킨 백을 걸고 다니거나 샤넬의 숄더백을 매치하기도 한다. 늘 ‘신상’…
2008072008년 07월 04일누구를 위한 다이아몬드인가
“역시 좋은 건 많이 반짝거려야 해.” 전시 조명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까르띠에 보석들을 바라보며 난 이렇게 말했다. 그때 누가 나를 봤다면 내 눈도 그만큼 반짝거리고 있었다고 말해줬을 것이다. 또 난 부끄러웠다. 인조 다이아몬드…
2008062008년 06월 09일10 CORSO COMO
3월20일 내 주변 사람들(패션 관계자들과 쇼퍼홀릭들) 관심사는 오직 하나 ‘10 CORSO COMO’였다. 오랜만에 연락한 이들의 용건이 ‘거기 가는지 궁금해서’였으니 말이다. ‘텐코르소코모’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옷가게’다.…
2008052008년 05월 06일글로벌 워밍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아서”라는 건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옷과 구두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때의 내 대답이다. 이 원시적이고 존재론적인 대답에 사람들은 ‘납득’하는 표정을 지어준다.그런데 최근 이 ‘현답’의 설득력이…
2008042008년 04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