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을 썰다, 계절을 담는 칼끝](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8/f2/04/70/68f204701950a0a0a0a.png)
[에세이] 가을을 썰다, 계절을 담는 칼끝
가을은 요리사에게 선물처럼 기쁘기도 하고 시험처럼 어렵기도 한 계절이다. 하늘은 푸른 유리처럼 높고, 바람은 선선하게 뺨을 스친다. 들판은 노랗게 물들고, 바다에는 살이 오른 생선이 가득하다. 이 계절은 참으로 풍성하다. 하지만 그…
김재훈 요리사2025년 10월 19일
잿더미와 초록 사이에서: 지구의 피부와 나의 얼굴
2025년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무섭게 확산됐다. 불길은 산을 타고 들을 건너 동해를 향해 거침없이 번져갔다. 마치 숨을 들이마신 괴물처럼 그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수십 년간 쌓아온 인간의…
김원효 ㈜대정 대표·㈜닥터락 본부장2025년 09월 10일![[에세이] 뜨거운 계절을 건너는 마음](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8/99/c2/f8/6899c2f81386a0a0a0a.jpg)
[에세이] 뜨거운 계절을 건너는 마음
전국이 뜨겁다. 길 위에 서면 땅에서 열기가 치솟고, 머리 위로는 햇볕이 내리꽂힌다. 말 그대로 ‘구워지고’ 있다. 더위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낯설다. 익숙함 속에 깃든 낯섦. 늘 겪어온 계절인데도 이번 여름은 다르게 느껴진다…
정승혜 만화작가2025년 08월 12일![[에세이] 소르본 길에서](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8/6f/86/a5/686f86a5118fa0a0a0a.jpg)
[에세이] 소르본 길에서
파리는 길의 도시다. 불바르(큰길·Boulevard)에는 혁명과 변화의 흔적이, 알레(골목길·allée)에는 사색과 연애의 정취가 스며 있다. 그중에서도 ‘뤼 드 라 소르본(소르본 길·Rue de la Sorbonne)’은 시간을 …
이은승 남서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2025년 07월 11일![[에세이] 인생과 교생 실습](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8/1d/c9/bc/681dc9bc17c6a0a0a0a.png)
[에세이] 인생과 교생 실습
나의 10대는 애정결핍과 결탁한 안하무인의 시절이었다. 불조심 포스터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으로 우쭐대던 초등학교 시절, 알량한 소묘 솜씨를 뽐내겠다며 사립 명문 예술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쳤다. 교내 미술대회에서 상을 싹쓸이한…
연세영 피아니스트 겸 작가2025년 05월 12일![[에세이] 놀랍도록 닮은 임진왜란과 탄핵 정국](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7/c6/94/f3/67c694f323d4d2738276.jpg)
[에세이] 놀랍도록 닮은 임진왜란과 탄핵 정국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를 마감한 후 위로는 다이묘(영주)들을 통제하기 위해 중앙집권화를 강화하고, 아래로는 병·농 분리와 도검 몰수령을 내려 집권 기반을 확실히 하자 전란의 위험을 감지한 조선은 일본의 사…
장두희 에세이스트2025년 03월 11일
인생 2회차를 살아가는 법
“이거 요즘 유행하는 거 맞지?”“아니, 이건 지지난주에 유행한 거지. 이미 유행 지났어.”스마트폰을 슬며시 내밀며 질문하는 내게 시큰둥하게 내뱉는 초등학교 5학년 둘째의 타박이 이젠 새롭지도 않다. SNS에 수없이 올라오는 다…
백수진 웹툰칼럼니스트2025년 02월 10일![[에세이] 나의 마지막 행운](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7/7b/45/25/677b4525099dd2738276.jpg)
[에세이] 나의 마지막 행운
어머니는 신경외과 병동의 4인용 병실에 누워 있었다. 손목이 보호대로 묶인 채 허공을 바라보며 횡설수설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무거운 둔기로 마음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부희령 수필가2025년 01월 10일
나아가기 위해 돌아보는 일의 중요성
연말이 다가올 때면 언제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나에겐 코끝이 시릴 때쯤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강도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세지는 것 같다. 올해가 지나면 33세. 그러니까 이번엔 딱 32세만큼의 강도로 싱숭생숭해하…
최윤석 웹툰 스토리 작가·만화평론가2024년 12월 12일![[에세이] 각자의 걸음](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7/28/5f/67/67285f671945d2738276.jpg)
[에세이] 각자의 걸음
요즘 규칙적 수면과 식사가 어려울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밥 한 끼 거르는 것이 큰일도 아니고 잠이야 좀 몰아서 자면 될 일이라며 마음속 주름을 털다가도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걷다 보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몸부림치며 살고…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연출가2024년 11월 13일![[에세이] 속도보다 여유, 산책의 기쁨](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6/f9/f9/71/66f9f9711df8d2738276.jpg)
[에세이] 속도보다 여유, 산책의 기쁨
지난해 가을은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출퇴근하는 대부분의 날을 걸었기 때문이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걸으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걷고 나면 말끔해지는 데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
황중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2024년 10월 14일
어른 위한 '희이망' 필요한 시대
“오… 흐이생.”내가 TV 갖고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자 아내와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흐이생’은 우리 가족이 누군가를 위해 자기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냥 “희생”이라고 말하면 어딘가 너무 거룩(?)…
정덕현 문화평론가2024년 09월 16일![[에세이] 100년 된 반죽과 해탈 케이크](https://dimg.donga.com/a/150/150/95/1/ugc/CDB/SHINDONGA/Article/66/b1/7a/9f/66b17a9f1aa3d2738276.jpg)
[에세이] 100년 된 반죽과 해탈 케이크
The first pancake is always spoiled.첫 번째 팬케이크는 늘 실패한다. -영국 속담
신영인 에세이스트2024년 08월 18일
시골시인 K·J·Q에 대한 보고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들과 지방에 거주하는 시인들 간에 거리감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큰 시인들은 지방에 다 살았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권위 있는 문학잡지를 펴내는 문학 전문 출판사 편집위원들도 뛰…
성윤석 시인2024년 07월 07일
인생은 결국 빛을 따라 걷는 여정, 그 빛은 가족이다
평소 흔하고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이 정작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뒤늦게 느낀다. 흔히 잃어봐야 귀하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철이 들었는지 정작 중요한 것이…
오평선 작가2024년 06월 30일
나를 위한 선물, 파리 낭만 여행
누구에게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내겐 여행이 그렇다. 내가 늘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여행지에서 만난 고대 유적과 유물을 통해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고, 수많은 예술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
노미경 여행작가2024년 04월 27일
봄나들이 탐매 여행
개구리들이 내 산방 이불재 작은 연못에서 목청을 높여 개골개골 노래하고 있다. ‘개골개골’은 의성어인데 나는 뜻글자로 받아들인다. 겨우내 닫혔던 산골짜기가 비로소 열리고 있다(開谷開谷)는 뜻으로 들리는 것이다. 나이 마흔아홉에 서울…
정찬주 소설가2024년 03월 23일
쇼펜하우어는 고독에 중독되지 않았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출간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점차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많은 사람이 왜 200년 전 독일 철학자의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느냐고 내게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했…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2024년 02월 24일
예순에 딴 운전면허
시월의 이른 아침, 나는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은 후 차를 몰고 천년 고찰 강화 보문사로 향했다. 그곳엔 가을 단풍이 있었고 무엇보다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 스님이 있었다. 차가 김포 톨게이트를 벗어나자, 물안개에 싸였던 한강 다리 사…
정성욱 시인2024년 02월 10일
웃음은 천국의 표정
한바탕 가을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한낮의 뜨거움이 절정을 찍었다. 가을은 뜨거운 태양으로 완성된다. 태양을 품어야 익어가는 대추와 밤이 추석이 다가왔음을 알린다.강렬한 태양은 과일의 속살과 과육을 만드는 원초적 에너지다. 생명의 결…
김희경 작가2023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