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旅路) 그 물음과 깨달음을 얻는 길
강릉 쪽에 바쁜 일정이 잡혀 있다면 몰라도, 드문 바깥나들이를 꼭 재미없는 고속도로만 이용해서 할 까닭은 없다. 하여 강릉을 가긴 가는데 시간을 좀 넉넉히 해서 강원도 내륙을 거쳐 가보기로 한다. 정선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장평 …
2012042012년 03월 20일꿈꾸는 절간 운주사 가는 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중략)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
2012032012년 02월 21일‘실상(實相)’이 보이지 않아 가슴속에 들여놓은 절
조선 말, 정수동이가 그랬다던가. 수동의 마누라가 아이를 낳았다. 미리 미역을 준비하지 못한 터라 마누라가 수동에게 장에 가서 미역을 좀 사오라고 했다. 수동이 시장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때마침 바삐 어디론가 행차하는 친구들을…
2012022012년 01월 19일기다림과 그리움의 끝을 향한 행로
스스로 ‘제자 복’ ‘술 복’ ‘화초 복’ 3복이 많았다고 생애를 행복해 했던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비 중 한 분. 익산 전주로 가는 행로에서 손쉽게 그이를 만날 수 있음은 ‘길 복’이 됨직도 하다. …
2012012011년 12월 20일자연과 문명의 접합점에서 발견하는 절대 고독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
2011122011년 11월 22일박재삼 詩가 일러주는 삼천포의 정한(情恨)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빛으로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2011112011년 10월 19일천년의 미소 찾아가는 길
처음 해미읍성을 찾은 때는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점심때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지만 평일이라 성 앞거리는 퍽 한적했다. 공사 안내판이 서 있고 이곳저곳 노변이 뜯겨 있었지만 힘써 뭔가를 만들고 고쳐보겠다는 부산스러움은 보이지 않았다. …
2011102011년 09월 20일‘잘 늙은 절 한 채’찾아가는 길
시인이란 참 묘한 존재다. 한량없이 천진스러운가 하면 때로는 능글맞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화암사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 않겠다는 이 시는 어떤가? 정녕 그럴 양이면 그에 대한 시를 발표하지 않거나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못하게…
2011092011년 08월 19일천등산(天登山)이 거느리는 시간과 풍습
원서문학관’에 다다르기 전, 예까지 온 김에 천등산이나 먼저 올라보겠다는 즉흥으로 다릿재 터널을 지나자마자 큰길을 벗어나 백운면 소재지로 들어섰다. “천등산 다릿재 터널을 지나면 백운면 입구를 알리는 첫 번째 안내판이 길가에 있고 …
201108201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