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불간 내자가추 (往者不諫 來者可追)
일찍이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잠시의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속된 세상에 발을 담근 것을 후회하면서 관직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며 “왕자불간(往者不諫)이나 내자가추(來者可追)”라고 읊조렸다. 그 뜻인즉 이전에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는…
2000022006년 12월 27일야구의 추억
야구선수, 해설자, 감독, 코치, 그리고 다시 해설자를 거치면서 43년이 흘렀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으로 야구를 시작했을 땐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더랬다.그런데 이제는 그야말로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교…
2006122006년 12월 08일‘나만의 경쟁력’ 키우기
사 람들은 파란 불이 들어오면 건널목을 건넌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파란 바다를 기대하며 휴가를 떠나고, 파랑새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있다. 똑같이 ‘파란’이라는 형용사를 쓰기는 했어도 파란 불,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파랑…
2000032006년 11월 30일‘나만의 경쟁력’ 키우기
사 람들은 파란 불이 들어오면 건널목을 건넌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파란 바다를 기대하며 휴가를 떠나고, 파랑새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있다. 똑같이 ‘파란’이라는 형용사를 쓰기는 했어도 파란 불,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파랑…
2000032006년 11월 30일반닫이
참으로 허름한 물건이다.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는 물건이다. 손잡이는 이미 떨어져 나간 지 오래고, 장식물 또한 동강난 것, 아예 떨어져 버린 것, 녹슨 것, 모두가 하나같이 볼품없다.그래도 앞면은 반들반들 윤기가 남아 고풍스…
2000042006년 11월 15일반닫이
참으로 허름한 물건이다.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는 물건이다. 손잡이는 이미 떨어져 나간 지 오래고, 장식물 또한 동강난 것, 아예 떨어져 버린 것, 녹슨 것, 모두가 하나같이 볼품없다.그래도 앞면은 반들반들 윤기가 남아 고풍스…
2000042006년 11월 15일아우라의 파괴
‘아우라’라는 말은 벌써 일상용어가 됐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의 원작 앞에 선 느낌은 모나리자의 복제사진을 볼 때와는 다를 것이다. 원작을 둘러싼 어떤 분위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지금 여기서(hic et nunc…
2006112006년 11월 06일이규보의 매미
《…어떤 매미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기에 내가 듣다 못하여 매미를 날아가도록 풀어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나를 나무라면서, “거미나 매미는 다 같이 하찮은 미물들일세.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해를 끼…
2000062006년 10월 13일이규보의 매미
《…어떤 매미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기에 내가 듣다 못하여 매미를 날아가도록 풀어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나를 나무라면서, “거미나 매미는 다 같이 하찮은 미물들일세.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해를 끼…
2000062006년 10월 13일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인간이 태어나려면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야 한다. 이 과정이 수정이다. 수정은 한 마리의 정자가 난자와 만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남자가 한 번 사정을 하면 대개 4∼5cc…
2006102006년 10월 02일한국과 나
만으로 여섯 살이 된 딸은 잠꼬대를 한국말로 한다. 나는 가족을 이끌고 2005년 4월 서울에 부임했다. 한국을 피부로 느끼고 싶어해서 나와 아내는 딸을 일본인학교 부속유치원이 아닌, 동네에 있는 한국 유치원에 다니도록 했다. 이 …
2006092006년 09월 11일화가의 눈과 세상만사
화가의 산문은 날카롭고 매서운 데가 있다. 화가의 눈은 모든 사물을 무심하게 보아 넘기지 않는다. 직관과 통찰은 기본적으로 ‘눈의 힘’에서 나오는 것인데, 화가는 이런 힘이 세다. 화가의 산문은 미술 창작으로 미처 표현할 수 없었던…
2006082006년 08월 14일특별한 귀향
“아빠, 누구 만나러 서울에 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단다.”“우리 할아버지는 서울에 없잖아.”말없이 부산역에서 서울행 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에 여섯 살 짜리 둘째 놈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러나 아홉 살 짜리 딸은 분위기를 살…
2000102006년 08월 11일이중성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나라의 국민성이다. 요즘같이 민주화되고 개성이 존중되는 세상에 한 국민을 뭉뚱그려 이러이러하다고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은 분명 커다란 잘못이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
2000112006년 08월 08일200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사랑이라는 것이 아직 존재하는 한내 영혼 속에 완전히 꺼지지 않습니다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그렇게도 진심으로 그렇게도 나지막이언젠가 신이 당신에게 다른 사랑을 준다 해도… 러시아의 대문호 푸슈킨의 시에 곡을 …
2006072006년 07월 21일축구는 죄가 없다
나는 주옥 같은 블랙 유머로 가득한 송능한 감독의 영화 ‘넘버3’를 좋아한다. 영화와 비디오테이프로 두 번씩 봤지만 잊을 만하면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니 심드렁한 일상의 깊은 밤에 나는 몇 번이고 넘버3의 ‘명대사’를 탐닉…
2006062006년 06월 15일꽃밭에서
열살 먹은 딸, 지윤이의 마음이 봄날처럼 들떴습니다. 하루는 뜬금없이 파종기가 뭐냐고 묻기에 꽃씨 뿌리는 시기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러자 사루비아 꽃씨 봉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왔다며 내밉니다. “아빠, 꽃씨 심어요. 지금이 딱…
2006052006년 05월 02일발견의 미학
열차를 탈 때마다, 긴 플랫폼을 걸어갈 때마다, 열차 계단에 첫 발을 올려놓을 때마다, 중얼거린다. 나는 내 영혼을 만나러 떠난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부르르 떠는 열차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열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할…
2006042006년 03월 28일구두 한 짝
사람들은 저마다 눈부십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정신없이 일을 하고 점심 때가 되면 어김없이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기억해 내니까요. 신은 그 살아 있음을 미워하거나 부끄러워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므로 그것은 당당한 눈부심이지요.그러나 …
2006032006년 03월 07일내세에 보고 싶은 사람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 고정희가 평소 자주 쓰던 말 중 “바닷물 맛을 알기 위해서 바다 전체를 삼킬 필요는 없다. 단지 한 컵만 마셔보면 안다”는 게 있었다. 어떤 사물의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를 보는 …
2006022006년 02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