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명黎明
오전 9시 반, 상황실로 들어선 한정철의 기색이 흉흉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정철은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유형이다. 빈 상황실에 앉아 있던 박도영과 이인수는 한정철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항상 보디가…
2014122014년 11월 19일려명黎明
“검문소다.”장씨가 낮게 말했지만 이미 차 안의 사내들은 앞쪽의 불빛을 보았다. 정순미는 의자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있다. 윤기철은 검문소 앞에 세워진 차량 두 대를 보았다. 트럭과 소형 승용차다. 차량 통행이 뜸해서 뒤를 돌아보았…
2014112014년 10월 21일려명黎明
망설이던 윤기철이 휴대전화의 수신 버튼을 눌렀다. 무시할 수는 없다.“여보세요.”윤기철이 응답했을 때 이인수가 대뜸 물었다.“윤 과장님, 지금 어디 계시죠?”“예, 여기 옌지인데요.”주위가 관광객으로 소란했기 때문에 윤기철이 로비 …
2014102014년 09월 18일려명黎明
“그럼 어떻게 하죠?” 정순미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덧붙였다.“전 정말 강계로 간다고요.”아직은 두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 이들이 위장한 보위부원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때 사내가 풀썩 웃었다.“우리가 보위부 정보원 같…
2014092014년 08월 20일려명黎明
긴장한 윤기철이 정순미를 보았다. 장난으로 허튼소리를 뱉다가 무안을 당한 꼴이다.“무슨 일이야?”윤기철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울렸다. 그때 정순미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떨어졌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정순미가 흐린 눈으로 윤기철을 …
2014082014년 07월 22일려명黎明
“저건 전성일 선생한테 전해줘.”윤기철이 알루미늄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고 나서 종이백을 집어 정순미에게 내밀었다.“이건 내가 정순미 씨한테 주는 선물이야, 받아.”그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정순미가 방그레 웃었던 것이다. 얼굴…
2014072014년 06월 19일려명黎明
다음 날 오전에 선적이 있기 때문에 창고가 붐볐다. 윤기철도 컨테이너에 싣는 박스를 확인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10시 반까지 창고에 박혀 있었다.“이봐, 윤 과장.”컨테이너 뒤에 서 있던 윤기철이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법인장 …
2014062014년 05월 20일려명黎明
차가 도착한 곳은 1단계 공업지구 북쪽에 위치한 2층 건물 앞이다. 개성식당에 갈 줄 알았던 윤기철은 긴장하고 있었다. 차에 탄 시간은 10분밖에 안되었지만 별 생각이 다 났다. 차에서 내린 윤기철에게 건물 현관 앞에 서 있던 사내…
2014052014년 04월 21일려명黎明
“술 한잔 할 테니까 준비해.”그날 오후, 근로자들이 버스로 퇴근했을 때 김양규가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전입 축하파티를 하겠다는 말이다. 공장건물 옆 숙소에서 하는 줄 알고 사무실에서 꾸물거리던 윤기철은 잘 차려입은 과장들이 들…
2014042014년 03월 19일려명黎明
“1년만 근무해, 1년 후에는 내가 책임지고 과장 진급과 동시에 본사로 복귀시킬 테니까.”박경호가 담배를 빨아들이더니 연기를 길게 뱉고 나서 말을 이었다.“본봉에다 파견수당 50만 원이 붙는 거야, 거긴 돈 쓸 데가 없어서 1년에 …
2014032014년 0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