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맞으며 첫사랑의 설렘 느껴
선댄스영화제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거나. “이름은 들어봤다”가 열 명 중 한 명 정도나 될까. 설상가상 국내 영화계도 선댄스영화제를 ‘버린 지’ 오래다. 국내 영화인들은 1월 말,…
201703012017년 02월 28일영화 ‘불모지’라서 ‘신천지’인 곳
모두들 이 정도까지일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석 자 이름 하나가 세상사를 집어삼켰다. 어렵게 쌓아놓은 국가의 자존심은 일순간에 무너졌다. 이제 세계의 모든 통신사, 모든 매체가 한국을 비웃는다.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아무…
201702012017년 02월 10일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어디나 그렇지만 도쿄도 이맘때 가장 예쁘다. 극악한 여름 더위가 싹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춥거나 하진 않다. 열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반팔 옷을 고집할 만큼 시원함을 만끽할 때다.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모임 APN(Asi…
201612012016년 11월 23일인생은 짧아요, 혁명은 더 짧아요
모든 여행이 다 그렇지만, 이제 좀 익숙해질 만하면 짐을 꾸리고 돌아갈 채비를 할 때가 다가온다. 쿠바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아바나에서 시작해 산타클라라, 바라데로, 시엔푸에고스를 거쳐 다시 아바나로 왔다가 하루 일정으로 비날레스를…
201611012016년 10월 28일연애를 혁명처럼 혁명을 연애처럼
몇개 도시를 일정한 기간 안에 일주(一周) 여행을 한다는 건 패킹(pack- ing)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저녁이 다 돼서야 호텔에 체크인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바리바리 짐을 싸서 황급히 나와야만 다음 행선지로 갈 수 있게 된…
201610012016년 09월 22일다 버리고 사랑하고 싶다
마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구릿빛 피부처럼 정성스럽게 태닝한 몸이 카리브 해의 끝자락 바라데로 해변의 에메랄드 빛깔 바닷물에 어른거렸다. 그녀는 이른 시각임에도 자신을 주목하는 남자가 한둘이 아님을 직감했다. 아침 일찍 …
201609012016년 08월 23일혼자 걷는 이의 뒷모습을 보라
그나라의 빈부격차가 심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농촌의 살림살이가 어떤지에 달렸다. 예컨대 지금은 고인이 된 박철수 감독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인 1998년 ‘가족 시네마’를 찍을 때 촬영지인 일본 나라(奈良)에 가보고 나서 아, 이 나라…
201608012016년 08월 04일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악마
영화 ‘곡성(哭聲)’을 보니 전남 곡성(谷城)에 가고 싶어졌다. 영화를 보자 마자 그 작품의 로케(location) 장소를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를 곡성에서만 찍은 것도 아닐 터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곡성’을…
201607012016년 06월 24일돌아가야 할 곳 돌아가선 안 될 곳
아마도 스무 살의 김영호(설경구)가 가리봉동 공장에 다니는 동료들과 첫 야유회를 온 그날이 이랬을 것이다. 햇살이 찬란하게 하천가에 쏟아져 내리 듯 영호의 청춘도 한없이 밝고 창창했을 것이다. 충북 제천에서 1시간 10분쯤. 말없이…
201606012016년 06월 01일36년 후 광주 우린 아직도 부끄럽다
총선 정국에 광주에 간다는 것은 가당찮은 일까지는 아니어도 무리가 되는 건 분명한 일이다. 하필 우리가 간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곳 민심을 훑고 지나간 다음 날이었다. ‘표밭 현장’ 따위의 제목으로 르포르타주를 쓰기…
201605012016년 05월 02일‘남부군’과 보경사 12폭포
이연재를 시작하면서 우리(나와 포토그래퍼)의 ‘로망’은 지리산이었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을 생각하며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 노고단을 오르고 천왕봉까지 다녀오는 것. 둘 다 그렇게, 마음 단단히 먹고 다녀오자고 몇 번이나 …
201604012016년 04월 04일편입을 거부하는 섬 앞오름에 오르다
영하 18도 한파가 불어닥치고 제주도를 오가는 모든 비행기가 묶여 난리가 났을 때, 나는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온난화 덕에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를 맛보고 있었다. 솔
201603012016년 02월 26일우린 아직도 원시림에 갇혀 있다
제주의 바다는 사람을 덮치지 않는다. 어떤 바다가 그럴까마는, 제주는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여기 바다는 사뭇 다르다. 기이한 공존의 느낌 같은 것? 공항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휙휙 지
201602012016년 01월 29일와보면 안다 왜 여기서 찍는지
제천에는 필름 커미션(Film Commission, 영화촬영 지원기구를 일컫는 말로 한국에서는 ‘영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부산, 전주, 서울 등 14개 지역에 이 영상위원회가 있다)으로 청풍영상위원회가 활동하며, 2005년…
201601012016년 01월 12일살인을 추억하다 시대를 조롱하다
연쇄살인을 추억하기 위해 특정 장소를 일부러 가기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포토그래퍼 김성룡과 짧은 시간 논쟁을 벌인 것은 그 때문이다. “아니 뭐, 로만 폴란스키가 만든 ‘맥베스’의 살인 장면이 아무리 뛰어났다 한들 그걸…
201512012015년 11월 20일古都의 무덤 앞에선 사랑도 권력도 바람이다
수년 만에 경주를 찾아가면서 든 생각은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영화를 거의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도(古都)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홀대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극에는 적합한 …
201511012015년 10월 22일상처 받지 않으려 상처 주는 게 사랑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데, 아니 상대방을 유혹하는 데 라면이 유효할 것이라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라면 얘기다. 먹는 라면. 지방 방송국 라디오PD로 일하는 은수(이영애)가 그랬다. 사운드 엔지니어로 소리를 채집하며 살아가는 상우…
2015102015년 09월 23일150마일 마디마디 비극의 스펙트럼
분단 70년이라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DMZ를 가는 길 자체가 그렇다. 어떻게 가야 할지도 막막하다. 민간인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서 어디까지가 허가된 것인지 사람들은 잘 …
2015092015년 08월 19일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곽경택 감독은 요즘 ‘숨어서’ 영화를 찍는다. 아니, 숨어서 영화를 찍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치고 빠지는 데 선수다. 아니, 선수가 됐다. 소리 소문 없이 영화를 만들어서는, 소리 소문 없이 영화를 개봉하고는, 소리 소문 없이 …
2015082015년 07월 22일배창호가 떠나려 한 그 바다가 보고 싶다
세상은 참 우연의 연속이다. 이 연재를 위해 남애항에 갔다 온 것은 이미 지난달이다. 배창호 감독이 ‘고래사냥’을 찍은 곳이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기간에 가면 호젓한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남은 곳이다. 그런데 그곳, 남애항을 다…
2015072015년 0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