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고 들으리라, 오래된 이야기들을
You changed nothing! ” 줄라이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이토가 외친 첫마디다. 그는 1991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묵었던 광화문의 내 독신 아파트 풍경을 떠올렸다. 1998년인가 결혼해 부인과 함께 찾아와 구경했…
2009042009년 04월 02일감춰온 미친 자아를 드러내시라,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
뭔가 ‘슥’ 빠져나갔다. 그런 감각이 있었다. ‘빠져나갔다’ 외에 그럴듯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돌벽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저쪽으로 몸이 통과해버렸던 것이다, 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다. 20여 년째 날마다 달리기를 해온 …
2009032009년 03월 06일하나만 파고드는 거라면, 과욕이라도 용서가 되잖아?
다시 또 오디오에 빠져 있다. 이쪽 ‘쟁이’들은 알 테지만, 한번 병통의 시절이 도래하면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의 시간이 흘러간다. 똥오줌 못 가린다는 얘기다. 오디오 쪽에 걸쳐 있는 모든 관계…
2009022009년 02월 03일흥미로운 클래식 음악사 이야기
“나는 불쌍이야. 불쌍이 본질이고 콘셉트이고 철학이야. 나는 불쌍이라고.”사람들이 와르르 웃는다. 좌중의 오랜 친구는 또 그 소리야, 하는 듯 손사래를 친다. 왁자한 웃음은 그러니까 내 ‘불쌍주의’가 익살로 들린다는 의미다. 불쌍해…
2009012009년 01월 06일‘미신적 음악 감상’과 ‘지적 감상’ 사이
‘내이름은 건이야. 마를 건(乾), 건씨라고 나를 불러줘….’연애의 계절풍이 다시 불어온다면 상대에게 요즘 이런 글발을 날리고 있을 것 같다. ‘가(감흥)이 사망하도다.’ 감흥 없는 이 마음을 연애는 이렇게 표현하게 만들 것이다. …
2008122008년 12월 02일“내가 아는 로맨틱은 죄다 새가슴 뿐. 호탕한 주색잡기는 낭만 아니다!”
“어이, 요즘 조오시가 어떠슈?” 신문사 문화부장 자리에서 놓여나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친구의 전화다. 작업실 근처 여의도를 지나고 있다며 놀러 오고 싶은 눈치다.“어, 나야 늘 잘 안 서고 있지 뭐.”“우헷헷헷헷”뒤집힐…
2008102008년 10월 06일음악과 커피의 ‘마리아주’
의식이 있고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 무의식 속에는 우리의 열등한 자아가 숨어 있다. 그것을 그림자라고 부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타자에게 투사한다. 분노, 질시, 원한, 공포, 회한…. 마음속에 담겨 있는 온갖 어두운 충…
2008092008년 09월 02일클래식 음악을 듣는 이유
“선생님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돼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였다. 보낸 이는 몇 해 전 잠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서른 살 무렵의 미혼여성 방송작가. ‘웬일이니’, 아니 솔직히 ‘웬 떡이야’, 하자니 속 보이…
2008082008년 08월 01일‘도이치 사운드’ 고군분투기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야, 너 마누라랑 이혼했다며? 스물여섯 살짜리하고 재혼해서 룰루랄라 산다며? 오호호호!”“엥?”일단 그 친구는 여자다. ‘오호호호’ 하는 반응으로 보아 그럴 리가 없다는 표시다. 그런데 소설가…
2008072008년 07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