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기담] 어느 씨름 남매의 완벽한 복수
내 이름은 곽운이다. 부유한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공부엔 뜻이 없어 팔도유람에 청춘을 탕진했고, 세상 모든 잡기를 다 좋아했지만 유독 투기를 즐겨 싸움꾼으로 통한 자가 바로 나 곽운이다. 유명한 도박 싸움판엔 내가 빠지지 않았고, …
윤채근 단국대 한문학과 교수2024년 08월 17일[고담기담] 다모 고혜란, 조선 최초 女性 수사관
한성부 종사관 이풍교는 자신의 부하 고혜란이 갇혀 있는 우포청 감옥에 들어서며 혀를 끌끌 찼다. 혜란은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풍교를 올려다봤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포교 녀석들 육모 방망이 맛이 조금 맵더이다.…
윤채근 단국대 한문학과 교수2024년 07월 19일[고담기담] 조선의 허풍선이 세상을 훔치다
허풍선이 이홍은 한양 남촌의 몰락 양반이었다. 열여덟 살에 부모를 여의고 그가 손에 쥔 건 달랑 남산 밑 묵적골의 초가집 한 채였다. 형제자매는 고사하고 도와줄 먼 일가친척조차 없는 그로선 그나마 풍찬노숙을 모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스…
윤채근 단국대 한문학과 교수2024년 05월 11일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피투성이가 된 채 예조판서 댁 안채 뜰로 들어선 여종 홍련은 자신을 부축해 데려와 준 청지기 할아범을 돌아보며 물었다.“예조판서 대감께선 정말 방 안에 계신가요?”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할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자네가 아까…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4년 02월 18일女검객 탄월의 마지막 칼춤
떠날 채비를 마치고 막 작별을 고한 탄월이 다소곳이 앉아 소응천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리산 산음 고을을 밤새 적신 가을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나른한 새벽 햇살이 문지방을 타고 넘을 무렵 응천이 힘겹게 입을 뗐다.“네가 이 외진 …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3년 12월 19일우정 없는 비정한 도시와 그 적들
시신에서 흐른 피가 도랑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가뜩이나 을씨년스러운 한양의 새벽 풍경을 더욱 무채색으로 만들었다. 포교 이춘동은 상반신이 도랑에 처박힌 채 발견된 피살자를 우두커니 내려다봤다. 포졸 하나가…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3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