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사진의 대가 최민식
부산 대연동 경성대학교 앞에서 최민식(77) 선생을 만나기로 했다. 멀리서 카메라 가방을 메고 선 이의 실루엣이 보였다. 곁에 걷던 사진기자가 “에이 저 사람은 아니에요. 너무 젊잖아요” 한다. 나도 이내 포기한다. 그렇구나. 최 …
2005112005년 10월 26일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열네살 소녀가 제 땅을 떠나 만주로 갔다. 나라는 남의 손에 빼앗긴 지 오래, 배고픔이라도 면하고 싶었다. 만주에는 먼저 이주한 큰집이 살고 있었다. 땅이 너르고 비옥하다는 소문이었다.그러나 꿈의 땅 만주는 소문과 달랐다. 풍요로운…
2005102005년 09월 28일‘자연식 삶’ 연구가 김정덕
충남천안 병천에 가서 김정덕(金貞德·71) 할머니의 황토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바깥은 불볕인데 방안은 거짓말처럼 서늘했다. 바닥엔 고운 새끼줄을 촘촘히 엮어 만든 짚자리를 깔았고 방 가운데는 고슬고슬한 흙더미가 그대로 드러났으며 …
2005092005년 08월 29일고성 오광대놀이 ‘농부 춤꾼’ 이윤석
분명 전에 어디선가 이런 사람을 본 적 있다! 고성에 내려가 오광대 보존회의 이윤석(56) 회장을 만나면서 나는 내내 그게 누구일까를 떠올리느라 바빴다. 허우대 훤칠하고 심덕 곱고 말수 적고 신명 많은 그 사람은 앞에 앉은 이윤석 …
2005082005년 07월 29일다석 유영모 선생의 하나뿐인 제자 박영호
처음듣는 이야기로 시작하자. 아주 신기해서 역시 공부하는 사람은 눈이 맵기가 예사 아니라고 자꾸 감탄케 하는 이야기다.“고독할 때 외로울 고(孤)가 아들 자(子) 변에 외과자(瓜)가 들어가지요? 영어의 멜론(melon)도 me 뒤의…
2005072005년 07월 11일파란의 ‘방랑주먹’ 방배추
그의 직함을 무어라고 붙일까. 협객? 깡패? 혁명가? 노동자? 방랑자? 한창 잎 고운 경기도 의왕시 외곽 오메기 마을을 나오면서 나는 새삼 곤혹스러웠다.‘방동규’란 원 이름보다 ‘방배추’란 별명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람. 그에게 관심…
2005062005년 05월 24일침뜸의 대가 김남수
뜸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내가 사로잡혀 있는 생각이 있으니 우선 구당 선생의 환자 이야기에서 출발하겠다. 1915년생이니 선생은 살아온 세월만으로도 역사의 증인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초야에 묻힌 촌로가 아니었고 …
2005052005년 04월 25일‘태극기 바로세우기’ 나선 ‘진보당 조직부장’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을 나와 영동대교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만만치 않은 세월을 이겨온 듯 보이는 남루한 외양의 4층짜리 타일건물 한 채가 들어앉아 있다. 그 건물 202호를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고 있는 이…
2001062005년 04월 13일‘명성황후 귀신’이 들린 여자 이영숙
인간에게 신앙이란 무엇인가. 미리 정해진 운명이 과연 있는가. 사람이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얼마인가. 삶은 윤회하는가. 역사 속 인물의 화신을 현대에 보는 일이 가능한가. 명성황후의 복권과 재조명에 삶을 건 이영숙(李英…
2005042005년 03월 24일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그중 남섬은 면적이 남한과 비슷한데, 인구는 고작 100만명밖에 안 된다. 남섬의 가장 큰 도시는 크라이스트처치로 여기에 30만명이 모여 산다. 그중 한국인은 2000명 남짓 된다고 들었다…
2005032005년 02월 24일‘빈자(貧者)의 미학’ 설파하는 건축가 승효상
‘나는건축이 우리 삶을 바꾼다고 믿는 자이다!’라는 선언을 건축가의 입을 통해 들을 때의 그 울림은 자못 비장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이의 삶을 조종하고 간섭한다는 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산정에 선 듯 두렵거나 고독할 …
2005022005년 01월 25일무소유 실천하며 진리 찾는 데니&젬마 부부
데니와 젬마를 알게 된 건 단연코 2004년 최고의 수확이다. 말도 안 되는 잡동사니 질문에도 데니는 정확하게 정답을 내놓는다. 문제를 극도로 단순화시켜 핵심을 단숨에 짚어낼 줄 안다. 데니의 비닐하우스 문을 밀고 나오며 나는 다짐…
2005012004년 12월 27일‘藥禪 요리’로 자비 전파하는 선재스님
흰꽃이 수놓인 흰 적삼을 입었다. 수척한 얼굴이 하얗게 도드라진다. 스님도 이런 이쁜 옷을 입는가.“풀 안 해도 되는 게 간편해서요.”선재스님이 얼른 먹물옷을 덧입는다. 고은의 에세이에 내가 좋아하는 대목이 있다.[ 숲길에서 가랑비…
2004122004년 11월 25일전국노래자랑 18년 영원한 ‘젊은 오빠’
막이 오르면 방송인 송해가 무대에 나와 한 손을 높이 들어 “전국 노래자랑!” 하고 외친다. 이때 야외든 실내든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이 그의 선창에 따라 잘 훈련된 아이들처럼 “전국 노래자랑” 하고 복창한다. 이 무대를 이끄는 …
2002022004년 11월 17일한국의 알리, 나비처럼 ‘인생의 링’을 날다
미국에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홍수환이 있다. WBA 밴텀급 챔피언과 WBA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등 2개 체급을 석권한 그는 복싱계에서 두둑한 배짱에 화려한 기술을 겸비한 테크니션으로 통했다. 암울했던 시절, …
2002042004년 11월 02일상처를 보석으로 만든 영적 트레이너 ‘들꽃피는 마을’ 김현수 목사
‘들꽃피는 마을’은 들꽃이 피는 벌판에 자리잡은 동네가 아니다. ‘들꽃피는 학교’는 교실에 들꽃을 꽂아둔 학교가 아니다. 경기도 안산시 외곽 와동의 자그만 벽돌건물, 이곳 2층이 학교고 3층은 마을이다. 거기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2004102004년 09월 24일호기심 먹고 사는 ‘자유로운 독수리’
지금은 더없이 우스운 일이 돼버렸지만 예전에는 왼손으로 글을 쓰는 게 흉이었다. 왼손잡이인 필자의 여동생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가도 남이 보면 얼른 오른손으로 옮겨 쓰는 ‘위장술’을 보여주곤 했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드러낼 수 …
2002062004년 09월 16일‘우리 것’에 목숨 건 뚝심의 연극인
6월1일 필자와 만난 ‘극단 미추’의 손진책(55) 대표는 녹초가 돼 있었다. 파김치처럼 축 늘어진 자세며 표정은 가엾다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였다. 검게 그을린 부석부석한 얼굴은 필자가 어렸을 적에 본 기억이 있는 ‘아편쟁…
2002072004년 09월 07일“곰이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전북 남원에서 남쪽으로 난 터널을 지나자 눈앞에 큼지막한 녹색평원이 펼쳐졌다. 주변으로 우람한 산의 연봉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 짙은 초록색을 띤 평온한 들판 구석에 한여름의 태양아래 잠겨있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전남 구례…
2002092004년 09월 07일미국산 ‘전라도 촌놈’의 4대째 한국사랑
친절이 몸에 뱄다. 인사하기가 취미인 것 같다. 만나고 헤어질 때 악수 한번이면 족한데도 민망할 정도로 꾸벅 인사를 한다. 도무지 미국사람 같지 않다. 스티브 린튼. 한국명 인세반. 1950년에 태어났으니 우리 나이로 53세다.서울…
2002052004년 09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