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히딩크에게 야망을 배웠다”
지난 6월4일 부산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 예선 D조 첫 경기 한국 대 폴란드전. 황선홍이 감각 넘치는 슈팅으로 가볍게 첫 골을 터뜨린 뒤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벤치 쪽으로 달려가 키 작은 대머리의 사내를 끌어안고 기쁨을 만끽했…
2002082004년 09월 01일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30만통의 사랑편지로 바꾼 오아볼로
서울 응암동은 사랑의 동네다. 오거리 약국 안 골목은 사랑의 골목이다. 수박가게 아저씨는 괜히 벙긋벙긋 웃는다. 이불집 아줌마는 모르는 사람에게 연신 활활 부채질을 해준다. 옆집에 손님이 오면 신이 나서 냉커피를 타들고 달려가는 할…
2004092004년 08월 26일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고계연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엔 분홍빛 구름 같은 자귀나무 꽃이 산자락에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바람은 세찼고 간간이 빗발이 흩뿌렸다. 험한 날씨 속에서 자귀나무 꽃은 할말을 잔뜩 품고 아우성을 지르듯 비…
2004082004년 07월 30일‘禪舞’ 창시자 이선옥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나는 또 누구인가. 이모꼬. 이것이 무엇인가. what is this? 이 한 생각만을 골똘히 되풀이한다. 다른 모든 생각은 잘라버린다.호흡은 단전에 모은다. 숨을 내쉬면서 단전·회음부·항문(…
2004072004년 07월 01일‘아차산 산신령’ 김민수 “고구려사가 발에 채이는 돌이더냐”
아차산 산신령이 아차산성 앞에 섰다. 산신령다운 체구에 산신령다운 표정에 산신령다운 음성이다. 잡다한 췌사(군더더기 말)는 빼기로 하자. 시간이란 게 뭐며 더구나 1000년의 시간이 나와 당신에게 얼마나 아득한 추상인지는 논외로 치…
2004062004년 06월 01일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 장향숙 “天國의 위로보다 현실의 시련이 낫다”
삶에 등급을 매길 수 있을까. 성공을 숫자로 계량하는 것이 가능할까. 혹 거기 긍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생의 오묘한 켯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치 단일적이고 경직된 사고의 소유자일 것이다.고3 학생들이 받는 수능 성적표…
2004052004년 04월 29일광산 김씨 유일재 종부 김후웅 “왜 살아도 살아도 끝이 안나노?”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라고, 봄꽃이 지기 전에 가을 오동 잎이 떨어진다고, 청춘인가 했더니 백발이라고, 탄식을 거듭한다.김후웅씨는 올해 여든된 할머니다. 안동의 광산김씨 유일재(惟一齋) 종가의 …
2004032004년 03월 02일‘문화판 욕쟁이’ 바탕골예술관 대표 박의순
양평 바탕골예술관 박의순 대표는 한때 사람을 만나면 붙잡고 다짜고짜 물었다. “지옥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톨릭 신부에게도 묻고 개신교 목사에게도 물었다. 유명한 시인에게도 묻고 이름난 학자에게도 묻고 나라 살림을 맡은 높으신 어르…
2004022004년 01월 29일중국동포 인권 지킴이 최황규 목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시장은 흔히 조선족 거리로 불린다. 요즘은 조선족이란 어휘가 적합치 않다고 해 중국동포로 부르고 있다.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내리면 여느 거리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자어나 약식 한자로 된 간…
2003122003년 11월 27일‘외팔이 파이터’ 무에타이 복서 김선기
두주먹으로 싸워도 힘들 판에 왼쪽 주먹 하나로 거친 챔피언의 세계를 열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일반 복싱이 아니라 주먹, 팔꿈치, 무릎, 발 등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에타이(일명 킥복싱) 선수로 뛰고 있다. 세계 챔프를 꿈꾸며…
2003112003년 10월 27일대체의학 연구에 몸바친 ‘운동권 의사’ 전홍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창립멤버이자 핵전쟁방지 국제의사협의회 멤버, 건강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운동권’ 의사 전홍준씨. 조선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미국 위스콘신대학 의과학센터 연구교수였던 그는 1987년부터 교수라는 사회적…
2003102003년 09월 26일장애인 권익 지킴이 박종태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올해 46세의 박종태씨. 그 역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엔 인공관절이 박혀 있고 공장의 프레스기에 손가락 3개를 크게 다친 2급 장애인이다.재산이라곤 경기도 안산시의 12…
2003082003년 07월 29일“음악을 눈으로 듣다보니 곧 식상해지지요”
MBC PD(국장급 제작위원)이면서 디스크 자키(DJ)로 활약하고 있는 김기덕(55)씨. 그는 지난 4월로 라디오 진행 30년을 맞았다. 1973년 4월1일부터 만 22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불가피한 경우 녹음으로 대치한 적이 있…
2003062003년 05월 26일“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방 구들장을 베개 삼아 누워지내야 할 노인이 컴퓨터보다 정확한 복리계산법을 개발하고 길이와 부피의 한자표기법을 찾아냈다. 수학이 좋아 젊은이들도 머리 아파하는 고등수학을 풀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81세의 노인 맥당(麥堂) 김병채…
2003052003년 04월 28일“눈밭, 모래밭 걸어도 발자국 안 남기지요”
평당 2000만원이 넘는 ‘상류층 전용공간’으로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가 건너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도곡2동. 이곳 평범해 보이는 한 빌딩 4층에 전국 17곳의 도장에서 수백 명의 수련생이 연마하고 있다는 …
2003042003년 03월 25일“배부른 사람은 절대 환경운동 못해요”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 화성시에 연해 있는 시화간척지는 직접 현장에 가본 사람만이 그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다. 광활한 토지와 인공호수, 호수 위를 나는 수천의 물새떼, 끝없이 펼쳐진 갈대습지공원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2003032003년 02월 25일미워할 수 없던 임수경, 나를 부처라 부른 김상현
윤덕근씨(69)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펴냈다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33년의 교정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전직 교도관이 그간 자신이 만났던 이들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았다는 것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보는 재소자들의 이…
2003022003년 01월 30일“땅 밑을 보면 국민성이 보여요”
(주)한국지중정보. 회사 이름만 듣고는 고개를 절로 갸웃하게 된다. ‘지중’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혹시 지중해와 관계된 일일까. ‘땅속’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도 순간 망설여진다. 땅속에 무슨 정보가 있다는 걸까. 광맥이나…
2002122002년 12월 02일“부자될 욕심에 눈이 멀었댔지요”
청계고가도로가 시작되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 옆 거리. 날이 저물자 인도는 어느새 포장마차 천막들이 점령해 통행이 불편할 정도다. 영업이 시작될 무렵인 밤 9시경 필자가 찾은 한 포장마차에 10개의 탁자가 놓여있고, 한 구석…
2002112002년 11월 05일“부끄럽냐구요? 배부른 소리죠”
‘미국은 물러가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흰 바탕에 푸른 색 한반도 모양이 그려진 한반도기, 어지럽게 나붙은 각종 현수막들, 바닥에 붙여놓은 포스터들…. 한총련 의장이 재학중이기 때문일까. 굵고 짧은 단음절의 구호 소리만 없을 …
2002102002년 10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