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고 나누고 섬기는 사람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꽃핀 교정은 가슴 시리다. 하늘은 더 파랗고 공기는 더 보드랍다. 하얗게 드러난 여학생의 종아리에선 푸른 잎이라도 돋아날 듯하다.서울 구로구. 공장지대로만 알던 동네에 이리도 예쁜 학교가 있었나. 언젠가부터 대학 교정을 거닐 때면 …
2005072005년 06월 30일팬택 박병엽 부회장이 넥타이 풀고 털어 놓은 야전 인생 44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유혹하는 자와 당하는 자. 진정한 유혹자는 타고난다. 물론 어떤 사회건, 매력도 재능도 없으면서 타인을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의 인간들은 존재한다. 가짜 유혹자는 얄팍한 권력과 싸…
2005042005년 03월 23일‘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만화가 박재동
박재동(52)은 손가락이 길다. 곱고 하얀 손가락이다. 그 손으로 종종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여성적인 몸놀림이다. 앞에 종이가 있으면 가만두질 못한다. 입으로는 말을 하고, 손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말과 함께 가는 그림. 그래서…
2003092003년 08월 22일대한민국을 불편하게 하는 남자, 진중권
말을 퍼뜨리는 자는 무섭다. 아니, 말 퍼뜨릴 자유와 능력과 제대로 된 수단을 가진 자는 무섭다. 예를 들어 저널리스트가 있다. 작가가 있고 학자가 있다. 꼭 무슨 짓을 해서가 아니다. 그냥 세상에 얘기를 퍼뜨린다는 그 사실 하나만…
2003082003년 07월 29일불을 껴안은 얼음, 소설가 박완서
우리는 종종 인생의 한 시기를 어떤 책, 어떤 영화로 기억한다. TV에서 ‘빠삐용’을 방영하던 날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고, 스물세 살 여름은 기형도의 시 ‘빈 집’에 갇혀 있다. 그러고 보면 소설가 박완서(73)는 ‘괴물’이었다.…
2003072003년 06월 25일0.001초까지, 절박하다 그 목청
1993년 1월8일은 몹시 추웠다. 고향 저수지 옆 초라한 능선, 언 땅 부수며 겨우 비운 한 자리에 어머니를 모셨다, 아니 부렸다. 귀경길 내내 혼절한 듯 잠만 잔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새빨간 핸드백을 …
2003062003년 05월 26일원칙 속에 스스로를 유배한 ‘고독한 남자’
여의도의 4월은 꽃 반 사람 반이다. 1년 볼 꽃을 하루에 다 봐버리겠다는 듯, 강둑 메운 사람들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비장하게 사는 데는 이골이 난 우리 아닌가. 꽃놀이패에 휩쓸려 가다 보니, 그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
2003052003년 04월 25일“도발이 아니다, 올바르게 살고자 할 뿐”
전철을 타고 가며 생각한다.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 이유란 게 우습다. 바야흐로 봄 아닌가. 풍선처럼 가볍고 싶고, ‘공중전’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똑똑한 남자, 사절이다. 너무 섹시한 남자, 부담스럽다. 너무 잘난 남자,…
2003042003년 03월 25일목숨을 내놓고 춤을 얻다
그와의 대화는 쉽지 않았다. 말은 종종 끊어지고 시선은 자꾸 비켜갔다. 순간순간 그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생활하는 사람’이 아닌 것도 같았다. 무작정 한 길만 달려온, 그렇게 늘 자신을 바닥까지 소진해버려, 자잘한 감…
2003032003년 02월 25일서스펜스 중독에서 장바닥 일상으로
황석영(60)은 뜨거운 사람이다. 단내 나는 삼복에도 저고리 땀 꾹 짜내며, 칼바람 이는 섣달에도 외려 가슴 풀어헤치며, 가보지 않은 길을 따라 엉큼성큼 질러왔다.황석영은 차가운 사람이다. 객(客)은 도무지 열 수 없는 맘속 열 개…
2003022003년 01월 30일“옷이 아닌 가슴을 찢으며 살았어야 하는데…”
이어령(68·중앙일보 고문)은 확실한 사람이다. 어떤 주제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잘 다듬어진 분재처럼 세련된 말과 글이 되어 되돌아온다. 이어령은 명쾌한 사람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식견과 통찰력으로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결…
2002122002년 12월 02일‘겹눈의 인간’이윤기, 가슴을 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약력(略歷)으로 다 설명되는 사람, 행간으로만 설명이 되는 사람. 작가 이윤기(56)는 후자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검정고시를 거쳐 신학대학에 잠시 적을 둔 것…
2002112002년 11월 05일냉정과 열정 사이, 深淵이 있다
어둡다. 밤. 기차역이다. 앳된 신병, 다리에 총 맞은 줄도 모른 채 헐떡이다 선로 위에 주저앉는다. 핏발 선 고요.누군가 다가온다. 겁에 질린 여고생이다.“아, 아저씨…. 살려주세요… 나, 학생이에요.”“학생이 여기서 뭐하고 있어…
2002102002년 10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