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 문지기의 ‘귀신’ 만나는 즐거움|김윤식
프랑스의 작가 사르트르는 문학 비평가를 일컬어 ‘공동묘지의 문지기’라 했다. 내 서재는 온통 죽은 사람들이 남겨둔 ‘글 덩어리’로 가득하다. 서재는 공동묘지다. 나는 이 묘지의 문지기다. 나는 무덤의 주인들에게 내 몸을 빌려준다. …
2003122003년 11월 28일‘자기만의 방’, 이완과 긴장 가져다주는 나만의 공간 : 이혜경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문을 연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 여성주의 연극, 벌써 다섯 번을 치른 서울여성영화제 등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란 페미니즘 구호 아래 여성의 주체적 삶…
2003112003년 10월 29일영상의 시대, 언어는 좀더 무거워야 한다-김원일
3년 전 서울 서초동의 한 상가건물로 이사오면서 옥상에 벽을 두르고 서재를 만들었으니 ‘옥탑방 서재’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쌀쌀하지만, 평생을 함께해온 책들과 동거하는지라 늘 익숙하고 편안하다.전쟁 중 월북한 남…
2003102003년 09월 29일내 주변 모든 곳에 ‘말소리’가 있다|이현복
영어와 한국어. 이 두 언어의 음성은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한 이후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30년 넘게 모교에서 말소리 연구를 계속했으니, 성악가가 되겠다는 고교 시절의 꿈은 접었지만 늘 음악 속에서 산 것이나 다름없다. 발음과 억…
2003092003년 08월 26일방학기|백지와의 승부, 그 절절한 경험
만화작가로 데뷔한 지 올해로 딱 30년이 됐다. ‘감격시대’를 신문에 연재하던 1980년대 초반 이사온 홍제동 집 2층의 서재는 나의 일터요, 내 주인공들의 요람이다.서재에는 30년 동안 그린 만화 작품뿐 아니라, 그 만화들을 탄생…
2003082003년 07월 30일내 안의 동도서기, 양자물리학 속의 周易
인공수정과 염색체 연구. 엄밀한 생명과학 한 분야만을 파고든 지 벌써 40여 년이다. 학교 연구실은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외국 전문서적으로 가득하지만, 창 밖으로 우면산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28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내 집 서재에는 …
2003072003년 06월 26일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꿈꾸는 공간
촬영 여행중에 티베트의 고산족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누대에 걸쳐 폐기능을 발달시켜온 이들은 공기가 희박한 해발 수천 미터의 고산지대에서도 숨 한번 허덕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폐활량 또한 산밑에 내려오면 한 달 만에 보통 …
2003062003년 05월 27일한 시대가 스치고 지난 자리
젊은 시절 구해둔 국학사상전집 한 질이 서재 구석에 있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 고전을 변용해 작품에 담아보리라는 욕심으로 마련했던 것. 그러나 1980년 이후 험난한 시절을 거치면서 욕심은 욕심으로 끝났을 뿐 현실이 되지 못했다. …
2003052003년 04월 29일글쓰기는 일, 책읽기는 휴식
내게는 모두 세 개의 서재가 있다. 가벼운 읽을 거리가 있는 집 골방이 있고, 예전에 보던 책이 많은 교수 연구실도 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이곳 아세아문제연구소 서재다. 가만히 계산을 해보니 아침 운동 후 이 곳에…
2003042003년 03월 26일소리로부터의 자유, 소리를 만들어낼 자유
북아현동 언덕 꼭대기에 삶터를 잡은 것이 어림잡아 30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새벽마다 닭 우는 소리가 선명한 산동네였다. 찻길에서 한참을 올라야 닿는 위치 덕분에 자동차 소리, 사람 소리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지금도 책상 앞에 …
2003032003년 02월 26일‘정리 중독자’의 깔끔한 일터
단적으로 말하면 내게는 서재가 없다. 큰 방 하나에 들춰볼 일 없는 책까지 죄다 모아두는 그런 서재는 없다. 대신 자료를 읽고 글을 쓰는 작업실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공간이 가벼워졌다. 꼭 필요한 것들이 꼭 필요한 모…
2003022003년 02월 03일차범석
따지고 보면 서재에 대한 욕심은 나만의 영토를 가지고 싶다는 바람이다. 작은 공간이나마 모든 권력과 통제력을 오로지하는 영주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다. 한 권, 두 권 책이 늘고 그에 따라 새 책장이 들어올 때 마다 느끼곤 했던 작은…
2003012003년 0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