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이동자(The Mover) 7-4
“하이체크가 만든 단체가 그럼?” 예림이 조심스레 물었다. 긴 얘기를 마친 회장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하이체크는 추격자의 숙주였습니다. 에바 브라운을 통해 그 두더지에게 접근하고 있었던 겁니다. 왜 그리 조심스레 접근했냐고요?…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4월 16일차원 이동자(The Mover) 7-3
모임은 성북동의 개인 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번갈아가며 자기 체험을 소개했고 엔지니어이자 시인인 회장은 외국 지부로부터 받은 새 정보를 제공했다. ‘닥터 Q’라는 애칭으로 불린…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4월 13일차원 이동자(The Mover) 7-2
1619년 겨울, 군인 신분으로 세상을 유랑하던 르네 데카르트는 독일 도나우 강 인근 주둔지에서 후일 신이라고 믿게 될 어떤 존재와 접촉했다. 그 존재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안다고 믿는 것 전체를 의심해 본 적이 있었더냐? 네가…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4월 10일차원 이동자(The Mover) 7-1
공민서의 첫인상은 묘했다. 오똑한 콧날에 온화한 눈빛을 지녔지만 부드럽게 각진 턱은 강인함을 품고 있었다. 선예림은 준비해간 소설 표지를 펼쳐 사인을 부탁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자신의 책에 정성스럽게 서명한 민서가 말했다. …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4월 06일차원이동자(The Mover)_6
가늘게 한숨을 내쉰 고문헌학자 선예림이 상대를 응시하며 물었다. “지구를 반복적으로 멸망시켜 온 요괴 같은 외계인이 있단 말씀이세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스웨덴인 스벤 칼손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주 긴 얘…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3월 04일차원이동자(The Mover)_5
낙동강에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던 곽재우가 창녕현 망우정에서 숨을 거두자 이탈자가 조용히 그의 몸에서 벗어났다. 영혼을 잃은 몸은 차갑게 식어갔지만 마지막으로 들이켠 술잔은 손 안에 잡은 채 그대로였다. 추격자가 다가와 물었다. “…
윤채근 단국대 교수2020년 02월 11일차원이동자(The Mover)_4
숨이 끊어진 홍유손의 앙상한 육신이 나뭇가지처럼 굳어갔다. 추격자는 오랜 세월 자신의 숙주였던 생명체 곁에 잠시 더 머물렀다. 상대의 영혼이 모두 흩어지고 잔해만 덩그러니 남을 무렵 낯익은 파동과 함께 살며시 다가온 이탈자가 물었다…
윤채근 단국대 교수2019년 12월 30일차원이동자(The Mover)_3
김돈중의 목을 벤 정중부는 칼에 묻은 핏물을 시냇물에 흘려보냈다. 해 질 무렵의 급습이었지만 상대는 언제나처럼 간발의 차이로 현장을 벗어나버렸다. 빠르고 유연했다. 칼집에 검을 회수한 중부는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그의 몸이 몇 차…
윤채근 단국대 교수2019년 12월 02일차원이동자(The Mover)_2
김부식은 아들 김돈중을 의심했다. 내시로서 왕을 지척에서 보필하던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미친 것처럼 보였고 그건 가문의 재앙이었다. 부식은 개경 덕산방 저택으로 돈중을 불러들였다. 수많은 정적을 숙청하고 문벌귀족 중심의 고려 정치…
윤채근 단국대 교수2019년 11월 14일차원이동자(The Mover)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엄청난 두통이 동반됐다. 미세한 전류가 퍼지듯 몸 구석구석으로 온기가 번져나가길 기다린 뒤에야 그녀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이었다. 밤 11시. 천천히 벤치로 이동해 몸을 앉히고 휴대전…
윤채근 단국대 교수2019년 0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