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연암, 홀로 맹렬히 달렸노라 사랑했노라
연암의 ‘열하일기’는 끝이 났다. 1780년 6월24일부터 8월20일까지, 56일분의 일기 그 대미에 점을 찍은 것이다. 오직 ‘열하일기’만을 텍스트로 삼은 필자의 ‘신열하일기’도 마땅히 붓을 놓을 때가 왔다.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2008032008년 03월 05일“춘추대의 밝아도 깊이 묻고 넓게 못 배웠으면 성인이랴”
이제 저만치 종착점이 보인다. 1780년 8월18일 이른 아침 고북구를 떠나 일로 남하하니, 평지 아니면 야산이요, 탄탄대로 아니면 백하 같은 강물이라, 이틀 뒤면 연경 덕승문(德勝門)이고, 곧 황경이다.지난 8월15일, 아쉬움을 …
2008022008년 02월 06일겨자씨 하나 주고받아도 필시 정당한 까닭이 있어야…
연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연암은 속이 있는 대로 뒤틀렸다. 물론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고, 연행을 시작하면서 못마땅했던 점들이 쌓인 결과다. 당초 청나라 고종 황제의 칠십 축수(祝壽)를 위해 길을 나서긴 했으나, 어느 날 어느 곳으…
2008012008년 01월 07일목마(牧馬)도 목민(牧民)도 순시순천(順時順天) 해야거늘…
필자는 엿새 동안의 일기를 둘로 나눴다. 조선과 청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모순으로부터 조선과 청에 깊게 뿌리내린 인습을 풍자한 것 하나, 그리고 천체 관측과 목축을 통한 부국에 대해 이야기한 실학에의 천착이 다른 하나다. 날짜로 보…
2007122007년 12월 06일“달 밝은 밤에 함께할 사람 없어라”
1780년 8월8일, 여기 고북구(古北口)를 벗어난 반간방(半間房)에서 종점 열하까지는 마지막 한 구간이 남았다. 연암 일행은 73일간의 물불 가리지 않은 고행에 지칠 대로 지쳤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고꾸라지기 직전이었다. 특…
2007112007년 11월 05일나는 말을 믿고, 말은 제 말굽을 믿고
북경은 연암 인생 43년 사상의 중심지요, 그가 중년 들어 추구했던 실학의 쇼윈도다. 그는 북경에서 두 가지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다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을 3000년간 한 문 한 길로 통일시킨 것이 요·순으로부터 시작한 ‘유정유일…
2007102007년 10월 04일愚夫의 탈 썼지만 진천 동지할 업적으로 천하통일
옥전(玉田)에서 송가장(宋家莊)을 지나고 어양(漁陽·지금의 계주(·#53626;州))을 거쳐 방균(邦均)을 지났으며 연교(燕郊)로부터 노하(潞河), 통주(通州)를 거쳐 북경까지 만 엿새 동안 122km를 달렸다. 여기 300리는 북…
2007092007년 09월 06일소소한 일상도 기록하면 죽지 않는다
연암은 1780년 7월23일, 드디어 입관(入關)했다. 입관이라 하니 좀 거북하지만, 산해관을 통관했다는 얘기다. 중국 사람에게 ‘입관’은 큰 의미를 지녔다. 저 관문 밖은 이지(夷地), 곧 오랑캐의 땅이요, 관문 안은 중화(中華)…
2007082007년 08월 08일성을 쌓아도 정치가 무너지고 인화가 바스러지면…
붕붕 고동을 울리며 부산 앞바다를 나올 때 왼편에 떠 있는 오륙도가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이듯, 열 개로도 보이고 열하나, 열두 개로도 보이는 십삼산(十三山, 지금은 石山으로 불림)을 떠나 다시 16km 남하, 강폭 2…
2007072007년 07월 05일“장관(壯觀)은 깨진 기왓장과 똥거름에 있더라”
여기 600리는 줄곧 일망무제의 벌판, 연암은 벌판의 짜릿한 전율을 체험했다. 그 전율의 내원은 두 가지. 하나는 지리요, 다른 하나는 역사다. 지리가 준 전율은 무한한 지평선에서의 직관이다. 수레바퀴 같은 붉은 해가 수수밭에서 솟…
2007062007년 06월 04일“천이백리 요동벌 마주하니 한바탕 울고 싶어라”
연암은 세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산맥에 막히고 강에 막히고 제왕과 사대(事大)에 가린 반도를 벗어나 대평원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마운령, 청석령을 넘어 요동평원의 망망대해에서 요양(현대 표기법으론 ‘랴오양’)땅 ‘백탑’이라는 …
2007052007년 05월 03일“압록강 건넌 지 사흘, 이 문에 한 발자국 옮기면 중국 땅이다”
마침내 압록강 푸른 물을 베고 자리에 누웠다. 오리 대가리처럼 퍼런 물이라서 압록(鴨綠)이라는 강.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운 자리에서 강 건너 내 조국 땅의 닭 우는 소릴 듣고자 압록강 철교에서 가장 가까운 주막집에 여장을 풀었다.…
2007042007년 0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