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만프레드 아이허가 왔다. 누구? 만…프레드 아이허? 할리우드 유명 배우도 아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도 아니다. 국제적인 거물 정치인도 아니다. 혹시 재즈를 좋아하시는지? 그리고 가을을, 여행을, 커피를, 키스 자렛을, 텅 빈…
2013102013년 09월 23일오래전, 나는 이 길을 간 적이 있다
오래전, 나는 이 길을 간 적 있다. 북한강변의 도로. 이 길을 따라 동북 방면으로 줄기차게 달려가면 청평을 지나 가평, 그곳을 지나 남춘천, 또 거기를 우회도 하고 직진도 해가며 달려가면 인제다. 그쯤이면 욕심이 더 난다. 동북방…
2013092013년 08월 22일“남의 담벼락에 분칠한 기 뭐 볼 거라꼬…”
6월 14일, 남보다 조금 일찍 부산에 갔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심하게 흔들리며 김해공항으로 들어섰다. 승무원들은 침착했고 아마도 기장 또한 이런 정도의 악천후는 평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
2013082013년 07월 23일‘깊이의 공간’이 꿈틀대는 도심 속 힐링캠프
더위를 잠깐 피하려고 강화도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 꽉 막혀 때 이른 더위를 이기기 위해 차의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었다. 강화도에 미안한 얘기지만, 언제나 강화도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처럼 여겨진다. 아무래도 분단의 공간 지리학 때…
2013072013년 06월 20일청각의 오아시스에서 문화 욕망을 채우다
프랑스 파리. 그 도심지의 허공으로 전철이 기계음을 내며 달린다. 폴은 전철 소리에 경악한다. 전철의 제동장치가 내는 잔인한 마찰음 때문에 폴은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소리친다. “제기랄!”영화 ‘파리의 마지막 탱고’의 첫…
2013062013년 05월 23일관계가 소거된 테마파크市 그 골목에서 만난 옛 애인
회의는 짧게 끝났다. 봄은 왔으되 쌀쌀한 기운이 도시를 채 빠져나가지 않은 탓에 안국동의 카페, 그 바깥의 흡연석에서 조금은 몸을 떨면서 앉아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일행은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안으로…
2013052013년 04월 19일별 헤고 종이香 맡으며 감각하고 사유하다
깊은 밤,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워 문다. 거실에서는 텔레비전 소리가 한여름의 모기떼처럼 잉잉거린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쌀쌀하다. 그래서 베란다에 서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이 저녁 9시쯤이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래윗집 사…
2013042013년 03월 20일영하 17도 山中에서 새가 되어 날다
겨울, 월정사 그리고 산야를 하얗게 뒤덮은 대설이라! 이런 어휘, 이런 이미지, 이런 절경. 곧 이러한 상태의 가히 초월적 풍경이란 좀처럼 내려지지 않을 하늘의 은혜다. 물론 눈 덮인 겨울 산사의 풍경이란 어쩌면 가보지 않고도 수십…
2013032013년 02월 21일다랑쉬오름 품고 新生을 도모하다
그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 나는 너무 지쳐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그는 연말 특가로 스마트폰을 폭탄 세일한다는 어느 청년의 무지막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일순간 갖게 됐다.연말이었다. 연말 때문이었다. 번다한 회합에는 일절 나가…
2013022013년 0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