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診소동
시대의흐름에 따라 우리네 화두도 변하게 마련이다. 인권이 유린되던 시절에는 정치 얘기가 화두였지만 지금은 그게 아닌 성싶다. 요즘은 ‘웰빙 시대’라 해서 건강 관련 소재들이 초미의 관심사다. 언론매체들은 앞다퉈 건강 문제 보도에 열…
2006012006년 01월 13일신들의 정원
여행은 우리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순간적이지만 자유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축복의 시간임에 틀림없다.거미줄에 묶여 있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면, 자신도 모르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삶에 대한 인식이 넓…
2005122005년 12월 15일전파되는 맹신 동물로의 회귀
“어,어! 누르지 마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좁은 공간 한편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엘리베이터에 늦게 탄 한 젊은 여성이 문을 닫는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이었다.그 …
2005112005년 10월 27일강력범의 범주
세상이 하도 빨리 돌아가니까 벌써 지나간 이야기로 치는 분들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자꾸 곱씹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지난번 MBC 방송국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홍대 앞에서 활동하던 펑크 뮤지션들이 나와 아랫도리를 내려버린 ‘카우치 사…
2005102005년 09월 30일어머니 콩꽃처럼 희디흰
요즘은대체로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오더군요. 제 기억에 예전에는 마을사람들이 여러 패로 나뉘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근동에 알렸지요. 발품 팔 일이 없어진 요즘의 부고 메시지는 참 편리하고 효과적…
2005092005년 08월 25일장미
세상과자연의 중간쯤에서 양쪽을 다 기웃거려야 하는 나이에 이른 탓인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해진다. 이름이나 단어도 그 중 하나다. 정지용 시인이 당시 아무개 시인의 글을 두고 쓴 글이었던 것 같은데, 콩의 빛깔을 두고 ‘누렁 콩 푸…
2005082005년 07월 28일라면 생각
주말오후 ‘기아 체험’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라면 생각이 났다. 기아까지는 아니지만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던 어린 시절, 라면은 끼니를 때우던 제2의 쌀이었다. 저물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라면 서너 개씩을 …
2005072005년 06월 30일남보다 앞서라?
요즘아이들을 보면 정말 측은하다.인생의 선배로서 유위유망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줘야 마땅할 터인데 한숨부터 나오는 것은 어인 일인가. 잠자리나 쫓아다니며 뛰놀아야 할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데, 서너 개는 기본이고 많은 경우…
2005062005년 05월 24일英語와 나
40년 이넘도록 영어로 밥벌이를 하다가 재작년에 정년을 맞았다. 강단에서 내려온 지 2년이 가까워오니 지금까지 더불어 살아온 영어가 나에게 무엇이었나를 성찰해볼 여유가 비로소 생겼다. 40년 가량이나 영어와 같이 지내왔으면서도 천학…
2005052005년 04월 25일순환의 고리 계절의 틈바구니
어제 작업실에서 철수했다. 예정했던 일이 대강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철수’라는 말을 쓰긴 했으나 어정어정 가서 노트북을 챙기고 방 열쇠를 돌려주는 정도의 간단한 일이었다. 2월까지 작업실을 쓰겠다고 미리 말해두기는…
2005042005년 03월 24일「여행 지참물 목록」과 캄보디아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물건을 꼼꼼히 챙길 것이다. 국내여행이라면 대개 출발 전날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해외여행은 다르다.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꼼꼼히 준비하게 마련이다. 나는 해외여행을 위해 ‘여…
2005032005년 02월 23일「기계와 맺은 불륜」에 대한 성찰
인간과거의 같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대원이 결국은 안드로이드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사랑의 도주는 매우 낭만적이다.인공 지능에 감성까지 지닌 소년 로봇이 어느 가정에 입양된다. 로봇은 그 가정의 친아들…
2005022005년 01월 25일잃어버린 10년간의 새해 아침
“한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옵니다.”해마다 이 무렵 우리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 중의 하나이고, 시간으로 겪고 마음으로 겪는 이 쉽고도 자명한 일이 내 젊은 날 10년 동안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돌아보면 젊은 날, 10…
2005012004년 12월 27일첫눈 내리던 날
‘겨울’ 하고 눈을 감으면 내 가슴엔 하얀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펄펄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 가슴속 창, 그 첨부파일 속에 ‘첫사랑’이란 타이틀로 저장돼 있는 첫눈 내리던 날의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떠오른다.지금부터 나는…
2004122004년 11월 24일달빛만 받으면 나는 증조할머니도 어머니도 된다
박상만의 ‘조선교육사’에는 밤하늘의 달(月)은 딸의 어원이라 했다. 달처럼 은은하고 아름답되 요란하지 않은 이미지로서 존재를 과시하는 태양과 대비시켰다. 따라서 아들은 달이 아닌 (안달)에서 (아들)로 변음되었다는 것이다. 달은 태…
2004112004년 10월 26일해후(邂逅)와 재회의 순간들
우리가 힘겨운 생의 여정(旅程)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아쉽고 고통스럽지만 애틋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감정은, 한때 깊은 정을 나누었으나 오랫동안 잊혀진 사람을 길 위에서 해후(邂逅)하거나 재회하는 순간에 얻을 수 있다. 곰곰이 생각…
2004102004년 09월 23일내 일생의 타이틀
‘살아진다’는 말이 문법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볼 때마다 나는 ‘살아왔다’라는 능동태보다 ‘살아져왔다’ 정도의 수동태가 더 맞지 않나 여기게 된다. 하는 일, 삶의 방식, 성격, 심지어 가치관이나 세계관까지 무…
2004092004년 08월 26일그림으로 그리는 글과 말
지난 6월 수필집을 한 권 내면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날 기념회에 이수성 전 총리가 참석하였는데, 그분이 필자의 시를 낭독하고 싶다면서 모처럼 마련한 자리이니 참석자 모두가 시 한 수씩 낭독하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출판기념회에서…
2004082004년 07월 30일고향집 개 바우
며칠 전 시골 고향집에 들렀다. 고향집은 지금 비어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그 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시게 되면서 어머니 또한 아버지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살이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
2004072004년 07월 02일쇠똥구리의 철학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 그러니까 1960년대에 나는 자원공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을 테지만, 우리집 형편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특히나 소슬바람이 불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기나긴 겨울…
2004062004년 06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