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모습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
2003072003년 06월 26일집 없는 달팽이
저것도 난세를 사는방법일까어쩌다가 집 없이 사는달팽이가 되어세상을 마음껏 조롱하는가비록 음지나 습한 곳을벗어날 수 없지만,장마가 지면마당 가운데까지 나오던집 없는 달팽이…하늘 아래 어딘들 몸 둘 곳 있다면집이란 사치일지 모른다진작 …
2003062003년 05월 27일길
어디로가야 길이 보일까우리가 가야 하는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사람들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오 그렇구나 그렇구나도시 …
2003052003년 04월 29일옛집 근처
이젠 낯선, 도심이 된 정든 변두리길 잃고 헤매다 스무 해 전 옛 동네 지나친다신호 기다리며 차창 너머로 문득 보는 골목 깊은한 시절 내 잠자리, 내 방, 우리 집, 우리 동네스무 살 무렵 내 꿈이 술 취해 비틀대던 모퉁이,아직 허…
2003042003년 03월 26일向日花
向日花-신유식 백승엽씨 부부에게그대를 바라보노라면벚꽃 자욱한 들뜸이 어깨에 인다그대 그리다 보면음성도 모습도 마치꿈결처럼 해설퍼져서는잠자리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고그대를 생각하면즐거운 일보다 아픈 쪽만 더욱크게 다가와 허둥거린다그대와…
2003032003년 02월 26일道界 표지판
겨울의 수요일 아침은 푸르다.약수 뜨러 가는청계산 기슭;한 팔을 못 쓰게 된 자가플라스틱 물통을 들고비탈을 올라오고 있는 동안잠시 비켜선 길이왠지, 저릿저릿, 저리다.한 발, 한 발,우스꽝스럽게 되어버린푸른 수요일 아침은앞으로 남아…
2003022003년 02월 04일산
산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너도 나처럼 흘러봐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
2003012003년 0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