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크리스마스, 그래도 기다리는 이유
미당 서정주는 풀리는 강가에서,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라고 물었다. 강은 얼고, 녹고, 또 얼고, 녹는다. 한 해의 흐름도 이와 같다. 한 장 한 장 뜯어내는 일력을 보기 힘든 요즘이지만, …
2009122009년 12월 08일이뤄질 수 없는 과거 회귀에 대한 열망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이제야, 그녀가 듣고 싶었던 고백을 한다. 검은색 깔끔한 정장 슈트를 입은 남자는 등 돌려 떠나는 여자가 자신이 50을 세기 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주문을 건다. 아니, 그것은 주문…
2009112009년 11월 04일‘에지 패션’에 드리워진 거짓 욕망과 고단함
브랜드의 시대다. 사람들은 추워서 옷을 입고, 더워서 옷을 벗는 것이 아니다. 발이 편한 구두, 촉감이 좋은 옷감은 선택의 부차적 기준에 불과하다. 상품 선택의 첫 번째 고려대상은 바로 브랜드다. 모자는 헬레나 카민스키를, 트렌치코…
2009102009년 10월 07일국가대표급 낙오자들이 선사하는 웃음과 눈물
이야기는 이렇게 발달해왔다. 맨 처음 이야기는 신들에게서 시작되었다. 우주를 창조하고 인간을 구원해낸, 인간을 초월한 신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 다음은 영웅이었다. 혈통도 인격도 완벽한 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오이디푸스도, 햄…
2009092009년 09월 09일죽음, 삶의 질을 바꾸는 인생 퍼즐 한 조각
어느 날 갑자기 중대한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혹은 가깝게 지내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죽음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삶을 방문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운명의 바늘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
2009082009년 07월 29일환상 잔혹한 현실에 대비한 면역력 증강제
때로 산다는 것 자체가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보르헤스의 소설 중에 ‘두 개의 미로와 왕’이라는 것이 있다. 지상의 왕과 환상의 왕이 내기를 한다. 두 왕이 각각 미로를 만들어 빠져나오지 못한 쪽이 지는 것이…
2009072009년 07월 03일탐내는 건 어쩔수 없으나, 탐하지는 말라!
십계명은 모세가 인간다운 삶에 대해 명령한 열 가지 의무사항이다. ‘야훼의 이름을 섬겨라’라는 종교적 당위로 시작하지만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보편적 윤리로 확장된다. 법의 형태라는 점에서 십계명은…
2009062009년 06월 04일가족, 상처의 근원이지만 희망의 근원
2007년 세상을 떠난 작가 시드니 셀던은 이런 말을 남겼다. “비정상적인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버거운 짐일 수밖…
2009052009년 05월 06일현실에 물어뜯긴 청춘을 위로하며
‘X세대’라 불리며 대학에 입학했던 1990년대 중반 학번들이 1990년대 말 졸업을 앞두고 이상한 사태와 맞닥뜨린다. 이름도 생소한 ‘IMF 경제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다. 사실 1990년대 초반 학번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대라며…
2009042009년 04월 03일사랑으로 시작해 파멸로 끝나는 복수의 변주곡
얼굴 없던 분노여, 사자처럼 포효하던 분노여, 산맥을 넘어 질주하던 증오여,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을 한 공포여. 강물도 목을 죄던 어둠이여, 허옇고 허옇다던 절망이여, 내 너에게로 가노라. 질기고도 억센 밧줄을 풀고, 발등에 깃털을…
2009032009년 03월 06일엄마, 아니, 그녀를 부탁해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그린다. 1990년대 말 갑자기 닥쳐온 IMF 금융위기라는 찬바람을 ‘아버지’와 ‘가족’ 되돌아보기가 막아주었다면 전세계적 대공황의 칼바람을 견뎌낼 온기는 ‘엄마’로부터 시작되…
2009022009년 02월 03일아버지, 아버지, 불쌍한 우리 아버지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1980년대 학번 세대에게 ‘아버지’는 나쁜 것만 물려주는 보수의 대명사였다. 장정일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고 외치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을 거부했고, 다른 작가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012009년 0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