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진리를 구하러 떠나던 도중에 폐가에서 잠을 자다가 너무나 목이 말라서 바가지에 담긴 감로수를 먹고 갈증을 풀었다. 깜깜한 밤중, 잠결에 마신 감로수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라는 걸 아침에 알고는 토하고 말았다. …
2015102015년 09월 22일
골프와 스피치
필자를 포함해 ‘386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젊은 시절을 보낼 때 골프는 대중과는 거리가 먼 부자들의 전유물, 가진 자들의 사치스러운 취미 정도로만 인식됐다. 그런데 요즘에는 필자도 중요한 골프 소식에는 저절로 눈과 귀가 가는 것을…
2015092015년 08월 21일
관학(管學)과 경세제민(經世濟民)
중국 춘추시대 중엽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사상 첫 패업을 이룬 관중(管仲)은 관포지교(管鮑之交) 고사의 주인공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정치가였다. 관중 사후 100여 년 뒤에 태어난 공자는 그의 업적을 크게 기렸다. ‘논어’ 헌문…
2015082015년 07월 23일
사랑을 전해드립니다, 대신
“너는 남자도 아니야!” 약속 시각보다 30분 늦게 도착한 남자에게 정면으로 퍼부은 한마디 탓에 남자는 뒤돌아섰다. 갑자기 강의 시간이 길어져 이삿짐 트럭을 타고 땀 뻘뻘 흘리며 달려온 남자는 거칠고 참을성 없는 여자에게 대뜸 마음…
2015072015년 06월 24일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마지막 잎새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내게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평양이 고향인 나는 38선 이북을 접수한 소련군을 피해 16세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38선 이남으로 탈출했다. 둘째누님과 서울로 온 나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타…
2015062015년 05월 21일
문제 어른이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다
요새 부쩍 신경 쓰이는 말들이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요즘 애들은 우리 때만큼 열정이 없어”처럼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말입니다. 분명히 예전부터 기성세대들이 써온 말인데도, 청소년을 위…
2015052015년 04월 21일
추억, 그 배롱나무
세심동(洗心洞) 개심사(開心寺). 세심동이라 개심사일까, 개심사라 세심동일까,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아무튼 그 말은 언제나 좋고,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곳이다. 그러나 서산(瑞山)을 혹은 상왕산(象王山)을 모르지는 않…
2015042015년 03월 23일
1m 앞 거울 속 얼굴 들여다본 적 있나요
고개를 숙이고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엄마가 대신 해주는 10대, 자신의 내원 목적을 조목조목 잘 얘기하는 20대, 부인 손에 이끌려 오는 30~40대, 매우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곳에 남자도 오느냐”고 물으며 굳이 오게 된 연…
2015032015년 02월 23일
또 한 번의 협상을 꿈꾸며
혹자는 나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일컫는다. 흉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민련 측과 협상을 통해 이른바 ‘DJP 연합’을 이뤄낸 일, 그리고 다음 해인 1998년 우리나라가 I…
2015022015년 01월 20일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도전 사이에서
수능이 끝나고 또다시 대학입시전쟁 시즌이 다가온다. 새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세상과의 접촉을 시도하게 된다. 이번 수능이 쉬워 입시에 혼란을 겪는 학생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나도 고3 시절 수능이 쉬워 몇 문제 …
2015012014년 12월 23일
그를 조금 더 닮을 수 있다면
나는 외과 전문의이지만 특이하게도 의학박사 학위를 의사학(醫史學, Medical History)으로 받았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내가 학위 과정에 들어가던 당시만 해도) 의과대학에서 유일하게 인문학과 맞닿은 것이 의…
2014122014년 11월 19일
춤과 음악은 영혼을 치유하는 음식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올 한 해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을 떠올려본다. 4월, 온 나라를 전대미문의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발레단은 바흐의 삶과 죽음을 다룬 현대발레 ‘멀티플리시티…
2014112014년 10월 22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며칠 전 출근하자마자 열어본 메일, 첨부된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부산한 아침 기운 속에서도 고요에 빠져들었다. 여일한 아침 사무실 풍경, 일과 관련된 수런대는 사무적인 언어들과 해내야 할 과업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했다. …
2014102014년 09월 18일
퀴즈가 각광받는 날을 꿈꾸며
특정 방송 분야에서 자신의 족적을 뚜렷이 남겨야 성공한 방송인이라 할 수 있다는 선배의 얘기를 들은 게 벌써 17년 전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나도 꽤 성공한 방송인이라 자부해도 될 것 같다. 적어도 ‘퀴즈’라는 분야에서는 누구에게…
2014092014년 08월 20일
발칸의 유서
#1 오래 차지하고 있던 학교 연구실을 비웠다. 반년도 더 걸렸다. 줄 것은 주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갈무리할 것을 갈무리하는 마무리 과정이. 물경 27년 동안 누적된 학방(學房)의 진애(塵埃)를 털어내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책…
2014082014년 07월 18일
모차르트와 돌로레스 클레이본
집앞 비상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소녀와 마주친 적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 터지고 부어오른 입술, 담배가 걸린 소녀의 손가락이 애처로울 정도로 가늘었다. 소녀는 담배를 감추지도,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적개심 어린 눈동자로…
2014072014년 06월 19일
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클라우디아 로쉬(Claudia L·o·sch)!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수줍은 듯 그러나 당당하게 앞니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는 그녀의 밝은 미소에 나는 반해버렸다. 지난 3월, 소치 패럴림픽 오스트리아 하우스에서 만난 그녀는 예…
2014062014년 05월 20일
비 오는 새벽은 낮보다 아름답다
“새벽을 깨우는 것은 불면의 밤만은 아니었다. 보는 이의 느낌대로 새벽의 색깔은 하루를 열고 있었다. 날마다 다른 색깔로 새벽을 여는 곳에서 나의 새벽을 열었다.”이런 글을 내걸고 사진 개인전을 연 건 카메라를 산 지 6개월 만이었…
2014052014년 04월 21일
‘정글’에 필요한 정치
정치의 계절이 다시 시작됐다. 6월 지방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의 계절은 대립과 갈등의 계절이다. 선거가 본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점에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 점에서 이른바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
2014042014년 03월 19일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이름은 권력이다. 형식의 반복이 실질이 된다면 이름을 자주 불러야 한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려는 욕망에 애면글면하지만, 꽃과 나무는 그 모양이나 속성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그것이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정명법(正名法)일 수 …
2014032014년 0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