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도전 사이에서
수능이 끝나고 또다시 대학입시전쟁 시즌이 다가온다. 새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세상과의 접촉을 시도하게 된다. 이번 수능이 쉬워 입시에 혼란을 겪는 학생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나도 고3 시절 수능이 쉬워 몇 문제 …
2015012014년 12월 23일그를 조금 더 닮을 수 있다면
나는 외과 전문의이지만 특이하게도 의학박사 학위를 의사학(醫史學, Medical History)으로 받았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내가 학위 과정에 들어가던 당시만 해도) 의과대학에서 유일하게 인문학과 맞닿은 것이 의…
2014122014년 11월 19일춤과 음악은 영혼을 치유하는 음식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올 한 해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을 떠올려본다. 4월, 온 나라를 전대미문의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발레단은 바흐의 삶과 죽음을 다룬 현대발레 ‘멀티플리시티…
2014112014년 10월 22일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며칠 전 출근하자마자 열어본 메일, 첨부된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부산한 아침 기운 속에서도 고요에 빠져들었다. 여일한 아침 사무실 풍경, 일과 관련된 수런대는 사무적인 언어들과 해내야 할 과업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했다. …
2014102014년 09월 18일퀴즈가 각광받는 날을 꿈꾸며
특정 방송 분야에서 자신의 족적을 뚜렷이 남겨야 성공한 방송인이라 할 수 있다는 선배의 얘기를 들은 게 벌써 17년 전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나도 꽤 성공한 방송인이라 자부해도 될 것 같다. 적어도 ‘퀴즈’라는 분야에서는 누구에게…
2014092014년 08월 20일발칸의 유서
#1 오래 차지하고 있던 학교 연구실을 비웠다. 반년도 더 걸렸다. 줄 것은 주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갈무리할 것을 갈무리하는 마무리 과정이. 물경 27년 동안 누적된 학방(學房)의 진애(塵埃)를 털어내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책…
2014082014년 07월 18일모차르트와 돌로레스 클레이본
집앞 비상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소녀와 마주친 적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 터지고 부어오른 입술, 담배가 걸린 소녀의 손가락이 애처로울 정도로 가늘었다. 소녀는 담배를 감추지도,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적개심 어린 눈동자로…
2014072014년 06월 19일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클라우디아 로쉬(Claudia L·o·sch)!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수줍은 듯 그러나 당당하게 앞니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는 그녀의 밝은 미소에 나는 반해버렸다. 지난 3월, 소치 패럴림픽 오스트리아 하우스에서 만난 그녀는 예…
2014062014년 05월 20일비 오는 새벽은 낮보다 아름답다
“새벽을 깨우는 것은 불면의 밤만은 아니었다. 보는 이의 느낌대로 새벽의 색깔은 하루를 열고 있었다. 날마다 다른 색깔로 새벽을 여는 곳에서 나의 새벽을 열었다.”이런 글을 내걸고 사진 개인전을 연 건 카메라를 산 지 6개월 만이었…
2014052014년 04월 21일‘정글’에 필요한 정치
정치의 계절이 다시 시작됐다. 6월 지방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의 계절은 대립과 갈등의 계절이다. 선거가 본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점에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 점에서 이른바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
2014042014년 03월 19일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이름은 권력이다. 형식의 반복이 실질이 된다면 이름을 자주 불러야 한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려는 욕망에 애면글면하지만, 꽃과 나무는 그 모양이나 속성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그것이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정명법(正名法)일 수 …
2014032014년 02월 19일우드스탁의 아침
우드스탁이라는 지명을 떠올리면 자유와 젊음이 폭죽처럼 터져 쏟아지던 우드스탁 록음악 페스티벌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미국 뉴욕 공항에서 차로 달려 우드스탁에 도착한 것은 눈 쌓인 한겨울, 그것도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2014022014년 01월 21일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지난 10월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에서 한국의 교육제도, 특히 영어 조기교육을 일본과 비교하며 한 시간 반 정도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우리 교육제도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
2014012013년 12월 18일독도는 외롭지 않다
2013년 10월 14일, 경찰위원회 위원 일행은 동해의 첫 해오름을 맞이하는 곳이자 한반도의 동녘 끝에 있는 독도(獨島)에 역사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수 김민기는 ‘내 나라 내 겨레’에서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
2013122013년 11월 19일커튼콜, 한국 뮤지컬의 완성
막이 내리고 잠시 암전. 장엄한 엔딩을 즐기려고 한 순간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슬프게 죽어가던 주인공이 활기차게 뛰어나오며 외친다.“준비됐습니까, 시작해볼까요? 소리 질러!”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뮤지컬은 끝났지만 새로운 콘서트가…
2013112013년 10월 22일안전한 스마트 사회를 꿈꾸며
정보 보호 분야에 몸담은 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암호 관련 연구를 시작하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정보화가 이뤄졌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
2013102013년 09월 24일어른이 되는 법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불로장생약을 찾으며 불사에 집착하던 진시황이 웬일인지 요순임금 흉내를 내가면서 태산에 제사를 지내러 떠나다 중도에 큰비를 만난다. 비가 좀체 그치지 않자 나무 밑에서 비만 피하다 그냥 돌아와…
2013092013년 08월 20일해혼(解婚)과 혼자 사는 연습
혼자 살기보다 함께 살기 좋은 사람들이 결혼합니다. 그러면 함께 살기보다 홀로 살기 좋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겠지요? 물론 많은 이에게 이혼은 고통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혼을 선택하는 건 그것이 함께 사는 일보다 낫기 때문일…
2013082013년 07월 19일늦었다고 생각될 때
하늘의 명을 헤아린다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서였을까. 우리 나이로 50세가 되던 2003년부터 우연한 계기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해 중국어(2005년), 프랑스어(2006년), 스페인어(2007년)를 공부하는 향학열을 뒤늦게 불…
2013072013년 06월 19일대낮이 어찌 한밤의 깊이를 헤아리겠나
녹음이 짙어지면 검푸르다단풍도 진할수록 검붉다깊을수록 바닷물도 검푸르고장미도 흑장미가 가장 오묘하다검어진다는 것은 넘어선다는 것높이를 거꾸로 가늠하게 된다는 것창세전의 카오스로 천현(天玄)으로흡수되어 용해되어버린다는 것어떤 때얼룩도…
2013062013년 0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