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누가 저에게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하는지 몰랐나 봅니다. 저는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께 되레 요즘 애들이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 어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지 청소년의 현실을 알리고 제가 하는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청소년을 위한 일에 뛰어든 것은 어느 사건 하나가 제 마음에 꽂혔기 때문입니다. 2013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인데, 경북 경산시에서 고교 신입생 최모 군이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폭력을 당해왔다며 그 내용을 유서로 남기고 투신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최군은 2011년부터 무려 5년 동안이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그 아이는 결국 선택하면 안 될 선택을 하고만 것입니다.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야 할 나이에,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노래해야 할 나이에 스스로 날개를 접고 추락해야만 하는 현실이 비통했습니다. ‘아! 누군가는 이러한 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그 길로 ‘NGO프렌딩’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친구라는 뜻의 영어 ‘Friend’와 은어 초딩, 중딩, 고딩의 ‘딩’을 결합한 단체 이름, 프렌딩! 저는 청소년들의 친구로서 청소년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들’
청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청개구리장학금 수여식.
청개구리학교를 통해 많은 청소년이 마음을 열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으며 울고 웃으며 꿈같은 12주를 보냈습니다. 청개구리학교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에 서 있는 어른들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청개구리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은 마음 깊이 숨겨놓은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찾아 멋지게 날개를 펴는 청개구리들이 됐습니다.
또한 학교문화 개선 사업인 프렌딩 벨은 학교의 구태의연한 종소리를 재미있게 바꾸는 사업으로 일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나눔의 문화 확산을 위한 천사데이,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과 교육을 위한 청개구리 스페이스, 980만 청소년을 응원하기 위한 친한친구 캠페인 등 청소년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특성상 한정된 인원으로 이 많은 사업을 운영하다보니 사무국 직원들은 물론이고 저 또한 밤을 새가며 일하기 일쑤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칠 법도 하지만 때때로 보내오는 아이들의 메시지에 다시 힘을 얻곤 합니다. 얼마 전 저녁 미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녀석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두원쌤! 프렌딩 선생님들 덕분에 저는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지고 부모님도 저한테 많이 잘해주시고…. 쌤이 용기 있게 아빠한테 말하라고 해서 아빠랑 싹 푼 것도 정말 감사해요. 이 사회에서 살기 싫었는데, 지옥 같았는데 프렌딩을 만나게 되어 밝아졌고 제 꿈도 찾았어요. 다음주에 놀러갈게요.”
피로가 싹 씻겨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사에 삐딱하던 청개구리에서 꿈을 찾아 멋지게 인생을 항해하는 항해사가 되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아픔이 많은 청개구리였습니다. 아버지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고 가정폭력에 시달려 몸에 흉기를 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 내 문제는 비단 이 친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에게서 흔하게 발견됩니다.
문제가 아니라 상처가 많을 뿐
이혼으로 인한 편부모 가정,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는 조손 가정, 매일같이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 알코올중독 아버지 등등 유형도 다양합니다. “문제 어른이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다.” 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학교폭력과 청소년 문제에는 어른으로부터 비롯되는 환경적 요인이 분명히 내재합니다. 작게는 가정, 크게는 사회로부터 비롯되는 환경적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학교폭력 문제와 청소년 문제의 큰 요인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벼랑 끝에 선 청소년에게 손을 내밀어주세요.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고 문제투성이인 게 아니라 상처가 많은 것뿐입니다. 요즘 애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따끔한 질책과 훈계가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서 쏟아붓는 사랑과 관심입니다.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이끌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 관계 부처의 지원, 국민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모일 때 벼랑 끝에 선 그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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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의 날’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7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를 친한친구 청소년 주간으로, 7월 9일은 청소년 주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청소년의 날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날을 기해 부모가 가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향해 관심과 사랑을 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인 980만 청소년이 더욱 올바르고 멋지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