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의 노래
얼마 전, 북한에서 오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 북한에서 어느 정도 특권을 누리고 산 분인데, 무슨 잘못을 저질러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런데 조사를 맡은 관리가 ‘가정환경도 조사해야 한다’는 구실로 집을 찾아가 그…
201609012016년 08월 18일영혼의 때 씻어주는 사람들
장애인의 창(窓)으로 장애인을 보기 시작한 지 40년이 돼간다. 1977년 8월 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나를 처남이 마중 나와 손을 잡고 목놓아 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유도 8단인 처남 정덕환은 국가대표 유도선수였는…
201608012016년 07월 20일사진이 열어준 세상
나의 꿈은 예술사진 작가다. 내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는 것이 목표다. 기업에서 은퇴한 후 3년간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나는 69세에 예술대학원에 들어가 순수사진 전공으로 조형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간…
201607012016년 06월 20일앞집은 왜 뒤뜰에 목련을 심었을까
우리 집 마당에 서면 앞집 뒤뜰이 보인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앞집과 우리 집이 나란히 남쪽을 보고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우리 집 대문과 앞집 뒷담벼락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다. 이 담벼락 위로 봄만 되면 하얀 목…
201606012016년 05월 18일나는 왜 기부하는가
초등학교 때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배웠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모여 사는 각 그룹은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어릴 때 공동체는 가족이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
201605012016년 05월 16일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지금의 나를 말하려면 대학 4학년 1학기 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87학번이니 1968년생이어야 맞지만, 실제로는 1969년생이고 호적에는 그보다 1년 늦은 1970년생으로 올라 있다.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
201604012016년 03월 29일자서전, 회고록의 힘
지난 연말 나온 오준 유엔 대사의 책 ‘생각하는 마카를 위하여’에 추천의 글을 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좋은 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즉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가,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는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
201603012016년 03월 07일몸과 시간을 다루는 게임
“우리 애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10대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이면 꼭 하는 얘기다. 중학생이나 된 녀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꿈도 없고
201602012016년 02월 15일1도 더 따뜻한 사회
문득 집무실 창문 밖으로 차디찬 겨울바람에 떨고 있는 나목(裸木)들에 시선이 가고서야, 비로소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을 드러낸 가지들은 침묵 속에 묵묵히 혹한을 견뎌내고 있다. 모진 바람이 지…
201601012016년 01월 11일기부는 의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70년 만에 13위 수준의 경제를 일궈냈다. 실로 자랑스러운 성취다. 그러나 경제 발전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데,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고로 자살한다면 그게 어떻게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
201512012015년 11월 20일연극에 산다
서울 세종로 한복판 커다란 전광판에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명멸해간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동 전광판엔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필자도 출연한 ‘리어왕’의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고. 이쯤 되면, 근래…
201511012015년 10월 21일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진리를 구하러 떠나던 도중에 폐가에서 잠을 자다가 너무나 목이 말라서 바가지에 담긴 감로수를 먹고 갈증을 풀었다. 깜깜한 밤중, 잠결에 마신 감로수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라는 걸 아침에 알고는 토하고 말았다. …
2015102015년 09월 22일골프와 스피치
필자를 포함해 ‘386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젊은 시절을 보낼 때 골프는 대중과는 거리가 먼 부자들의 전유물, 가진 자들의 사치스러운 취미 정도로만 인식됐다. 그런데 요즘에는 필자도 중요한 골프 소식에는 저절로 눈과 귀가 가는 것을…
2015092015년 08월 21일관학(管學)과 경세제민(經世濟民)
중국 춘추시대 중엽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사상 첫 패업을 이룬 관중(管仲)은 관포지교(管鮑之交) 고사의 주인공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정치가였다. 관중 사후 100여 년 뒤에 태어난 공자는 그의 업적을 크게 기렸다. ‘논어’ 헌문…
2015082015년 07월 23일사랑을 전해드립니다, 대신
“너는 남자도 아니야!” 약속 시각보다 30분 늦게 도착한 남자에게 정면으로 퍼부은 한마디 탓에 남자는 뒤돌아섰다. 갑자기 강의 시간이 길어져 이삿짐 트럭을 타고 땀 뻘뻘 흘리며 달려온 남자는 거칠고 참을성 없는 여자에게 대뜸 마음…
2015072015년 06월 24일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마지막 잎새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내게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평양이 고향인 나는 38선 이북을 접수한 소련군을 피해 16세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38선 이남으로 탈출했다. 둘째누님과 서울로 온 나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타…
2015062015년 05월 21일문제 어른이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다
요새 부쩍 신경 쓰이는 말들이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요즘 애들은 우리 때만큼 열정이 없어”처럼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말입니다. 분명히 예전부터 기성세대들이 써온 말인데도, 청소년을 위…
2015052015년 04월 21일추억, 그 배롱나무
세심동(洗心洞) 개심사(開心寺). 세심동이라 개심사일까, 개심사라 세심동일까,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아무튼 그 말은 언제나 좋고,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곳이다. 그러나 서산(瑞山)을 혹은 상왕산(象王山)을 모르지는 않…
2015042015년 03월 23일1m 앞 거울 속 얼굴 들여다본 적 있나요
고개를 숙이고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엄마가 대신 해주는 10대, 자신의 내원 목적을 조목조목 잘 얘기하는 20대, 부인 손에 이끌려 오는 30~40대, 매우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곳에 남자도 오느냐”고 물으며 굳이 오게 된 연…
2015032015년 02월 23일또 한 번의 협상을 꿈꾸며
혹자는 나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일컫는다. 흉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민련 측과 협상을 통해 이른바 ‘DJP 연합’을 이뤄낸 일, 그리고 다음 해인 1998년 우리나라가 I…
2015022015년 0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