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과 야심의 두 얼굴 신영균 “정치? 사업? 그래도 배우가 제일 좋았어요”
제주도의 푸른 바다 앞,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별장에서 만난 신영균은 그렇게 모순투성이의 배우였다. 칠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청바지에 카디건이 썩 잘 어울리는 이 대배우는 늘 그랬듯 온몸을 휘감은 단단한 자신감으로 필자를 맞았…
2004102004년 09월 24일‘겨울남자’ 김추련 “배우 같지 않은 배우, 끼 없는 배우였죠 사실은”
그것은 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선 굵은 마스크와 탄탄한 육체미를 과시하는 남성성을 최고로 쳤던 1970년대 영화판 한복판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가녀린 섬세함을 지녔던 이 남자배우의 분열은. 겉으로 보기에는 끊임없이 사업을 일으키며 …
2004092004년 08월 26일도발적 매혹 강수연 “평생 받을 사랑과 질투, 한꺼번에 다 받았죠”
사실 강수연은 우리들의 누이나 어머니이기에는 언제나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초창기 ‘W의 비극’이나 1997년작 ‘깊은 슬픔’에서 드물게 멜로 연기를 펼친 적이 있지만, ‘깊은 슬픔’은 3만의 관객도 채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
2004082004년 07월 29일1980년대 섹스심벌 이대근
‘뽕’‘감자’ ‘심봤다’ ‘사노’로 이어지는 일련의 토속물에서 이대근은 ‘힘’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들 영화에서 머슴이나 산삼지기 역을 맡은 이대근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은 마을 씨름시합에서 우승을 한다든지 돌절구를 번쩍 들어올리…
2004072004년 07월 01일1960년대 충무로 女帝 최은희
그녀의 ‘차마 접근하기 어려운 단아한 신비’는, 독수공방과 이루어질 듯 말 듯한 성적 판타지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그녀를 놓았다. 이 ‘아슬아슬함’은 전근대적·유교적 가치관과 근대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빚어진 심리적 억압…
2004062004년 06월 01일미워할 수 없는 남자 안성기
‘배우’로서 안성기는 일단 안전하다. 그의 선한 미소를 보며 불 같은 질투심이나 경쟁심을 느낄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안성기는 성실하고 신뢰가 간다. 20년 되어간다는 커피 광고 이미지 그대로, 사람들은 그가 좋은…
2004052004년 04월 29일‘넘볼 수 없는 그녀’ 유지인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남자에게 매달리거나 불행한 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유지인의 매력이 1970년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감히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상류층 여성이 주는 신비로움과 막연한 동경…
2004042004년 03월 29일‘무균질의 매력’ 하재영
가끔 배우들 중에는 ‘저 사람이 어떻게 배우가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그런 배우들이 있다. 길을 걷다 한번쯤 지나쳤을 것 같은 얼굴. 만만해 보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같아 무심히 지나치지만, 영화에 나오…
2004032004년 03월 02일1970년대 ‘충무로 누벨 바그’ 윤여정
김기영 감독의 진정한 페르소나로 불리는 윤여정은 스크린에서 지독히도 강렬한 이미지의 팜므 파탈로 출발했다. 물론 그녀의 팜므 파탈은 순한국형이어서,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남성들을 살인의 골짜기로 밀어넣는 서양형과 달리 결혼 제도…
2004022004년 01월 29일‘아름다운 악녀’ 최지희
같은 시대의 글래머 스타 김혜정이 풍만한 에로티시즘으로 스크린을 휘어잡았다면, 최지희는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감수성으로 1960년대 청춘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스타였다. 간혹 엄앵란이나 최은희 같은 여배우들이 발랄한 여대생 혹은 관능미…
2004012003년 12월 29일‘虛의 미학’을 가진 배우 신성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가을날, 이제는 국회의원이 되어 있는 신성일씨를 만나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으로 찾아갔다. 김종필이니 최병렬이니 하는 명패가 주욱 붙어 있는 의원회관 2층. 바로 그 전날 아흔의 장모 상(喪)을 당했지만…
2003122003년 11월 27일이중적 여인, 팜므 파탈의 원형질 김지미
김지미씨와의 인터뷰는 이제까지 필자가 해본 인터뷰 중 제일 어려운 것이었다. 미국에서 막 귀국한 그녀는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였고, 담당기자와 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한 끝에야 겨우 인터뷰를 승낙했다. 최소한 두 시간 이상은…
2003112003년 10월 28일한국의 ‘그레고리 펙’남궁원
요즈음 배우들과 달리 그는 평생 ‘망가진 적’이 없는 배우였다. 흔히 말하듯 신성일이 거친 면이 묻어나는 아웃사이더 꽃미남의 원조라면, 남궁원은 서구적인 마스크를 가진 모범생 꽃미남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키 180cm의 당…
2003102003년 09월 26일한국적 여인상 연출했던 ‘문예영화의 大家’ 고은아
2003년 7월 장맛비가 그치고 맑게 갠 어느 날, 서울극장 옆 한 카페에서 고은아씨를 인터뷰했다. 서울극장 사장인 그녀는 전성기 시절 ‘자애로운 어머니상은 연기라기보다 본성 같다’ ‘고 육영수 여사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평을 듣…
2003092003년 08월 22일